에피소드

[과학향기 for Kids] 한국의 슈퍼컴퓨터, 어디까지 왔니?

<KISTI의 과학향기> 제3050호   2024년 04월 08일
컴퓨터 중에서도 빠른 계산 속도로 수많은 자료를 단시간에 처리해 낼 수 있는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라고 부릅니다. 연구자들은 슈퍼컴퓨터로 내일 날씨가 어떤지 밝혀내고, 비행기나 우주선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슈퍼컴퓨터가 들어온 지 올해로 36년째를 맞았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한국에 ‘국가 슈퍼컴퓨터’를 들여오고, 슈퍼컴퓨터의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슈퍼컴퓨터는 어떻게 발전해 왔고, 어떤 일을 해냈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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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국가 슈퍼컴퓨터 도입 역사. ⓒKISTI
 
 
국가 슈퍼컴퓨터는 어떤 일을 해왔을까?
한국의 첫 슈퍼컴퓨터는 1988년 들여온 ‘Cray-2S’예요. Cray-2S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연산장치(CPU) 4개, 1GB 메모리로 이뤄져 있었어요. 슈퍼컴퓨터의 계산 속도는 ‘플롭스’로 표시하는데, Cray-2S의 계산 속도는 2기가플롭스로, 1초당 20억 번의 연산을 할 수 있었죠. 비록 지금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보다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만, 당시 웬만한 대형컴퓨터보다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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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국가슈퍼컴퓨터 1호기 Cray-2S. ⓒKISTI
 
국가 슈퍼컴퓨터 1호기의 활약은 대단했어요. 우선 국산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선 자동차 부품을 설계하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충돌실험을 해야 하는데요. 1호기로 자동차의 설계와 제작을 가상으로 돌려보면서 개발기간을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가상 실험을 통해 많은 차를 충돌시키지 않고도 손쉽고 정확하게 충돌 모의실험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1호기는 일기예보에서도 큰 활약을 보여줬어요. 다른 나라들은 1950년대부터 각 지역에 알맞은 일기예보용 수치예보 모델을 만들었지만, 당시 한국에는 그런 모델이 없었어요. 그런데 1호기 덕분에 한국의 기후와 지형에 알맞은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고, 일기예보의 정확도도 높아졌답니다. 이뿐만 아니라, 태풍의 진로도 정확히 예측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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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슈퍼컴퓨터 덕분에 한국은 정확도 높은 일기예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shutterstock
 
1993년에는 1호기가 은퇴하고, 국가슈퍼컴퓨터 2호기 ‘Cray C90’가 한국에 들어왔어요. 2호기의 계산 속도는 1호기보다 8배 빠른 16기가플롭스였고, CPU 역시 16개로 1호기보다 4배 늘어났답니다. 2호기부터는 슈퍼컴퓨터를 일반 연구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됐는데요. 연구자들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로켓의 효율을 높이거나, 지하에 어떤 자원이 잠들어 있는지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2호기에 이어 2001년에는 3호기가 들어왔어요. 4.5테라플롭스의 성능을 지닌 ‘노벨(IBM p690)’‘NEC SX-5/6’이 그 주인공이었죠. 2007년부터는 360테라플롭스급 슈퍼컴퓨터인 ‘타키온(SUN Blade6048, 6275)’‘가이아(IBM p595, p6H)’를 4호기로 사용했답니다. 이렇게 뛰어난 성능을 지닌 슈퍼컴퓨터들 덕분에,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 연구와 기업의 신제품 개발이 발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한국고등과학원(KIAS)은 우주의 진화를 밝혀내기 위해 국가 슈퍼컴퓨터 3호기를 활용했어요. 일반 컴퓨터로는 6만 년이 걸리는 계산을 슈퍼컴퓨터는 단 80일 만에 해결했죠. 김치냉장고도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2001년 위니아라는 회사에서 KISTI의 국가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가상 실험을 진행했어요. 덕분에 냉장고를 차갑게 유지해 주는 열 차단 장치를 새로 만들어 에너지 효율을 10% 높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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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당시 그래픽 전용 슈퍼컴퓨터 중 5위에 달하는 성능을 자랑한 ‘피카소’로 제작한 영화 <국가대표> CG 장면. ⓒKISTI
 
슈퍼컴퓨터는 연구와 제품개발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도 활약했어요. 2009년 상영된 영화 <국가대표>에서는 스키점프 선수인 주인공들이 시속 100㎞를 넘는 속도로 하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래픽 전용 슈퍼컴퓨터 ‘피카소’로 만들어 낸 컴퓨터 그래픽(CG)이랍니다. 
 
2018년부터는 ‘누리온(Cray CS500)’을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누리온의 계산 속도는 25.7페타플롭스로, 4호기보다 70배 이상 빠르고, 1호기보다는 약 1,300만 배나 빠른 속도를 자랑했답니다. 이렇게 뛰어난 성능을 지닌 누리온은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는데요. 우선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만들어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예를 들어, 세계 최대규모의 우주 진화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주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은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밝혀냈어요.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진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를 비슷하게 만들어 치료제와 백신 개발 연구에 큰 도움을 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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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일정 주기마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로 교체해야만 한다. ⓒKISTI
 
 
왜 슈퍼컴퓨터를 계속 바꿔야 할까?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뽐낸 슈퍼컴퓨터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컴퓨터로 교체해야 합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더욱 뛰어난 성능을 지닌 슈퍼컴퓨터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누리온은 2018년에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11위를 차지했지만, 현재(2023년 11월 기준)는 61위까지 떨어졌어요. 게다가 누리온이 워낙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 과부하 상태가 이어지고 있죠.
 
이에 KISTI에선 누리온의 뒤를 이을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를 새로 들여올 예정입니다. 전 세계 10위권 정도의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를 마련하는 게 목표랍니다. 새로운 슈퍼컴퓨터가 들어온다면, 인공지능(AI) 연구부터 양자, 바이오, 반도체 등에 관한 연구가 좀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어요. 추후 한국에 들어오게 될 6호기가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벌써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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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5학년 실과 – 소프트웨어와 생활
5학년 2학기 과학 – 날씨와 우리 생활
 
 
글: 남예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감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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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와 내용 감사합니다.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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