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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무질서가 자연스럽다’
<KISTI의 과학향기> 제196호 2004년 10월 11일
보일러를 틀어놓고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추워진 탓이다. 일년 중 이맘 때가 되면 집안의 따뜻한 공기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열을 벽을 통해 바깥 쪽의 차가운 공기에 빼앗겨 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안쪽과 바깥쪽과 안쪽의 온도가 같아질 때까지 계속된다. 만약에 뜨거운 벽돌이 차가운 벽돌로부터 열을 받는다면 뜨거운 벽돌은 더 뜨거워지고 차가운 벽돌은 더 차게 될 것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 속에는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두 가지 큰 물리법칙이 들어있다. 이와 관련 클라우지우스는 1865년에 "(1)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다 (2)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라고 선언했는데, 이것이 바로 열역학의 제1, 제2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에너지 보존법칙으로 일컬어지는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는 화학?전기-운동-열에너지는 모양만 바꿀 뿐이지, 전체 에너지 총량은 보존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스보일러를 작동시켰다면, 가스라는 화학에너지가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논쟁은 1850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줄이 실험으로 입증을 했다.
그런데 열과 운동에너지는 다시 가스라는 화학에너지로 바뀔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연계에서는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열역학 제 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즉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자연계에서 에너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를 설명한다. 이것은 우주전체에 적용되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가리켜 ‘모든 과학의 제1법칙’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좀 더 부연하면 이렇다.
원래 엔트로피란 물체가 열을 받아 변화했을 때의 변화량을 가리키는 용어.
그리스어의 전환(trepein)이라는 단어와 알맹이(en)의 합성어다. 이 말을 처음 쓴 클라우지스는 엔트로피(Entropy, S)를 특정한 공간의 무질서한 정도라고 보았다. 따라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무질서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무질서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예를 들면 나무가 타서 재가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나무는 조직이 잘 짜여져 있는 질서 정연한 물질이다. 당연히 엔트로피가 낮다. 하지만 이것이 불에 타면 열이 발생하고 조직이 와해된다. 즉 엔트로피가 높은 재가 된다. 그런데 재는 다시 땔감으로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에너지의 가치는 떨어진다. 결국 엔트로피가 높다는 것은 ‘쓸모없음’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는 셈이다. 엔트로피의 증가의 법칙은 자연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차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쓸모 있는 것들이 생성 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즉 자신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태양 덕분이다. 태양은 스스로 붕괴하면서 쓸모없는 존재, 즉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존재이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에너지가 방출되고, 식물들은 그 에너지를 받아 들이는 것이다. 한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비록 식물 자체는 엔트로피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태양이 보내는 에너지는 상당부문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우주 전체로 봐서는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이것이 물리학적으로 더욱 명료하게 설명된 것은 1877년 볼츠만이 S = klog W (W=분자들의 배열 방법 수)라는 수학적인 관계식을 만들면서부터 이다. 볼츠만은 엔트로피는 확률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엔트로피 증가의 원리는 분자운동 확률이 적은 질서 있는 상태로부터, 분자운동 확률이 큰 무질서한 상태로 이동해 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카드 1만장을 모두 앞면을 향하여 넓은 땅에 깔아 놓았을 때 발생하는 현상과 비슷하다. 카드가 가지런하게 놓아져 있다는 것은, 질서있는 즉 엔트로피가 지극히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바람이 불면, 한장 두장 석장 차츰차츰 뒤집히게 되고 결국 5,000장이 앞면, 나머지 5,000장은 뒤집어진 상태가 될 것이다. 점점 더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앞면과 뒷면의 비율이 5 : 5 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확률적으로 엔트로피가 극대화된다는 것은 결국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죽음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도 카드와 같다.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다 어느 순간 열(혹은 에너지)이 더 이상 이동하지 않는 열평형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지금처럼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면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한다는 현상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른바 우주가 종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중반에 엔트로피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데 기여했던 과학자들, 예컨대 톰슨(William Thomson), 헬름홀쯔(Hermann von Helmholtz), 클라우지우스 등 당대의 석학들은 우주 종말의 비관론에 휩싸여 우울해 했다. 클라우지우스 자신도 엔트로피 법칙의 우주론적 결과로서 열죽음(heat death)이 불가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대로 국부적으로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비자연적 변화를 따르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종말에 대한 논쟁도, 만약 우주가 고립된 유한한 것이 아니라면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주바깥 어디에선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부문이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내에서 얼마든지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치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서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여전히 태양은 빛나고 있다. 열평형은 너무나도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것이다.(글: 유상연-과학칼럼리스트)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추워진 탓이다. 일년 중 이맘 때가 되면 집안의 따뜻한 공기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열을 벽을 통해 바깥 쪽의 차가운 공기에 빼앗겨 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안쪽과 바깥쪽과 안쪽의 온도가 같아질 때까지 계속된다. 만약에 뜨거운 벽돌이 차가운 벽돌로부터 열을 받는다면 뜨거운 벽돌은 더 뜨거워지고 차가운 벽돌은 더 차게 될 것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 속에는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두 가지 큰 물리법칙이 들어있다. 이와 관련 클라우지우스는 1865년에 "(1)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다 (2)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라고 선언했는데, 이것이 바로 열역학의 제1, 제2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에너지 보존법칙으로 일컬어지는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는 화학?전기-운동-열에너지는 모양만 바꿀 뿐이지, 전체 에너지 총량은 보존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스보일러를 작동시켰다면, 가스라는 화학에너지가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논쟁은 1850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줄이 실험으로 입증을 했다.
그런데 열과 운동에너지는 다시 가스라는 화학에너지로 바뀔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연계에서는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열역학 제 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즉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자연계에서 에너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를 설명한다. 이것은 우주전체에 적용되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가리켜 ‘모든 과학의 제1법칙’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좀 더 부연하면 이렇다.
원래 엔트로피란 물체가 열을 받아 변화했을 때의 변화량을 가리키는 용어.
그리스어의 전환(trepein)이라는 단어와 알맹이(en)의 합성어다. 이 말을 처음 쓴 클라우지스는 엔트로피(Entropy, S)를 특정한 공간의 무질서한 정도라고 보았다. 따라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무질서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무질서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예를 들면 나무가 타서 재가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나무는 조직이 잘 짜여져 있는 질서 정연한 물질이다. 당연히 엔트로피가 낮다. 하지만 이것이 불에 타면 열이 발생하고 조직이 와해된다. 즉 엔트로피가 높은 재가 된다. 그런데 재는 다시 땔감으로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에너지의 가치는 떨어진다. 결국 엔트로피가 높다는 것은 ‘쓸모없음’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는 셈이다. 엔트로피의 증가의 법칙은 자연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차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쓸모 있는 것들이 생성 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즉 자신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태양 덕분이다. 태양은 스스로 붕괴하면서 쓸모없는 존재, 즉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존재이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에너지가 방출되고, 식물들은 그 에너지를 받아 들이는 것이다. 한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비록 식물 자체는 엔트로피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태양이 보내는 에너지는 상당부문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우주 전체로 봐서는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이것이 물리학적으로 더욱 명료하게 설명된 것은 1877년 볼츠만이 S = klog W (W=분자들의 배열 방법 수)라는 수학적인 관계식을 만들면서부터 이다. 볼츠만은 엔트로피는 확률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엔트로피 증가의 원리는 분자운동 확률이 적은 질서 있는 상태로부터, 분자운동 확률이 큰 무질서한 상태로 이동해 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카드 1만장을 모두 앞면을 향하여 넓은 땅에 깔아 놓았을 때 발생하는 현상과 비슷하다. 카드가 가지런하게 놓아져 있다는 것은, 질서있는 즉 엔트로피가 지극히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바람이 불면, 한장 두장 석장 차츰차츰 뒤집히게 되고 결국 5,000장이 앞면, 나머지 5,000장은 뒤집어진 상태가 될 것이다. 점점 더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앞면과 뒷면의 비율이 5 : 5 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확률적으로 엔트로피가 극대화된다는 것은 결국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죽음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도 카드와 같다.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다 어느 순간 열(혹은 에너지)이 더 이상 이동하지 않는 열평형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지금처럼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면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한다는 현상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른바 우주가 종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중반에 엔트로피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데 기여했던 과학자들, 예컨대 톰슨(William Thomson), 헬름홀쯔(Hermann von Helmholtz), 클라우지우스 등 당대의 석학들은 우주 종말의 비관론에 휩싸여 우울해 했다. 클라우지우스 자신도 엔트로피 법칙의 우주론적 결과로서 열죽음(heat death)이 불가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대로 국부적으로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비자연적 변화를 따르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종말에 대한 논쟁도, 만약 우주가 고립된 유한한 것이 아니라면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주바깥 어디에선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부문이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내에서 얼마든지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치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서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여전히 태양은 빛나고 있다. 열평형은 너무나도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것이다.(글: 유상연-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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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재밌어요. 과학까막눈이라 막연히 생각하던걸 요렇게 정리하니 감사~ㅇ
2016-09-25
답글 0
제가 지금 49살인데... 중학교 때부터 궁금했던 것이 오늘 풀렸어요. ㅎㅎㅎㅎㅎ
2015-04-07
답글 0
평소에 참고자료로 많이 이용해왔는데
2010-07-08
답글 0
일상생활에서 꼭 알아야하는 정보를 또 하나 배워가는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5
답글 0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3-30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