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조폭스런 동물들의 진실

<KISTI의 과학향기> 제609호   2007년 06월 01일
뻐꾸기와 찌르레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탁란’으로 유명한 새다. 알을 대신 맡기는 것도 모자라 이들은 이보다 더 파렴치한 행동도 한다. 자기 알이 잘 자라고 있는지 조사해서 자기 새끼가 없는 보모 새의 둥지를 초토화한다. 탁란을 알아채고 버린 보모 새에게 보복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을 일명 ‘마피아 새’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조직폭력배(조폭)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동물은 이들 말고도 많다. 단, 조폭이 인간의 특수 집단인 만큼 이들의 행위도 인간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단 말이다. 조폭의 세계라면 ‘보복’ ‘배신’ ‘잔혹’ ‘불법’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데 이런 특징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먼저 ‘보복행위’의 대표로 나는 고양이를 꼽고 싶다. 고양이는 자기를 해코지 한 사람과 그 행위를 잘 기억해 뒀다가 보복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령 쥐를 물어다 신발 옆에 놓는다든지 깔끔한 곳에 자기의 배설물을 묻힌다든지, 화단을 파헤치는 조금은 귀여운 복수 행각들을 펼친다. 에드가 알란 포우의 ‘검은 고양이’란 소설도 이런 고양이의 보복행위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영리한 동물들의 이런 행태는 사실 두려운 상대에 대한 일종의 방어 작용으로 나온 것이다. 고양이가 쥐를 물어다 놓는 행위는 바꿔 생각하면 잘 봐달라는 뇌물로도 볼 수 있다. 스컹크가 방귀를 뀌었다고 복수를 했다고 말하지는 않지 않는가?

조폭의 다른 특징인 ‘배신’은 어쩌면 동물세계에선 널려있는 현상이다. 그야말로 그들은 배신을 밥 먹듯이 한다. 숫사자가 힘이 약해지면 그 동안 잘 지내오던 암컷들은 철저히 숫사자를 외면한다. 암컷들은 자기 자식을 모두 물어 죽이고 새로운 왕으로 입성한 다른 숫사자에게 즉각 애정을 바친다.

장년이 되어 독립해 나간 사자 새끼들은 부모와 다시 만나면 이미 그들은 서로 적수일 뿐이다. 반갑다고 포옹해 주는 일은 동물세계에선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동물원에 함께 사는 등 어쩔 수 없이 같이 살더라도 장성한 자식들은 어느 순간 싸움의 대상이나 연적이 되어버린다.

사자에게 잡힌 동료가 잡아먹히는 걸 무심히 지켜보는 얼룩말 떼를 보면 이들은 도대체 동료애라고는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한정된 자원과 공간에서 서로가 살아남기 위한 필연의 생존 전략일 뿐이다. 그래서 신은 그들에게 ‘배신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남기지 않는 선택적인 망각(일종의 기억상실)을 주었다.

동물들은 종종 조폭보다 훨씬 ‘잔혹’할 때가 있다. 호랑이나 사자는 아픈 동료가 있으면 처음에 먹이도 양보해 주고 아파서 화를 내도 무심히 받아주지만, 동료의 병이 중해 거의 죽음에 이르면 서슴없이 물어 안락사 시킨다. 이들은 인간의 지난한 안락사 논쟁에 일찌감치 종지부를 찍어 놓은 것 같다.

약한 새끼를 낳은 어미는 그 새끼를 살리려는 노력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동물에게 ‘육아살해’는 꽤 보편적이다. 그리고 많은 동물들이 그 죽은 새끼를 먹기조차 한다. 대표적으로 토끼가 자기 새끼를 먹는 현상은 토끼를 처음 기르는 사람들에게 아노미를 일으키게도 한다. 그들에게 죽은 새끼는 더 이상 새끼가 아닌 하나의 단백질원으로 보이는 것도 같다. 심지어 모성의 상징인 원숭이들조차 죽은 새끼를 종종 먹는다.

그런데 이런 새끼를 먹는 현상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가령 초식동물인 토끼가 특이하게 이때만 육식을 한다든지 개코원숭이가 자기 새끼를 먹을 때 꼭 먹을 것도 얼마 없는 머리만 먹고 나머지는 남겨둔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일부 오지 원주민사회에서 조상의 영혼을 간직하려고 인육을 먹는 장례의식을 연상케 한다.

조폭은 ‘법’을 어기지만 동물사회는 아예 명문화된 법이 없다. 법이 없는 동물사회 질서는 어떻게 유지될까? 불문법이자 관습법으로 아주 잘 유지된다. 그러나 이 법이 어이없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 동물원(전남 광주 우치동물원)의 일본 원숭이에게 법은 ‘위험하니 절대 철창너머로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새끼들은 철창 틈을 빠져 나와 밖에서 놀기도 한다. 양 새끼들은 다 자란 양이 감히 접근하지도 못하는 얼룩말의 등에서 신나게 미끄럼을 탄다. 사람들과 비슷하게 새끼들은 일정 나이가 찰 때까지 간단한 위법을 해도 용서되며 이들의 천진난만한 모험행동들이 바로 경직된 조직사회에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금까지 다소 무리해서 동물들의 문화를 조폭의 것과 비교해 보았지만 결코 그 둘은 비교대상이 못된다. 이합집산과 권모술수가 성행하는 조폭 사회와 달리 오랜 역사를 통해 최선의 것들을 받아들인 게 바로 이런 동물의 조직문화이다. 사람 역시 원시자연에 나가면 아마도 이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 또한 확실하다. 동물들에게 아무 이유 없는 폭력과 죽음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 (글 : 최종욱 야생동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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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의 생존전략이군요. 힘이 빠진 숫사자 때문에 엄마에게 물려서 죽어야 하는 사자새끼들이 불쌍하네요. 게다가 분가한 사자는 이미 적이라는 사실도...고양이가 쥐를 물어다 놓는 일이 보복을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군요.

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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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동물의 세계는 참으로 냉정한것 같아요. 어떨때 보면 인간들에게서도 배우지 못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새끼를 잡아먹기도 하고 나중엔 그저 사냥감으로 둔갑하기도 하는걸 보면요. 그래도 보이지 않지만 ㄴ동물의 세계에도 우리 인간처럼 법칙이 있고 나름의 원칙이 있는것 같습니다.

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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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은
  • 평점   별 5점

종종 동물이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죠. 이런저런 이유로.

200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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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5점

하...자기새끼를먹는다니;;

200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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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환
  • 평점   별 5점

ㅋ 고양이한테는 쥐가 제일 맛있으니깐 사람도 좋아할거라는생각을해서 그러는게아닐까요? ㅋㅋ
사람들도 자기가 맛있는게있으면
다름사람한테 그것을 사주는것처럼말이죠 ㅋㅋ
그사람도 당연히 맛있어할거다란 생각때문이죠 ㅋㅋ

20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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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 평점   별 3점

관점을 좀더 명확히 전달해주시고 이해시켜주셨으면 좋을뻔 했군요. 아래의 논쟁을 보니...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과, 동물들을 이해해야하는 "동물연구가"로써 과학적인 관점은 다소 다르지 않나요?

20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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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sd
  • 평점   별 5점

고양이는 뇌물로 생쥐를 사람에게 주나보죠?

200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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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ing2
  • 평점   별 5점

자연의 또다른 질서를 잘읽었습니다.

200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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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 평점   별 5점

나도 고양이 미치게 좋아하지만 가끔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수의 극고양이애호가들을 보면 미쳐보인다.

200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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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상
  • 평점   별 5점

잘알았습니다.....................

200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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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 평점   별 1점

단디님 쓰신것과 같이 고양이가 쥐를 물어다 놓는행위는 바꿔 말하면 잘 봐달라는 의미가 있다라고 나와있습니다. 저 문구와 같이 전체적 글의 의도가 고양이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입니다 고양이는 귀엽고 다정하다는 모를듯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이 글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양이가 귀엽게 보이시는 것은 인정합니다.

200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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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et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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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어제
  • 평점   별 5점

즐겁게 잘 보았습니다. 어찌보면 약간 섬뜩한듯 하면서도, 인간사회와 비교해보면 애교스럽기까지 하네요. ^^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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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 보삼
  • 평점   별 5점

"고양이가 쥐를 물어다 놓는 행위는 바꿔 생각하면 잘 봐달라는 뇌물로도 볼 수 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혀를 차는 건 아닌것 같소이다.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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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평점   별 4점

제가 어렸을 적 고양이 새끼를 많이 이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석구석 숨겨 놓은 새끼를 데리고 놀면 어미고양이가 이리 숨겼다 저리 숨겼다가 결국에는 새끼를 물어 죽여 머리, 몸, 다리등 분리해서 방안 이곳저곳에 흘려 놓았다고 하더군요. 이런것도 보복행위 인가요?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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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
  • 평점   별 5점

동물이 항상 패턴대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요.
같은 행동도 상황이나 보는자의 해석에 따라 다를 뿐, 행위를 한 동물의 본 의도를 알리 없습니다.
자신에게 해코지한 사람에게 가져다 놓은 쥐와, 애착을 갖는 상대에게 라는 전제를 두고 가져다 놓은 쥐는 의미가 다르겠지요.
저 상황이라면 두려운 상대에 대한 방어작용 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이 있는거고,
애착을 갖는 주인에게 물어다주는 경우라면 선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구요.
그다지 황당하다고 표현할 정도도 아닌 것에 수의사가 이런글을 썼다고 비아냥 거리시는 걸 보니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걱정이 되셨다기 보다
폄하하여 돋보이려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지식이 편협하거나 선입견에 빠져있지 않은지 먼저 돌아 보는 건 어떠실런지..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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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5점

정말 좋은 지식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다른 에는 더 없습니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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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
  • 평점   별 5점

재밌구만 꼭 저리 딴지를 거시는 분이 있어요... ㅡ,.ㅡ;;
윗님 말처럼 님이 딴지건 것도 내용에 나와있잖아요?

기사 재밌게 잘 봤습니다~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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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 평점   별 5점

잘 읽었습니다. 조폭스런 동물 ... 이는 조폭이 동물같은 존재임의 다른 말이네요. 왜 인간답게 살자 라고 하는지 알겠습니다.^^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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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근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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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 평점   별 1점

제가 아는 부분에 대해서만 한 말씀 드립니다.
고양이가 쥐를 물어다 놓는 건 보복 행위가 아니라 그 반대의 의미 입니다. -_- 애착을 갖는 상대에게 쥐나 새를 사냥해서 그 앞에 갖다 놓는 건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란 의미로 봐야 맞습니다. 그만큼 상대가 소중한 존재란 뜻이죠.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먹이를 내 놓은 셈이니까요.
고양이의 행동을 어느 정도 관찰하신 적이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반인 코너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명색이 과학 사이트인데 이런 황당한 내용이 사실인 것인 양 올라오다니 당황스럽습니다.

+ 덧글 쓰다보니 글 올리신 분이 수의사시네요.
아실만한 분이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리시다니... 허허..

+ 아, 물론 잘 봐달라는 뇌물로도 볼 수 있다 는 문구도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저렇게 쓰면 내용 전달 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 글의 내용대로라면 원래는 고양이 나름의 복수 이지만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다 란 의미가 됩니다. 제가 지적하는 건 대상에 대한 관점의 방향이그 반대이어야 맞다는 겁니다.
(고양이가 쥐를 물어 신발 옆에 놓는 행동을 복수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글의 주제에 맞지 않는 소재를 갖다 붙인 게 되겠고, 그건 필자의 실수이겠죠)
사소한 것에 딴지를 걸기 위해 덧글을 단 게 아니라 이런 글 하나하나가 해당 동물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 수 있어 그렇습니다. 정말 좋은 지식이란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자유로운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7-06-01

답글 0

시나브로
  • 평점   별 5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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