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질소발자국을 지워 미세먼지에 대처하자

<KISTI의 과학향기> 제3285호   2019년 01월 16일
겨울철 그나마 따뜻한 날에는 차마 외출할 수 없을 정도로 초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는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한파 뒤 미세먼지 창궐이 공식처럼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동물실험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체내에 축적돼 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우리 삶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 노력과 함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법을 찾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때 ‘질소발자국’이라는 개념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질소발자국은 미세먼지의 원인과 현황을 파악하는 도구
 
질소화합물은 공기의 약 78%를 차지하는 질소(N₂)와 다르다. 질소와 다른 원소의 화합물이며,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질소는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지 않는 안정한 물질이지만, 질소화합물은 화학반응을 통해 유해물질을 생성한다.
 
질소산화물의 한 종류인 이산화질소(NO₂)는 햇빛과 반응해 오존(O₃)과 초미세먼지(PM2.5)를 만들어 스모그를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질소산화물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질소산화물은 공장과 자동차, 선박, 비행기의 배기가스 등에서 나온다. 토양에서 강과 바다로 유출된 질산성질소(NO₃-)는 조류의 먹이가 돼 녹조현상을 일으킨다. 질산성질소는 암모니아와 더불어 미세먼지의 주요 구성 성분이기도 하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전 세계 단위면적 당 질소화합물 배출량은 연간 1.05톤/km2에서 1.25톤/km2으로 약 19%나 증가했다. 2010년 질소화합물 배출량의 75%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일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점차 커지고 있는 질소화합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2012년 처음 등장한 개념이 바로 ‘질소발자국’이다. 질소발자국은 개인이 생활과 소비활동을 할 때 배출되는 질소의 양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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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질소산화물의 한 종류인 이산화질소(NO₂)는 햇빛과 반응해 오존(O₃)과 초미세먼지를 만들어 스모그를 일으킨다.
 
한국은 세계 7위 질소화합물 배출 기여국
 
호주 시드니대 물리학부 맨프레드 렌젠 교수팀은 전 세계의 질소발자국을 계산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2016년 1월 25일자에 발표했다. 그 결과 2010년 한해, 전 세계 188개국에서 배출한 질소화합물에 포함된 질소의 총량은 약 1억 8900만 톤이었다. 이 중 85.2%는 산업과 농업 분야에서 배출됐고, 나머지 14.8%는 소비자들이 배출한 쓰레기에서 나왔다. 배출량 기준으로 중국과 인도, 미국, 브라질에서 전 세계 질소의 거의 절반(47%)을 배출했다.
 
하지만 질소 배출 상품을 수출·수입하는 양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과 독일, 영국, 홍콩이 50% 이상으로 상위였다. 이는 중국과 인도 등의 나라에서 배출한 질소화합물의 일부가 일본과 독일 등 여러 나라에 상품을 수출하면서 나왔다는 뜻이다. 질소발자국을 계산할 때는 이 양을 중국이나 인도가 아니라 일본이나 독일에 포함시킨다. 연구팀은 한 나라가 수입한 상품에 포함된 질소 배출량(수입량)에서 그 나라가 수출한 상품에 포함된 질소량(수출량)을 뺀 값을 구해 비교했다. 한국은 총 수입량이 총 수출량보다 더 많은 나라 중 7위였다.
 
연구팀은 무역으로 인한 배출량과 국내 배출량을 함께 고려해 국민 개개인의 연간 질소발자국을 계산했다. 한국인의 질소발자국 36kg은 세계 평균인 27kg보다 높은 수치다.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가 가난한 나라보다 질소 배출량이 10배 이상 많았다.
 
한국, 소고기와 의류로 질소 배출
 
연구팀의 분석 결과, 2010년 한국이 수입한 상품에 포함된 전체 질소 배출량의 15%가 미국에서 육류를 생산, 가공,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한국의 육류 수입이 미국 중서부 지역의 공기 및 수질오염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의복도 빼놓을 수 없다. 연구팀은 한국의 질소 배출 상품 수입량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25%)이 중국에서 오는 의류라고 분석했다. 그로 인한 공기 및 수질오염 피해는 중국남부 광둥성과 동부 산시성 신장 지역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광둥성은 중국의 대표적인 섬유, 직물, 염색공업 지역이고, 신장은 주요 면화 생산지다.
 
대안은 결국 소비자들의 관심과 실천이다. 질소발자국이 큰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국 버지니아대 환경과학과 제임스 갤러웨이 교수팀은 2014년 학교나 기관 단위로 질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환경연구레터스’에서 밝혔다. 2010년 버지니아대에서 배출한 질소화합물을 분석한 결과, 질소발자국을 고려해서 교내 식음료 공급과 전기에너지 소비, 하수처리 방식을 개선하면 2025년까지 최대 18%까지 질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상품별 질소발자국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하고,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질소발자국을 줄이는 쪽에 맞춰지면 소비국과 생산국의 산업 및 무역 구조 역시 자연스럽게 그에 맞게 변할 수 있다. 말릭 연구원은 “개개인이 음식물 소비와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체 질소화합물 배출량의 14.8%는 생활쓰레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글: 최영준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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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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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배워갑니다.
미세먼지로 중국을 탓할 문제만은 아닌것이라 생각하고, 자국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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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풍
  • 평점   별 5점

질소발자국이라는 개념이 있군요. 그걸로 따지면 북미나 유럽등의 배출량이 낮은 선진국들도 할말이 없겠네요. 소비와 쓰레기 생산은 현대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만큼, 개개인의 노력보다 전지구적 단위로 국가와 기업에 책임을 물리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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