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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이주, 과연 안전할까?
<KISTI의 과학향기> 제2934호 2017년 05월 10일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집어던지며 아빠에게 달려간 태연, 깔깔대면서 친구 말숙이를 흉보느라 여념이 없다.
“오늘 과학시간에 선생님께서 애들한테 미래에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말숙이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화성 이주 전문 이삿짐센터 사장이 되겠다는 거예요. 말숙 익스프레스라는 회사를 차려서 전 우주에 이름을 떨치겠다고요. 깔깔깔. 걔 진짜 엉뚱하지 않아요? 사람이 살 수도 없는 화성에 이삿짐센터가 대체 말이 되냐고요.”
“오호, 말숙이가 똑똑한 애구나?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요즘 세계적으로 화성 이주가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니까 말이야.”
“예에? 그럼 말숙 익스프레스가 가능하다는 말씀이세요? 제가 말숙이 별로 안 좋아하는 건 아시죠? 가급적 긍정적인 멘트는 피해서 설명해 주세요.”
“알지. 네가 좋아하는 녀석이 말숙이를 따라다닌다는 슬픈 사연쯤은 아빠도 알아요. 하지만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점만 보면, 말숙이의 꿈이 아주 허황된 건 아닐 수도 있어. 실제로, 지난 2015년 네덜란드의 비영리기구인 마스원이 화성 이주민을 모집한다고 하자, 전 세계에서 무려 2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지원을 했거든. 또 미국의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인 스페이스X는 앞으로 40~100년 내에 화성에 100만 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이미 진행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 예산을 역대 최고 규모로 늘린다는 법안에 서명까지 했단다. 예산을 늘려서 2033년까지 화성을 유인 탐사하겠다는 거야.”
“왜 그렇게 다들 화성에 못 가서 난리예요? 영화 ‘마션’에서 보니까 우주복 입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살아야 되고, 간신히 감자만 키워 먹던데 말이죠. 저는 치킨과 떡볶이가 없는 빨간 감자밭 행성에서 살 생각은 정말 눈꼽만큼도 없거든요. 오죽하면 맷데이먼 아저씨도 지구로 돌아오려고 그렇게 악착같이 애를 썼겠어요. 지구 환경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화성이 더 살기 좋은 건 아니잖아요?”
“물론, 그렇지. 사실 화성에서 사는 건 무척 위험한 일이란다. 일단, 대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와 질소 등으로 이뤄져 있고 산소가 없어요. 그래서 ‘마션’에서처럼 산소가 공급되는 우주복이나 우주캡슐 안에서 살아야 하는데,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런 장치가 파괴되면 그대로 사망할 수밖에 없지. 또 중력이 지구의 1/3에 불과한 것도 문제야. 중력이 낮으면 뼈와 근육이 약해져 건강을 유지하기가 아주 힘들어지거든. 거기다, 거대한 모래폭풍까지 길게는 몇 주씩 주기적으로 불어댄단다. 화성의 토양에는 인체에 해로운 고농도의 과염소산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런 토양이 폭풍처럼 몸에 들이닥치면 당연히 건강을 해치겠지.”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 화성에 가려고 하느냐고요.”
“그야, 급속하게 나빠지는 지구의 생존환경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니까 그렇지. 일단 화성이라는 대안을 하나 만들어놓으면 덜 불안하지 않겠니? 그나마 지금으로서는 태양과의 거리나 자전주기, 자전축 등의 조건이 지구와 가장 흡사한 게 화성이니까, 화성을 타깃으로 제2의 지구를 모색하는 거지. 최근 들어서는 아예 화성의 환경을 지구와 흡사하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되고 있어요.”
“예에? 지구처럼 만든다고요?”
“그래, 일명 테라포밍(terraforming)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거야. 테라포밍은 지구(terra)와 형성(forming)이라는 단어를 합쳐 만든 말로 ‘지구화’라고 해석할 수 있어. 그러니까, 화성을 테라포밍한다는 건 화성에 대기층과 자기장 등을 만들어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바꾸겠다는 말인 거지. 대기는 생명이 숨 쉬고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자기장 역시 태양에서 방출되는 강력한 방사선인 태양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테라포밍의 기본 조건이란다.”
“진짜 멋진 말이긴 한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제안된 방법은 아주 많아. 그중에 몇 가지만 얘기해 볼게. 먼저, 화성을 온난화하는 방법이 있단다. 이건 무려 56년 전에 칼 세이건이라는 미국 천문학자가 제안한 건데, 미생물을 조작해서 화성의 극지방에 번식시켜 화성 표면을 검게 만들면 거기에 태양열이 흡수되면서 얼음이 녹고, 결국 얼음 속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되면서 온실효과를 내 생명이 살 수 있게 된다는 이론이야. 그런데 이 방법으로는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차라리 극지방에 핵폭탄을 쏴 얼음 속에 갇힌 이산화탄소를 단번에 방출시키자는 제안을 한 사람도 있지.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스페이스X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다소 황당한 제안이라는 사람들이 많아.”
“와, 진짜 아이언맨 만큼 특이한 사장님이네요.”
“미항공우주국(NASA) 같은 경우에는 인공자기장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단다. 태양과 화성 사이에 자기발생장치를 설치해 놓으면 이것이 태양풍을 막아 화성의 대기가 두꺼워지고, 기온도 약 4°C까지 올라 이산화탄소가 많아질 거라는 이론이지. 또 거대한 우주거울을 만든 뒤 여기에 태양광을 반사시켜 화성 극지방의 얼음을 녹이자는 주장도 있어요.”
“짝짝짝!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다들 정말 좋은 시도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화성 이주가 황당무계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가만 들어보니 말숙이를 화성으로 확 보내버리고 제가 좋아하는 그 아이랑 천년만년 알콩달콩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거잖아요? 와, 상상만 해도 너무 좋아!”
“어휴, 너를 어쩌면 좋으니.”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김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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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2017-05-10
답글 0
참신하고새로운이야기감사합니다---!
2017-05-10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