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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꼬부랑 젊은이, 강직성 척추염 때문
<KISTI의 과학향기> 제2374호 2015년 04월 22일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걸어가고 있네~ ♪♬
길을 가다보면 노랫말처럼 허리가 둥글게 굽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꼬부랑’ 허리가 노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30대에도 허리가 ‘꼬부라’ 질 수 있다.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으로 척추의 인대나 힘줄에 만성 염증이 생기면서 등과 허리가 서서히 굳어지는 병인데 20~30대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의 뼈와 뼈 사이가 서로 붙기 때문에 몸을 앞이나 옆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젖히는 동작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대나무 척추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13)의 자료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지난 2013년에 35,592명으로 1,400명 당 1명꼴로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이름과 달리 희귀병은 아닌 것. 이 중 남성이 전체 70%(24,535명)로 여성에 비해 2.5배 많고 20~30대가 11,669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약 90%는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또 가족 중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있으면서 HLA-B27 유전자가 있는 경우, 발병 빈도가 10~30%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에서도 5% 정도는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균 감염이나 외상, 과로 등의 환경적 요인도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병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탓에 증상이 나타나고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5~20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대게 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조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상이 비슷한 질병과의 차이점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강직성 척추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엉덩이 통증이다. 왼쪽과 오른쪽이 번갈아가며 아프고, 새벽에 통증이 심해졌다가 아침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면서 증상이 나아진다. 이 때문에 피곤해서 잠시 나타난 증상이라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30% 정도는 눈의 포도막에 염증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거나 빛 번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무릎이나 발목이 이유 없이 붓는 증상도 나타난다.
또 병이 진행되면서 통증이 엉덩이에서 허리 쪽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기도 한다. 차이는 통증이 심해지는 시간대다. 디스크는 강직성 척추염과 반대로 낮 시간, 활동할 때 통증이 더해지고 누워서 쉬면 통증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소염진통제를 사용했을 때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는 효과가 좋지만 디스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20대 환자는 허리통증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관절염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아킬레스 건(뼈와 근육을 연결시키는 결합조직)이나 인대(뼈와 뼈를 연결시키는 결합조직)에 염증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갈비뼈와 흉골(가슴 중앙의 뼈) 결합부위 인대에 염증이 생기면서 가슴통증이 오기도 한다.
자가 진단법으로는 ▲40세 미만이면서 ▲허리 통증과 엉덩이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새벽이나 늦은 밤 통증이 더 심하다가 활동하면 나아지는 특징이 있으며, ▲가족 중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고 ▲발목이나 무릎이 자주 붓거나 ▲아킬레스건이나 가슴에 통증이 있다면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볼 필요가 있다.
진단은 X-ray, CT 또는 MRI 촬영으로 천장관절(허리의 마지막 관절과 골반뼈가 연결되는 부위의 뼈)의 염증 여부를 통해 확인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사실상 예방이 어려운 병이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해 치료한다면 척추가 휘고 굳는 증상을 막을 수는 있다. 일차적으로 치료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사용한다. 금연은 필수고, 스트레칭이나 수영과 같은 운동 용법도 병행한다. 말초관절에 염증이 생겼을 때는 주사를 이용해 관절 안으로 스테로이드제를 투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 이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TNF-α(tumor necrosis factor-α, 종양괴사인자) 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체내 면역작용을 억제하는 주사(항TNF제)를 사용한다. 이는 강직성 척추염 뿐만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염증성 장질환, 건선 등에도 사용하는데 모두 자가면역질환으로 근본적인 원인이 면역체계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주사는 근본적인 원인을 억제하기 때문에 치료효과는 좋다. 통증이 빠르게 호전되고 일상생활로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체내 면역시스템을 억제하기 때문에 폐렴이나 결핵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진다는 약점이 있다. 지난 2월 대학의학회지를 통해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항TNF약물을 투여받은 873명을 대상으로 결핵의 감염 위험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평균 결핵 위험도보다 결핵에 걸릴 확률이 41.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금연과 운동은 필수”라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척추 관절이 굳는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근육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수영이나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강조했다.
예방법이 없는 병에 있어 최선은 조기 치료다. 특히 사무실 근무가 많은 20~30대 중에는 만성 허리통증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다. ‘젊으니까 괜찮아’라는 과신보다 오늘만큼은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또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당연하거니와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하는 틈틈이 허리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잊지 말자.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길을 가다보면 노랫말처럼 허리가 둥글게 굽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꼬부랑’ 허리가 노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30대에도 허리가 ‘꼬부라’ 질 수 있다.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으로 척추의 인대나 힘줄에 만성 염증이 생기면서 등과 허리가 서서히 굳어지는 병인데 20~30대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의 뼈와 뼈 사이가 서로 붙기 때문에 몸을 앞이나 옆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젖히는 동작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대나무 척추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13)의 자료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지난 2013년에 35,592명으로 1,400명 당 1명꼴로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이름과 달리 희귀병은 아닌 것. 이 중 남성이 전체 70%(24,535명)로 여성에 비해 2.5배 많고 20~30대가 11,669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약 90%는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또 가족 중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있으면서 HLA-B27 유전자가 있는 경우, 발병 빈도가 10~30%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에서도 5% 정도는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균 감염이나 외상, 과로 등의 환경적 요인도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병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탓에 증상이 나타나고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5~20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대게 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조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상이 비슷한 질병과의 차이점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강직성 척추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엉덩이 통증이다. 왼쪽과 오른쪽이 번갈아가며 아프고, 새벽에 통증이 심해졌다가 아침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면서 증상이 나아진다. 이 때문에 피곤해서 잠시 나타난 증상이라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30% 정도는 눈의 포도막에 염증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거나 빛 번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무릎이나 발목이 이유 없이 붓는 증상도 나타난다.
또 병이 진행되면서 통증이 엉덩이에서 허리 쪽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기도 한다. 차이는 통증이 심해지는 시간대다. 디스크는 강직성 척추염과 반대로 낮 시간, 활동할 때 통증이 더해지고 누워서 쉬면 통증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소염진통제를 사용했을 때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는 효과가 좋지만 디스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20대 환자는 허리통증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관절염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아킬레스 건(뼈와 근육을 연결시키는 결합조직)이나 인대(뼈와 뼈를 연결시키는 결합조직)에 염증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갈비뼈와 흉골(가슴 중앙의 뼈) 결합부위 인대에 염증이 생기면서 가슴통증이 오기도 한다.
자가 진단법으로는 ▲40세 미만이면서 ▲허리 통증과 엉덩이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새벽이나 늦은 밤 통증이 더 심하다가 활동하면 나아지는 특징이 있으며, ▲가족 중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고 ▲발목이나 무릎이 자주 붓거나 ▲아킬레스건이나 가슴에 통증이 있다면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볼 필요가 있다.
진단은 X-ray, CT 또는 MRI 촬영으로 천장관절(허리의 마지막 관절과 골반뼈가 연결되는 부위의 뼈)의 염증 여부를 통해 확인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사실상 예방이 어려운 병이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해 치료한다면 척추가 휘고 굳는 증상을 막을 수는 있다. 일차적으로 치료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사용한다. 금연은 필수고, 스트레칭이나 수영과 같은 운동 용법도 병행한다. 말초관절에 염증이 생겼을 때는 주사를 이용해 관절 안으로 스테로이드제를 투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 이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TNF-α(tumor necrosis factor-α, 종양괴사인자) 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체내 면역작용을 억제하는 주사(항TNF제)를 사용한다. 이는 강직성 척추염 뿐만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염증성 장질환, 건선 등에도 사용하는데 모두 자가면역질환으로 근본적인 원인이 면역체계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주사는 근본적인 원인을 억제하기 때문에 치료효과는 좋다. 통증이 빠르게 호전되고 일상생활로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체내 면역시스템을 억제하기 때문에 폐렴이나 결핵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진다는 약점이 있다. 지난 2월 대학의학회지를 통해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항TNF약물을 투여받은 873명을 대상으로 결핵의 감염 위험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평균 결핵 위험도보다 결핵에 걸릴 확률이 41.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금연과 운동은 필수”라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척추 관절이 굳는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근육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수영이나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강조했다.
예방법이 없는 병에 있어 최선은 조기 치료다. 특히 사무실 근무가 많은 20~30대 중에는 만성 허리통증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다. ‘젊으니까 괜찮아’라는 과신보다 오늘만큼은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또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당연하거니와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하는 틈틈이 허리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잊지 말자.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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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이라도 잠시잠시 스트레칭을,,,,
20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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