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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 가족애, 동료애 넘치는 동물들
<KISTI의 과학향기> 제1599호 2012년 05월 07일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21일 부부의날…. 유독 가족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5월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족을 챙기는 건 인간뿐만이 아니다. 가족애, 동료애가 넘치는 동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물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인간과 같이 가족이나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는 동물들을 보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인간의 문화가 대개 전쟁 중심으로 발전해 온 단기적이라는 것에 비해 동물들의 문화는 주로 평화적이고 상호 협력적이며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 왔다.
늑대는 동물에게는 흔치 않은 일부일처제를 평생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부가 무리를 이끌며 수컷은 사냥을, 암컷은 육아를 담당한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죽기 전에는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 쪽이 죽어서 재혼을 하더라도 기존 배우자의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운다. 새끼가 장성하면 생식을 하지 않는 대신 동생들을 돌보거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이성을 만나 새로운 무리를 만든다. 평소에는 감히 공격할 수 없는 곰이지만,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처하면 물불 안 가리고 공격할 정도로 가족애가 유별나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선 동물들이 건기에 대 이동을 한다. 그리고 여행의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 거친 물살의 거대한 마라 강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는 악어들이 몇 달 전부터 배를 비우고 얼룩말과 누 떼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강물 앞에 도착한 누 떼는 위험한 물살과 눈만 뻐끔 내놓고 바라보는 악어들을 보고 행군을 주춤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선두그룹의 누군가는 반드시 먼저 그 강물로 뛰어든다.
만일 동료들이 뛰어든 동료를 그대로 보고만 있다면 아마도 뛰어든 동료는 그대로 희생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무리들도 그를 따라서 한꺼번에 물로 뛰어들어 그의 주위를 둘러싼다. 물론 그가 맨 먼저 악어에게 희생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용감하게 적진에 뛰어든 라이언 일병과 그를 거침없이 구하러 달려가는 무리들, 그들에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한해에 적어도 두 차례 이상은 반드시 하는 일이다.
동굴 벽에 온몸을 맞대고 붙어 생활하는 박쥐들 역시 동료애가 강하다. 흡혈박쥐의 경우 매일 몸무게의 반 이상이 되는 피를 먹어야 하는데, 40시간가량 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죽게 된다. 주위에 피를 공급받지 못해 죽어가는 동료가 있으면 이들은 자신의 위에서 피를 토해 나눠준다. 흡혈박쥐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박쥐들은 다치거나 임신한 동료, 혹은 새끼를 안고 있어 제대로 먹이 활동을 못하는 동료들을 위해 먹이를 물어와 그의 입에 넣어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방에 사는 일본원숭이와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하나의 털북숭이가 되어 추운 겨울밤을 이겨낸다. 영하 50도에 이르는 남극의 겨울, 황제펭귄들은 휘몰아치는 눈폭풍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과 몸을 밀착시킨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동료의 등에는 새하얀 서리가 내리지만 동료들과 체온을 나눈 몸 안쪽은 그저 따뜻하기만 하다. 가장 안쪽의 온도는 가장 바깥쪽의 온도와 무려 10도가량 차이가 난다. 안쪽에 있던 펭귄들의 몸이 녹을 때 쯤 외각의 펭귄들과 교대를 하는데, ‘허들링’이라 불리는 이런 동작들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서로 협력해 체온을 유지한다.

[그림]황제펭귄은 동료들과 몸을 밀착시켜 눈폭풍과 추위를 견뎌낸다. 사진 제공 : mbc
사슴이나 멧돼지의 새끼들은 어미에게 없는 반점 무늬와 줄무늬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런 무늬는 ‘나는 새끼이니 공동으로 보호해 주고 돌봐주라’는 일종의 무리 내에 통용되는 명령장 같은 것이다. 그래서 새끼들은 누구에게나 배려와 돌봄을 받는다.
코끼리는 죽은 동료의 시체 앞에 모여 애도의 의식을 치른다. 다 큰 어른 코끼리만 참가하는데, 시체 주위를 몇 번 돈 다음 아이들을 이끌고 가던 길을 떠난다.
이 밖에도 몽구스는 부모가 집에 없을 때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땅다람쥐는 적을 보면 소리를 질러 무리들을 먼저 대피시키는 희생정신을 발휘하기도 한다.
비단 자신의 무리뿐 아니라 악어와 악어새, 개미와 진딧물 등 다른 종끼리 협력하며 살아가는 공생관계도 있다. 사바나에 사는 키 크고 앞 잘 보는 기린과 냄새, 소리에 민감한 얼룩말은 상호 보완 감시자 역할을 한다. 기린이 먼 곳의 적을 발견하고 뛰기 시작하면 얼룩말과 영양들도 함께 뛴다. 반대로 얼룩말 떼가 냄새나 소리를 통해 적을 느끼고 놀라서 뛰면 기린 역시 함께 뛴다.
이처럼 동물들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런 행동들이 무리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라 해도, 이들을 통해 서로를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배운다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글 : 최종욱 동물칼럼니스트(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연구부 축산물검사과 주무관)
동물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인간과 같이 가족이나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는 동물들을 보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인간의 문화가 대개 전쟁 중심으로 발전해 온 단기적이라는 것에 비해 동물들의 문화는 주로 평화적이고 상호 협력적이며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 왔다.
늑대는 동물에게는 흔치 않은 일부일처제를 평생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부가 무리를 이끌며 수컷은 사냥을, 암컷은 육아를 담당한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죽기 전에는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 쪽이 죽어서 재혼을 하더라도 기존 배우자의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운다. 새끼가 장성하면 생식을 하지 않는 대신 동생들을 돌보거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이성을 만나 새로운 무리를 만든다. 평소에는 감히 공격할 수 없는 곰이지만,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처하면 물불 안 가리고 공격할 정도로 가족애가 유별나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선 동물들이 건기에 대 이동을 한다. 그리고 여행의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 거친 물살의 거대한 마라 강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는 악어들이 몇 달 전부터 배를 비우고 얼룩말과 누 떼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강물 앞에 도착한 누 떼는 위험한 물살과 눈만 뻐끔 내놓고 바라보는 악어들을 보고 행군을 주춤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선두그룹의 누군가는 반드시 먼저 그 강물로 뛰어든다.
만일 동료들이 뛰어든 동료를 그대로 보고만 있다면 아마도 뛰어든 동료는 그대로 희생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무리들도 그를 따라서 한꺼번에 물로 뛰어들어 그의 주위를 둘러싼다. 물론 그가 맨 먼저 악어에게 희생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용감하게 적진에 뛰어든 라이언 일병과 그를 거침없이 구하러 달려가는 무리들, 그들에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한해에 적어도 두 차례 이상은 반드시 하는 일이다.
동굴 벽에 온몸을 맞대고 붙어 생활하는 박쥐들 역시 동료애가 강하다. 흡혈박쥐의 경우 매일 몸무게의 반 이상이 되는 피를 먹어야 하는데, 40시간가량 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죽게 된다. 주위에 피를 공급받지 못해 죽어가는 동료가 있으면 이들은 자신의 위에서 피를 토해 나눠준다. 흡혈박쥐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박쥐들은 다치거나 임신한 동료, 혹은 새끼를 안고 있어 제대로 먹이 활동을 못하는 동료들을 위해 먹이를 물어와 그의 입에 넣어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방에 사는 일본원숭이와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하나의 털북숭이가 되어 추운 겨울밤을 이겨낸다. 영하 50도에 이르는 남극의 겨울, 황제펭귄들은 휘몰아치는 눈폭풍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과 몸을 밀착시킨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동료의 등에는 새하얀 서리가 내리지만 동료들과 체온을 나눈 몸 안쪽은 그저 따뜻하기만 하다. 가장 안쪽의 온도는 가장 바깥쪽의 온도와 무려 10도가량 차이가 난다. 안쪽에 있던 펭귄들의 몸이 녹을 때 쯤 외각의 펭귄들과 교대를 하는데, ‘허들링’이라 불리는 이런 동작들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서로 협력해 체온을 유지한다.

[그림]황제펭귄은 동료들과 몸을 밀착시켜 눈폭풍과 추위를 견뎌낸다. 사진 제공 : mbc
사슴이나 멧돼지의 새끼들은 어미에게 없는 반점 무늬와 줄무늬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런 무늬는 ‘나는 새끼이니 공동으로 보호해 주고 돌봐주라’는 일종의 무리 내에 통용되는 명령장 같은 것이다. 그래서 새끼들은 누구에게나 배려와 돌봄을 받는다.
코끼리는 죽은 동료의 시체 앞에 모여 애도의 의식을 치른다. 다 큰 어른 코끼리만 참가하는데, 시체 주위를 몇 번 돈 다음 아이들을 이끌고 가던 길을 떠난다.
이 밖에도 몽구스는 부모가 집에 없을 때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땅다람쥐는 적을 보면 소리를 질러 무리들을 먼저 대피시키는 희생정신을 발휘하기도 한다.
비단 자신의 무리뿐 아니라 악어와 악어새, 개미와 진딧물 등 다른 종끼리 협력하며 살아가는 공생관계도 있다. 사바나에 사는 키 크고 앞 잘 보는 기린과 냄새, 소리에 민감한 얼룩말은 상호 보완 감시자 역할을 한다. 기린이 먼 곳의 적을 발견하고 뛰기 시작하면 얼룩말과 영양들도 함께 뛴다. 반대로 얼룩말 떼가 냄새나 소리를 통해 적을 느끼고 놀라서 뛰면 기린 역시 함께 뛴다.
이처럼 동물들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런 행동들이 무리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라 해도, 이들을 통해 서로를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배운다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글 : 최종욱 동물칼럼니스트(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연구부 축산물검사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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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즘은 인간이 동물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걸까요... 특히 정치계를 보면... 동물들의 상호협력정신을 좀 본받아야 겠습니다.
2012-05-11
답글 0
배울 점이 아주 많습니다. 좋은 기사에 항상 감사합니다. 과학향기 응원합니다!
2012-05-09
답글 0
이런 동물이나 생물을 보고 본받아야겠어요.
2012-05-07
답글 0
상부상조
2012-05-07
답글 0
아주 유익한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항상 이 사이트를 보고 갈때마다 느끼는점음 과학의 향기를 정말 잘 선택했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쾌감을 느낌니다 오늘도 좋은 칼럼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05-0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