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COOKING의 과학] 황금빛 가을철 영양과 맛의 보고, 대하

<KISTI의 과학향기> 제2484호   2015년 09월 23일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도 지나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 속에서 가을을 느낀다. 가을은 무릇 오곡백과의 추수철이라 먹을거리가 가장 풍부한 계절이지만 이 가을에 딱 먹기 좋은 바닷가 식재료는 따로 있다. 말 그대로 몸집이 큰 새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대하(大蝦)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우는 약 90여종에 이르는데, 바다에 서식하는 새우는 보리새우, 대하, 중하, 꽃새우, 젓새우, 도화새우 등이 있다. 대하는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새우로 왕새우라고도 한다. 대하는 봄바람 따라 서해의 얕은 바다로 나와 산란을 한다. 다 자란 새우는 남서풍이 불 때 좀 더 깊은 바다로 나간다. 이 시기가 살이 통통하고 맛이 제일 좋을 때로 지금이 제철이다.

옛날부터 대하는 서해안의 명물이었다. 지금도 서해안 쪽 외포, 소래, 태안, 보령까지 대하천지고, 안면도, 남당, 무창포 등은 가을철 대하 축제까지 열어 우리들을 대하의 세계로 유혹한다. 오래 전 조선시대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에서 쓴 <자산어보>(1814)에도 대하가 등장한다. “대하는 빛깔이 희거나 붉다. 흰 것은 크기가 두 치(약 6cm), 보랏빛인 것은 크기가 5~6치(15~20cm)에 이른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붉은 수염이 몸길이의 세 배나 된다”고도 했다. 이 수염 때문에 중국에서는 긴 수염을 두고 ‘해로(海老)’ 즉 바다의 노인으로 표현했다. 또한 새우는 암수가 구별되는데 크기만 보면 암컷이 수컷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암컷은 붉은 보랏빛을 띠며, 수컷은 하얀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띤다.

대하는 초가을, 쌀쌀해질 무렵이 특히 좋은데 이는 대하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질 좋은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많으며, 특히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서 뼈 건강과 원기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는 출장 가는 남편에게 대하를 먹이지 말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대하가 양기에 좋은 강장 식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하를 한 때 기피하기도 했는데, 이는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물론 대하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다. 대하 100g당 약 300mg으로 적은 양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100g당 420mg정도가 들어 있는 달걀보다는 오히려 적은 양이다. 그런데 최근 대하가 괜찮다고 보는 이유는 대하에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이 혈압을 안정시키고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병 주고 또한 약도 함께 준 셈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부신 피질 호르몬, 성 호르몬과 같은 여러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물질이고 또한 담즙을 만드는 데에도 필요하다. 담즙은 지방질 물질을 소화하고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호르몬 기능과 두뇌활동이 저하되고 피부도 까칠해진다. 그래서 피부가 윤기 나게 하려면 콜레스테롤을 적당히 먹어주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을 제한하면 오히려 혈관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하는 살이 많고 맛이 좋은 고급 새우로 어업이나 양식을 통해 잡힌다. 경제성이 높고 보리새우에 비해 기르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많이 양식되고 있다. 그래서 대하는 자연산과 양식이 있는데 그것은 꼬리와 뿔로 구분 한다. 꼬리가 분홍색을 띠면 양식이고, 뿔이 머리보다 밖으로 길게 나오면 자연산이다. 그리고 수염을 보는데, 자연산은 수염이 자신의 몸보다 두 배 이상 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하를 골라야 할까? 몸이 투명하고 윤기가 나는 것과 껍질이 단단한 것이 좋다. 물론 머리와 꼬리가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하를 보관해두었다가 먹으려면 깨끗이 손질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고 한 달까지는 보관해서 먹어도 된다. 그리고 대하는 이쑤시개를 이용해 등의 두 번째 마디에서 긴 내장을 빼내고 옅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는다.

대하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과거 조선시대에도 우리 조상들은 대하를 무척 즐겼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1820)에서는 “빛깔이 붉고 길이가 한 자 남짓 한 것을 대하라고 하는데 회에 좋고, 국으로도 좋고, 그대로 말려서 안주로도 한다”고 적어두었다. 또한 <증보산림경제>나 <군학회등>에서 대하는 쪄서 볕에 말려 두고 겨울에 먹는다고 했다. 조선의 유명한 미식가인 허균이 쓴 <도문대작>(1611)에는 도하(桃蝦)가 기록돼 있는데, “주로 서해에서 나며 알로 젓을 담그면 매우 좋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하의 감칠맛을 그대로 살린 소금구이가 단연 인기다. 특히 은박지를 얹은 석쇠에 소금을 깔고 구워서 먹는 소금구이는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튀김이나 구이로 먹을 때는 껍질째 먹기도 한다. 그런데 대하를 제대로 먹는 사람은 머리만 먹는다고 하니 머리를 떼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머리를 바삭하게 구우면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대하와 꽃게를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해서 끓이는 대하꽃게탕은 역시 이 계절의 별미다. 대하는 특히 부추나 아욱, 마늘과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이런 채소들은 항산화물질도 풍부하고, 대하에 부족한 비타민C나 섬유소가 많아 영양적으로도 궁합이 좋다.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 이왕 여행을 떠날 거면 서해안 바다가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바다 풍경도 즐기고 싱싱한 대하를 소금구이로도 먹고, 다양한 채소를 듬뿍 넣어 끓인 대하꽃게탕으로도 즐기면서 여름철 손상된 마음과 원기를 회복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제철 식재료를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한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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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 평점   별 5점

대하에 대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이글을 보니 대하가 먹고 싶네요^^

20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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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세마리
  • 평점   별 5점

작년 이맘때 노량진에서 먹었던 대하 소금구이를 잊을 수 없습니다. 역시 대하 철이라 맛있었던 것 같아요.

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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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 평점   별 5점

....좋지요~ 대하^, 알고 먹으면 더 좋지요~ 대하^

2015-09-24

답글 0

윤승환
  • 평점   별 5점

잘 보았습니다. 맛이 좋아 인기가 많은 대하에도 이처럼 놀라운 과학상식이 담교져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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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 평점   별 5점

잘 구워진 바싹한 대하에 한잔의 술이 어울리는,,촉촉히 비내리는 김해입니다~
대하 먹을때 뿔이 머리보다 긴지 확인해보는 버릇이 생길것 같아요~^^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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