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강박성 성격 장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KISTI의 과학향기> 제3477호 2019년 12월 18일늘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모든 일을 100% 해내고자 하는 완벽주의는 때로는 성공을 위한 조건이지만 때로는 개인의 건강을 갉아 먹는 강박성 성격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완벽주의자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완벽해야 해서 조급하고, 완벽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
의학적으로 완벽주의는 ’강박성 성격장애‘와 맞닿아 있다. 이 성향의 사람들의 모토는 ’사람이라면 매사 더 잘해야 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다.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박성 성격장애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 완벽주의다.
이 성향의 사람들은 ’더 잘해야 해서‘, ’더 노력해야 해서‘ 늘 계획을 무리하게 세우기 때문에 항상 바쁘고 조급하다. 완벽함을 위해 세부 사항에 집중하다 오히려 큰 맥락을 놓치거나 일을 제 시간에 끝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완벽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일의 마감 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시험 공부 방식에서도 성향이 드러난다. 강박성 성격장애 성향의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해도 시험 범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려고 애쓴다. 내용을 한 번다 보는 것에 매인 나머지 정작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을 암기하는 데는 시간을 충분히 쓰지 못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미국 정신의학회가 출판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의 진단 기준을 보면 이 외에도 지나치게 도덕적이거나 양심적이고, 언제 어떻게 쓸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물건을 잘 못 버리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돈에 인색하거나 돈 걱정을 많이 한다는 특징도 있다.
사진. 지나친 완벽주의는 오히려 일을 시작도 못하게 만들고 이는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강박성 성격장애의 의학적 치료법은 인지 행동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완벽한 성공 아니면 모두 실패로 치부하는 흑백논리를 지양하고 실패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는 등 긍정적으로 사고하라는 가이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0과 100으로만 평가하던 사고에서 벗어나 60점, 80점 등으로 평가를 세분화하고 이를 언어 습관에 적용할 것을 조언한다. 예를 들어 “이번 시험은 망쳤어”어 대신 이번 시험은 세 문제 틀렸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인지 치료의 목표는 사실 ’괜찮아‘할 수 있는 마음이다. 실수 좀 해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부모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하지 않았던, 혹은 사랑받기 위해 지켰던 규칙들과 상관없이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강박을 하는지 아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강박하는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말해 주면 된다. 괜찮다, 다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과학향기 Story] 점점 더워지는 여름, 건물 온도를 낮출 방법은?
- 올해 여름은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은 이전 최고 기록인 2018년보다 0.3℃ 높은 25.6℃를 기록했다. 심지어 폭염과 열대야도 그 어느 해보다 잦았다. 사람들은 지속된 찜통더위를 견디기 위해 건물에선 쉴 새 없이 에어컨을 가동했다. 그 결과 일별 최고 전력 수요도 97.16GW(8월 20일)로 관측 역사상 최고...
-
- [과학향기 Story] 강의실 천장이 높으면 시험을 망친다?
-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 가기 싫었어 열 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다들 한 번쯤 한스밴드의 ‘오락실’ 가사에 공감해 보았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한 것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순간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데 최근 시험을 망친 이유를 제시해 주는 흥미로운 연구가 환경심리학 저널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
-
- [과학향기 Story] 수혈 걱정 끝… 인공혈액 시대 눈 앞에?
- 군부대나 예비군 훈련장, 대학교 근처에 세워진 헌혈차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헌혈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의 헌혈이 줄어드는 추세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6~29세 사이 헌혈이 2005년 186만 7,188건에서 2023년 152만 8,245건으로 감소했다. 출산율 저하로 헌혈을 많이 하는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데, 수혈이...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for Kids] 종이에 베이면 왜 이렇게 아플까?
- [과학향기 Story] 프로포폴을 맞으면 왜 정신을 잃을까?
- [과학향기 Story] 수혈 걱정 끝… 인공혈액 시대 눈 앞에?
- [과학향기 Story] 인체에서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 [과학향기 Story] 내 안의 화를 날려 버릴 최고의 방법은?
- [과학향기 for Kids] 따가운 뙤약볕으로부터 피부를 지켜라!
- [과학향기 Story] 환관의 장수 비결, '생식세포'에 있다?
- [과학향기 for Kids] 의사 개미, 스스로 약초를 바르는 오랑우탄… 동물의 슬기로운 치료생활
- [과학향기 Story] 수면과 뇌 노폐물 청소, 서로 관련 없다?
- [과학향기 Story] 알약 한 알이면 오늘 운동 끝?
ScienceON 관련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