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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보조배터리, 이젠 안녕! 호주머니에 넣고 충전하는 시대가 온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129호 2025년 01월 20일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 문제는 배터리다. 휴대전화 스펙 상으로는 한 번 충전에 하루 종일 쓸 수 있다지만 유튜브를 보다 보면 금방 닳기 마련이다.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니면 좋으나 너무 거추장스럽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최근 국내 연구진이 3차원 공간 어디에서나 전자기기 무선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말 그대로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는 것만으로도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이 기술을 스마트 공장에 적용한다면? 각종 물류 로봇이 일을 하는 와중에도 충전할 수 있다.
사진 1. 무선 충전 기술을 활용하면 스마트 공장의 물류 로봇이 일하는 와중에도 충전할 수 있게 된다. ⓒshutterstock
무선 충전이지만 아직은 무선 충전이 아닌
UNIST 전기전자공학과 변영재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전기 공진’ 무선 전력 전송(ERWPT)이라는 방식을 통해 벽, 바닥, 공중 등 3차원 공간에서 자유롭게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이다. 이는 ‘자기 유도’ 혹은 ‘자기 공명’ 방식을 쓰는 기존 무선 충전의 한계를 극복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자기 유도 방식의 휴대전화 무선 충전은 반드시 충전 패드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야 한다. 이는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전자기 유도란 전기와 자기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전류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자기장이 변할 때 그 변화로 전기가 생기는 것을 뜻한다. 이 원리는 영국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입증했다. 패러데이는 자기장이 변하면 전압이 유도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알아냈다.
무선 충전기는 충전 패드와 휴대전화 내부의 충전 코일로 구성되는데, 충전 패드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발생한다. 이 자기장은 패드 위에 놓인 휴대전화의 코일로 전달되며, 코일을 지나가는 자기장이 변하면서 유도 전압이 생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압은 전류로 변환되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사용된다. 단, 충전 효율을 높이려면 충전 패드와 휴대전화 속 두 코일의 거리를 가깝게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무선 충전이지만 사실상 유선 충전과 큰 차이가 없다.
사진 2. 오늘날 상용화된 무선 충전기는 충전 패드와 휴대전화 속 코일의 거리를 가깝게 유지해야해, 유선 충전과 큰 차이가 없다. ⓒ클립아트코리아
반면, 자기 공명 방식을 이용한 휴대전화 충전은 자기 유도 방식과 달리 공명 현상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 방식에서는 충전기와 휴대전화의 코일이 동일한 공진 주파수로 진동하면서 에너지를 멀리 전달한다. 따라서 자기 공명 방식은 코일 간의 거리가 1m 정도 멀어도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여러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도 있어 효율성이 높다. 다만 이 방식도 아직 완전히 상용화가 되지는 않았으며, 무엇보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충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스마트한 미래는 완전한 무선 충전에 있다
전기 공진 무선 전력 전송은 자기 공명 방식의 이런 단점을 상쇄할 차세대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전기적 공진 현상을 이용해 에너지를 비접촉 방식으로 전달한다. 송신기와 수신기가 동일한 공진 주파수에서 진동하도록 설계되어 공진 주파수에서 송신기의 전압이 증폭되고 이를 통해 수신기로 높은 전력을 전달할 수 있다. 송신 장치에서는 전류가 흐르며 고주파 전기장을 생성하는데 수신기는 이 전기장을 동일한 공진 주파수로 받아들여 에너지를 수신한 뒤 이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여 기기에 전력을 공급한다.
전기 공진 방식은 공진 주파수를 정확히 맞추는 경우 에너지를 손실 없이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자기 유도 방식에 비해 더 긴 거리에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하나의 송신기로 여러 수신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어 메가헤르츠(MHz) 이상의 고주파 대역을 사용해 높은 에너지 전송 효율을 구현한다.
UNIST 연구진은 송수신기의 물리적 구조를 개선하여 ‘오픈 바이 필러 코일(Open bifilar coil)’ 구조를 적용해 전기 공진의 효율을 크게 높였다. 이 구조는 기존 코일 구조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기장을 형성하여 더 먼 거리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충전 테스트 결과 연구진은 가로, 세로, 높이가 최대 2m인 공간에서 46%의 무선 전력 전송 효율을 얻는 데 성공했다. 여러 개의 수신기를 한 공간에 배치해도 전력은 동일한 효율로 전송돼 다수의 전자기기 동시 충전도 가능했다. 연구진은 3차원 공간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을 이뤄낸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3. 연구팀은 전기장을 이용한 전기공진 방식의 무선 충전기를 만들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스마트 공장의 물류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자동으로 충전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UNIST
기술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언제 어디서나, 주머니에 넣어도 충전되는 휴대폰은 물론 달리면서 충전되는 전기차나 인체 내부에 삽입되는 의료기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무선 센서 네트워크, 드론 충전 등 다양한 산업에도 응용될 수 있다. 스마트한 미래는 무선 충전을 얼마나 완전하게 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글 : 권오현 과학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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