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니모 아빠, 알고보니 트렌스젠더
<KISTI의 과학향기> 제764호 2008년 05월 28일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은 열대바다 속 말미잘과 공생관계로 유명한 크라운피쉬(흰동가리)이다. 아빠인 마린이 잃어버린 아들 니모를 찾아서 도심 속까지 진출해 마침내 니모를 구해오는 생생한 모험여정을 그렸다.
미아가 많은 요즘, 마치 잃어버린 자식 찾기에 나선 눈물겨운 아빠의 사연을 보는 듯 감정이입이 되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그런데 과학의 눈으로 보면 조금 생각해 볼 것이, 과연 이 영화가 생물학적으로 타당한가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엄마 아빠 자식의 구분은 물고기들에겐 조금 더 복잡하게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는 제대로 엄마 아빠 노릇하는 물고기가 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또한 이 크라운피쉬는 특이하게도 ‘자웅동체’ 물고기이다. 즉 한 개체가 마음먹기(?) 따라 수컷도 될 수 있고 암컷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단지 한 방울의 성호르몬뿐이다. 암컷은 수컷보다 2~3배 더 크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난자 생산을 위해 암컷이 커지고, 저 에너지의 정자생산을 하는 수컷들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고 말한다. 이건 물고기에만 적용되는 원칙이겠지만 크라운피쉬 무리 내에서 생식능력을 가진 수컷은 많이도 필요 없고 단 한 마리면 족하다. 그야말로 ‘아마조네스(신화 속 여인왕국)’가 따로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 수컷이었다가 그중 큰 것이 암컷이 되어 번식을 하는데, 결국 암컷으로 되어야만 비로소 안정된 말미잘 속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크라운피쉬는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해서 말미잘 안에 들어가 공생하는 습성이 있다. 말미잘 안에 집을 짓고 살면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말미잘에게 물고기들을 유인해 준다. 말미잘의 촉수에는 독을 지닌 쐐기세포가 있어 침입자나 먹이감이 접근하면 총을 쏘듯이 쐐기세포를 발사해서 먹이를 마비시킨 후 먹는다. 그러나 크라운피쉬는 특별한 점액으로 온몸을 둘러싸고 있어 말미잘의 독을 맞아도 안전하다. 이렇게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살아가기 때문에 크라운피쉬를 아네모네(말미잘)피쉬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미잘 속 세력을 점하고 있는 1마리 암컷은 심지어 수컷을 괴롭혀 성전환을 방해하기도 한다. 자기들 입장으로서는 경쟁자가 그만큼 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수컷들 중에서 크고 힘이 센 수컷이 암컷이 되는데 암컷은 몸집이 크고 힘이 센 것을 이용해 수컷이 성전환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위압감을 준다. 크라운피쉬는 텃새가 심한 동물이라서 말미잘의 공간이 충분할 때는 새끼들과 함께 살지만 다 자란 새끼는 다른 말미잘을 찾아가야 한다.
그럼 이렇게 매일 괄시받는 상황에서 과연 아빠 마린이 아들 니모를 찾아 떠날 수 있을까? 사실 그건 굉장히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항상 말미잘 속에서 생활을 하는 크라운피쉬로서는 말미잘 주변을 떠난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말 슬프고 안타깝지만 말미잘 숲에서 밀려난 어린 새끼 니모는 마치 까마득한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진 아이의 운명에 비유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살아난다면 니모는 혼자서 어떻게든 다시 돌아와야 한다.
이처럼 신기한 ‘자웅동체’ 현상은 하등생물의 경우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고등생물에서는 어류, 양서류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런 종류의 물고기는 크라운피쉬 외에도 400여 종이 더 넘는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붕어 역시 자웅동체 물고기인데 암컷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낚시질을 하면 대부분 알을 품은 암컷이 잡힌다. 물고기 세계의 암컷 선호주의는 다시 더 하등의 곤충세계로 넘어가면 극점에 이르게 된다. 사마귀 암컷이 교미중인 수컷을 잡아먹고 암거미 역시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현상은 너무도 유명하다.
니모 이야기의 주인공이 크라운피쉬가 아니라 해마나 큰가시고기였다면 아주 그럴 듯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자기 삶의 터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는 여전히 지니고 있다. 이들 두 물고기는 누구나 알다시피 눈물겨운 부성애로 유명하다. 그 두 종의 물고기 아비는 자식이 알에서 부화할 때까지 새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결국 새끼들이 모두 떠나면 가시고기의 경우는 너무 지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한다.
아마도 니모 이야기에 크라운피쉬를 택한 것은 화려한 외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물고기마다 습성이 다를 뿐이지 어쩌면 따뜻한 부성애는 어느 물고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허구가 가득한 만화영화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건 부모와 자식 간의 소중한 사랑이다. 거기에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헤엄쳐, 계속 헤엄쳐”라고 연신 흥얼거리는 도리의 콧노래는 영화가 은연중에 우리에게 보내는 교훈이다.
글 : 최종욱 수의사
미아가 많은 요즘, 마치 잃어버린 자식 찾기에 나선 눈물겨운 아빠의 사연을 보는 듯 감정이입이 되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그런데 과학의 눈으로 보면 조금 생각해 볼 것이, 과연 이 영화가 생물학적으로 타당한가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엄마 아빠 자식의 구분은 물고기들에겐 조금 더 복잡하게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는 제대로 엄마 아빠 노릇하는 물고기가 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또한 이 크라운피쉬는 특이하게도 ‘자웅동체’ 물고기이다. 즉 한 개체가 마음먹기(?) 따라 수컷도 될 수 있고 암컷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단지 한 방울의 성호르몬뿐이다. 암컷은 수컷보다 2~3배 더 크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난자 생산을 위해 암컷이 커지고, 저 에너지의 정자생산을 하는 수컷들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고 말한다. 이건 물고기에만 적용되는 원칙이겠지만 크라운피쉬 무리 내에서 생식능력을 가진 수컷은 많이도 필요 없고 단 한 마리면 족하다. 그야말로 ‘아마조네스(신화 속 여인왕국)’가 따로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 수컷이었다가 그중 큰 것이 암컷이 되어 번식을 하는데, 결국 암컷으로 되어야만 비로소 안정된 말미잘 속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크라운피쉬는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해서 말미잘 안에 들어가 공생하는 습성이 있다. 말미잘 안에 집을 짓고 살면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말미잘에게 물고기들을 유인해 준다. 말미잘의 촉수에는 독을 지닌 쐐기세포가 있어 침입자나 먹이감이 접근하면 총을 쏘듯이 쐐기세포를 발사해서 먹이를 마비시킨 후 먹는다. 그러나 크라운피쉬는 특별한 점액으로 온몸을 둘러싸고 있어 말미잘의 독을 맞아도 안전하다. 이렇게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살아가기 때문에 크라운피쉬를 아네모네(말미잘)피쉬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미잘 속 세력을 점하고 있는 1마리 암컷은 심지어 수컷을 괴롭혀 성전환을 방해하기도 한다. 자기들 입장으로서는 경쟁자가 그만큼 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수컷들 중에서 크고 힘이 센 수컷이 암컷이 되는데 암컷은 몸집이 크고 힘이 센 것을 이용해 수컷이 성전환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위압감을 준다. 크라운피쉬는 텃새가 심한 동물이라서 말미잘의 공간이 충분할 때는 새끼들과 함께 살지만 다 자란 새끼는 다른 말미잘을 찾아가야 한다.
그럼 이렇게 매일 괄시받는 상황에서 과연 아빠 마린이 아들 니모를 찾아 떠날 수 있을까? 사실 그건 굉장히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항상 말미잘 속에서 생활을 하는 크라운피쉬로서는 말미잘 주변을 떠난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말 슬프고 안타깝지만 말미잘 숲에서 밀려난 어린 새끼 니모는 마치 까마득한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진 아이의 운명에 비유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살아난다면 니모는 혼자서 어떻게든 다시 돌아와야 한다.
이처럼 신기한 ‘자웅동체’ 현상은 하등생물의 경우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고등생물에서는 어류, 양서류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런 종류의 물고기는 크라운피쉬 외에도 400여 종이 더 넘는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붕어 역시 자웅동체 물고기인데 암컷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낚시질을 하면 대부분 알을 품은 암컷이 잡힌다. 물고기 세계의 암컷 선호주의는 다시 더 하등의 곤충세계로 넘어가면 극점에 이르게 된다. 사마귀 암컷이 교미중인 수컷을 잡아먹고 암거미 역시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현상은 너무도 유명하다.
니모 이야기의 주인공이 크라운피쉬가 아니라 해마나 큰가시고기였다면 아주 그럴 듯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자기 삶의 터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는 여전히 지니고 있다. 이들 두 물고기는 누구나 알다시피 눈물겨운 부성애로 유명하다. 그 두 종의 물고기 아비는 자식이 알에서 부화할 때까지 새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결국 새끼들이 모두 떠나면 가시고기의 경우는 너무 지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한다.
아마도 니모 이야기에 크라운피쉬를 택한 것은 화려한 외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물고기마다 습성이 다를 뿐이지 어쩌면 따뜻한 부성애는 어느 물고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허구가 가득한 만화영화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건 부모와 자식 간의 소중한 사랑이다. 거기에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헤엄쳐, 계속 헤엄쳐”라고 연신 흥얼거리는 도리의 콧노래는 영화가 은연중에 우리에게 보내는 교훈이다.
글 : 최종욱 수의사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과학향기 Story] 점점 더워지는 여름, 건물 온도를 낮출 방법은?
- 올해 여름은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은 이전 최고 기록인 2018년보다 0.3℃ 높은 25.6℃를 기록했다. 심지어 폭염과 열대야도 그 어느 해보다 잦았다. 사람들은 지속된 찜통더위를 견디기 위해 건물에선 쉴 새 없이 에어컨을 가동했다. 그 결과 일별 최고 전력 수요도 97.16GW(8월 20일)로 관측 역사상 최고...
-
- [과학향기 Story] 강의실 천장이 높으면 시험을 망친다?
-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 가기 싫었어 열 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다들 한 번쯤 한스밴드의 ‘오락실’ 가사에 공감해 보았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한 것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순간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데 최근 시험을 망친 이유를 제시해 주는 흥미로운 연구가 환경심리학 저널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
-
- [과학향기 Story] 수혈 걱정 끝… 인공혈액 시대 눈 앞에?
- 군부대나 예비군 훈련장, 대학교 근처에 세워진 헌혈차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헌혈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의 헌혈이 줄어드는 추세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6~29세 사이 헌혈이 2005년 186만 7,188건에서 2023년 152만 8,245건으로 감소했다. 출산율 저하로 헌혈을 많이 하는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데, 수혈이...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for Kids] 멸종된 매머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 [과학향기 Story] 프로포폴을 맞으면 왜 정신을 잃을까?
- [과학향기 Story] 수혈 걱정 끝… 인공혈액 시대 눈 앞에?
- [과학향기 Story] 인체에서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 [과학향기 for Kids] 따가운 뙤약볕으로부터 피부를 지켜라!
- [과학향기 Story] 환관의 장수 비결, '생식세포'에 있다?
- [과학향기 for Kids] 데이터로 운영하는 미래 농장, 스마트 팜
- [과학향기 for Kids] 여름 불청객, ‘모기’에게 물리면 왜 가려울까?
- [과학향기 Story] 세상을 점령한 바퀴벌레도 고향이 있다
- [과학향기 for Kids] 중독 부르는 빨간 맛, 먹어도 괜찮을까?
크리운 피쉬의 생태적 습관을 잘 알게 되었네요.
2009-04-10
답글 0
유익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
2008-05-29
답글 0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2008-05-29
답글 0
와우 정말 유익한 정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05-29
답글 0
자웅동체 물고기~ 신기하네요^^
2008-05-29
답글 0
재밌게 본 애니매이션에 이런 비밀이 있을 줄이야~ 신비로운 물고기들이네요!!!
2008-05-28
답글 0
역시 아빠의 자식사랑은 물고기나 사람이나 비슷하네요^^
2008-05-28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