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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크림으로 피부 치료?
<KISTI의 과학향기> 제1089호 2010년 05월 10일
“스스로 복원하는 능력이 뛰어난 달팽이 점액 성분이 90% 이상 함유된 ‘달팽이 크림’입니다. 노화 등으로 손상된 피부를 재생시켜드려요.”
2009년 말부터 홈쇼핑 등에서 소개된 화장품 달팽이 크림을 광고하는 내용이다. 달팽이 크림은 여드름성 피부는 물론 다양한 피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최근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식약청은 치료효과를 내세운 과대광고를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화장품을 피부재생용 치료제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것. 달팽이의 어떤 성분이 피부재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실제 치료효과는 어떤지 알아보자.
달팽이 크림은 1980년대 칠레의 농가에서 시작됐다. 칠레는 기온이 서늘하고 습도가 높아 달팽이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곳 농가의 주 수입원은 식용 달팽이 재배였다. 지금도 세계에서 사용하는 달팽이의 90%가 칠레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달팽이 사육사들은 피부에 상처가 나도 감염이나 부작용 없이 빨리 회복됐다. 또 달팽이는 자기 피부에 상처가 생기거나 등껍질이 깨졌을 때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주의 깊게 살핀 피부과 의사 페르난도 바스쿠난(Fernando Bascunan)은 과학적으로 식용 달팽이를 연구하게 됐다.
그 결과 달팽이가 다쳤을 때 나오는 ‘뮤신’이라는 점액질이 달팽이의 손상된 피부조직을 치료하고, 손상된 등껍질을 복원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칠레에서는 이 성분을 연구 개발했고, 달팽이 점액이 함유된 크림을 개발했다. 그리고 1995년 처음으로 출시해 현재 칠레의 대표적인 화장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수입업체들은 달팽이 크림 속 뮤신이나 콘드로이친 황산 등의 성분이 흉터에 새살이 돋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많은 여성들도 달팽이 크림을 여드름 자국 등을 치료하는 피부 재생용 치료제라고 믿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와는 약간 다르다. 여드름 등으로 생긴 흉터에 화장품을 바른다고 해서 피부가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 또 뮤신 성분은 사람의 폐나 위막 등에서도 분비되는 윤활제 성분이고, 이것으로 피부 보습이나 보호제 기능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콘드로이친 황산 역시 여드름 흉터를 치료하고 피부를 재생시킨다는 연구 사례가 없다.
만약 달팽이 원액 자체에 피부 재생의 효과가 있어도, 화장품에 사용되는 희석된 원료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80%나 90%로 달팽이 점액질이 포함됐다고 하는 것은 원액의 순도가 아닌 워터타입 함유량이라 ‘달팽이 추출물 함유량’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초창기 칠레에서는 달팽이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점액질을 일일이 직접 채취해 달팽이 크림을 만들었다. 그래서 항상 공급이 부족하고 현지에서도 대량 구매는 어렵다. 일부 수입업체가 광고하는 것처럼 80~90%의 달팽이 추출물을 얻으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달팽이에게 스트레스를 줘 이때 분비되는 점액을 추출하거나 달팽이 몸통을 물에 넣고 저온추출하는 등 각지각색의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달팽이 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성분과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제품이 마구잡이로 출시되는 것도 문제다. 이런 화장품 중에는 정확한 임상시험 결과 표시가 없는 것이 많다. 실제로 달팽이 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따끔거린다는 항의도 있다.
이는 달팽이 크림에 들어 있는 글리콜릭산 때문이다. 이 성분은 각질 제거 효과가 있지만 자극이 심하다. 그래서 피부과 전문의가 쓰는 의약품에는 40% 이상 들어 있지만, 화장품에는 10% 미만을 사용한다. 일부 검증되지 않는 업체가 이 성분을 너무 많이 넣고 만든 달팽이 크림을 발랐을 경우, 각질이 벗겨지면서 얼굴에 통증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달팽이 크림의 효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달팽이 추출물은 국제화장품 원료집(ICID)에 근거해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원료로 분류돼 있고, 단지 안정성에 문제가 없어 판매가 허용된 것이지 효능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 달팽이 크림이 아직까지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판매되기 위해서는 식약청으로부터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 차단 중 하나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에 달팽이 크림이 상처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과대광고를 한 업체의 경우는 광고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믿을 만한 달팽이 크림을 고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모든 화장품에는 전성분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으니 혹시 용량이 작아 성분을 제대로 알기 어려울 경우에는 직접 전화하거나 홈페이지로 들어가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매끈매끈하고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는 것은 전 세계 여성의 꿈이다. 달팽이처럼 자신의 점액질로 피부를 재생시킬 수 없는 인간은 달팽이 추출물로 그 꿈을 이루려고 한다. 하지만 달팽이 크림은 피부 재생용 치료제가 아니라 화장품의 일종이다. 성분과 원료를 꼼꼼히 따져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2009년 말부터 홈쇼핑 등에서 소개된 화장품 달팽이 크림을 광고하는 내용이다. 달팽이 크림은 여드름성 피부는 물론 다양한 피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최근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식약청은 치료효과를 내세운 과대광고를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화장품을 피부재생용 치료제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것. 달팽이의 어떤 성분이 피부재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실제 치료효과는 어떤지 알아보자.
달팽이 크림은 1980년대 칠레의 농가에서 시작됐다. 칠레는 기온이 서늘하고 습도가 높아 달팽이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곳 농가의 주 수입원은 식용 달팽이 재배였다. 지금도 세계에서 사용하는 달팽이의 90%가 칠레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달팽이 사육사들은 피부에 상처가 나도 감염이나 부작용 없이 빨리 회복됐다. 또 달팽이는 자기 피부에 상처가 생기거나 등껍질이 깨졌을 때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주의 깊게 살핀 피부과 의사 페르난도 바스쿠난(Fernando Bascunan)은 과학적으로 식용 달팽이를 연구하게 됐다.
그 결과 달팽이가 다쳤을 때 나오는 ‘뮤신’이라는 점액질이 달팽이의 손상된 피부조직을 치료하고, 손상된 등껍질을 복원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칠레에서는 이 성분을 연구 개발했고, 달팽이 점액이 함유된 크림을 개발했다. 그리고 1995년 처음으로 출시해 현재 칠레의 대표적인 화장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수입업체들은 달팽이 크림 속 뮤신이나 콘드로이친 황산 등의 성분이 흉터에 새살이 돋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많은 여성들도 달팽이 크림을 여드름 자국 등을 치료하는 피부 재생용 치료제라고 믿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와는 약간 다르다. 여드름 등으로 생긴 흉터에 화장품을 바른다고 해서 피부가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 또 뮤신 성분은 사람의 폐나 위막 등에서도 분비되는 윤활제 성분이고, 이것으로 피부 보습이나 보호제 기능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콘드로이친 황산 역시 여드름 흉터를 치료하고 피부를 재생시킨다는 연구 사례가 없다.
만약 달팽이 원액 자체에 피부 재생의 효과가 있어도, 화장품에 사용되는 희석된 원료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80%나 90%로 달팽이 점액질이 포함됐다고 하는 것은 원액의 순도가 아닌 워터타입 함유량이라 ‘달팽이 추출물 함유량’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초창기 칠레에서는 달팽이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점액질을 일일이 직접 채취해 달팽이 크림을 만들었다. 그래서 항상 공급이 부족하고 현지에서도 대량 구매는 어렵다. 일부 수입업체가 광고하는 것처럼 80~90%의 달팽이 추출물을 얻으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달팽이에게 스트레스를 줘 이때 분비되는 점액을 추출하거나 달팽이 몸통을 물에 넣고 저온추출하는 등 각지각색의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달팽이 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성분과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제품이 마구잡이로 출시되는 것도 문제다. 이런 화장품 중에는 정확한 임상시험 결과 표시가 없는 것이 많다. 실제로 달팽이 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따끔거린다는 항의도 있다.
이는 달팽이 크림에 들어 있는 글리콜릭산 때문이다. 이 성분은 각질 제거 효과가 있지만 자극이 심하다. 그래서 피부과 전문의가 쓰는 의약품에는 40% 이상 들어 있지만, 화장품에는 10% 미만을 사용한다. 일부 검증되지 않는 업체가 이 성분을 너무 많이 넣고 만든 달팽이 크림을 발랐을 경우, 각질이 벗겨지면서 얼굴에 통증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달팽이 크림의 효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달팽이 추출물은 국제화장품 원료집(ICID)에 근거해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원료로 분류돼 있고, 단지 안정성에 문제가 없어 판매가 허용된 것이지 효능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 달팽이 크림이 아직까지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판매되기 위해서는 식약청으로부터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 차단 중 하나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에 달팽이 크림이 상처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과대광고를 한 업체의 경우는 광고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믿을 만한 달팽이 크림을 고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모든 화장품에는 전성분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으니 혹시 용량이 작아 성분을 제대로 알기 어려울 경우에는 직접 전화하거나 홈페이지로 들어가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매끈매끈하고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는 것은 전 세계 여성의 꿈이다. 달팽이처럼 자신의 점액질로 피부를 재생시킬 수 없는 인간은 달팽이 추출물로 그 꿈을 이루려고 한다. 하지만 달팽이 크림은 피부 재생용 치료제가 아니라 화장품의 일종이다. 성분과 원료를 꼼꼼히 따져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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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4
답글 0
위 글에도 써 있는 것처럼 식약청에서 인정한 화장품의 기능성은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 차단뿐입니다. 피부재생 효과는 화장품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성분을 언뜻 살펴서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 친절하게 원고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05-10
답글 0
결국 임상실험결과가 없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인가요? 그럼 임상실험을 거친 재생효과 있는 화장품 성분은 어떤게 있는지? 그리고 말미에 성분과 원료를 꼼꼼히 따지라고는 되어있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왠지 달나라 얘기같네요.
2010-05-10
답글 0
보구 깜 짝 놀랐네여.ㅋㅋ 근데 좀 징그럽긴하지만 왠지 효과 있어보인다는??ㅋㅋ 무튼 좋은 정보감사합니다.
2010-05-10
답글 0
보충설명 하지않아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2010-05-10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