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대화형 인공지능 듀플렉스가 여는 세계

<KISTI의 과학향기> 제3155호   2018년 06월 04일
우리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 같은 인공지능 비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구글은 2018년 5월,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 뷰에서 개최된 구글 I/O 2018 컨퍼런스에서 ‘듀플렉스(Duplex)’를 선보였다. 듀플렉스는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컨퍼런스 첫 번째 날, 구글 CEO인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인공지능 비서가 미용실과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것을 선보였다. 인공지능 비서에게 “화요일 오전 10시-12시로 미용실 예약을 잡아줘”라고 하자 인공지능은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 듀플렉스는 매끄러운 목소리로 대화하며 예약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뿐만 아니라, 통화중에 “음”, “어” 하는 잠시 머뭇거리는 소리를 내며 인간의 말투를 모방하기까지 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상대방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청중들은 실제 통화 녹음을 듣는 내내 환호성을 터뜨렸다.
 
한 단계 진화한 대화형 인공지능
 
듀플렉스는 기존의 대화형 인공지능보다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자연스러운 통화를 하려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존 대화형 인공지능은 주변에서 소음이 발생하거나 통화하는 상대방 사람이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는 문장보다 더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는 등의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구글은 듀플렉스에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s)을 적용했다. 순환 신경망을 통하여 익명의 전화 통화 데이터 뭉치를 학습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까지 듀플렉스는 사람의 개입 없이도 대부분의 대화에서 스스로 업무를 완수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복잡한 약속을 할 때 과부하가 걸린다는 한계가 있지만, 사람처럼 대화 맥락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매우 흡사한 음성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대화형 인공지능은 새로운 차원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동영상. 구글의 새로운 음성비서를 소개하는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인간의 어조를 완벽히 흉내 내는 것에 장내가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Mashable Daily)
 
인간과 기계의 구별이 모호해질 때 생기는 문제
 
그동안 인공지능을 구현할 때 문제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이다. 불쾌한 골짜기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어설프게 인간과 닮을수록 불쾌감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과 전혀 다른 모습이면 호감도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상승하기도 하지만, 부자연스럽게 비슷하면 호감도가 대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불쾌한 골짜기 구간을 넘어 인간과 더 비슷한, 자연스러운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과제였다.
 
듀플렉스에는 불쾌한 골짜기와 정반대의 문제점이 있다.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실제 인간의 목소리와 너무 흡사해서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간과 매우 흡사한 인공지능은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인간과 너무 흡사하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인공지능이 통화하는 상대방 사람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보이스 피싱 조직이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예전보다 손쉽게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구글에서도 제기되었던 것이다. 듀플렉스를 설계한 어떤 엔지니어는 회사 블로그 게시판에 “이 서비스의 핵심 요소는 투명성”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요시 마티아스(Yossi Matias)도 CNET과의 인터뷰에서 듀플렉스와 통화하는 상대방에게 인공지능과 통화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기능을 해당 제품에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언제든지 무력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인도할 것인가.
 
글: 김범용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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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 평점   별 4점

칼이 의사의 손에 쥐어지느냐 강도의 손에 쥐어지느냐의 차이처럼 새로운 기술도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기기가 되거나 흉기가 되거나 하겠네요.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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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yhun89
  • 평점   별 5점

힘들게 수고하지 않아도 이런 비서까지 둘 수 있으면 결국 인류의 문화는 진보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용될 경우에는 위험성도 있다는 것을 아울러 더 강조하고 지적하는 부분이 적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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