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도전과 응전의 역사, 공생(共生)!
<KISTI의 과학향기> 제502호 2006년 09월 25일
아마존 유역의 열대 우림지역에는 ‘악령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숲이 있다. 악령의 정원은 오직 히수타(Duroia hirsuta)라는 나무만 살고 있을 뿐 다른 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원주민에게는 숲의 악령이 이곳을 지배하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어떻게 하나의 식물만 자라날 수 있을까? 혹시 다른 식물이 자라나면 악령이 뿌리째 뽑아내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동안 과학자들은 히수타 나무가 분비하는 화학물질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왔다. 사는 곳의 환경이 열악해지면 언제라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동물과 달리 식물은 한번 뿌리를 내리면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 혹여 옆에 사는 식물이 자신보다 더 빨리 자라나 그늘을 만들면 식물은 큰 타격을 입는다. 또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땅 속에는 물과 양분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이로 인해 식물은 일반적으로 처음부터 다른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즉 낙엽이 돼 흙으로 돌아가는 나뭇잎과 땅속의 주요 통로를 지키는 뿌리를 통해 ‘타감물질’(allelopathic substance)을 분비하는 것이다. ‘타감물질’은 대부분 페놀류의 화학물질로 이뤄져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한다. 가령 소나무 주변에 다른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보기 어려운데, 이는 타감물질의 한 종류인 탄닌(tannin)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스탠포드대 프레드릭손 박사는 다른 식물의 진입을 막는 범인으로 히수타 나무가 아니라 히수타 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슈마니 개미(Myrmelachista schumanni)를 의심했다. 히수타 나무가 번성해야 개미의 터전도 늘어나기 때문에 개미가 다른 식물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어 프레드릭손 박사와 동료들은 악령의 정원 부근에 히수타 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를 심고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쪽은 개미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한 쪽은 개미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개미가 접근하지 못한 나무는 잘 자라났지만 개미가 접근했던 나머지 나무는 모두 말라죽었다. 프레드릭손 박사는 “개미가 다른 식물을 선택적으로 죽이면서 미래의 거주지를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히수타 나무는 생존을 위해 개미에게 집을 제공하고, 개미는 다른 식물을 죽여 생존을 위한 공동작전을 펼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히수타 나무를 지키는 개미들은 어떻게 다른 나무를 죽이는 것일까? 연구팀은 개미가 식물을 죽이는 데 포름산(formic acid)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포름산은 개미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독소로 개미산으로 불린다. 왜냐하면 라틴어로 ‘Formica’는 개미 를 뜻하기 때문이다. 트레드릭손 박사가 발견한 포름산은 주로 개미가 적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데 식물에게 포름산을 사용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이로써 개미는 안정된 거주 공간을 얻고, 히수타 나무는 자기 종이 번성하게 된다.
이처럼 생물들 간에 일어나는 상부상조 현상을 공생(共生, symbiosis)이라 부른다. 악마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히수타 나무와 슈마니 개미의 공생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구상에 두 생물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공생관계를 맺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히수타 나무와 슈마니 개미도 서로에게 편리를 제공하며 보호를 받기까지 경쟁식물이나 초식동물과 싸워온 ‘도전과 응징의 역사’가 있었을 것이다.
슈마니 개미와 비슷하지만 식물이 아니라 동물을 제거하는 개미도 있다. 바로 수도머멕스(Pseudomyrmex) 개미다. 수도머멕스 개미는 쇠뿔아카시아에 달린 커다란 가시 안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꿀샘에서 단물도 얻어먹는다. 대신 수도머멕스 개미는 쇠뿔아카시아를 괴롭히는 식물을 갉아먹는 곤충을 제거해 준다. 평소 수도머멕스 개미는 워낙 사나워 곤충은 물론 사슴이나 말 같이 큰 동물조차도 나무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막아주기까지 한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수도머멕스 개미와 쇠뿔아카시아의 공생에 적게 주고 많이 받으려는 법칙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개미가 주로 이용하는 나무의 가지에서 나오는 꿀샘에는 단백질 성분이 거의 없다. 따라서 개미가 균형적인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반드시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어야 한다. 반면 개미가 접근하기 힘든 쇠뿔아카시아의 꽃의 꿀샘에는 당분은 물론 단백질이 풍부하다. 식물도 개미를 ‘보디가드’로 이용하면서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육강식은 인간사에도 적용돼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근거로 이용된다. 그러나 현명한 생물들은 새로운 서식처나 자원들을 찾아나서는 고생을 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법을 배운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통해 결국 공생하는 법을 배운 히수타 나무와 슈마니 개미처럼 인류도 서로 공생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 서금영 과학전문 기자)
그동안 과학자들은 히수타 나무가 분비하는 화학물질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왔다. 사는 곳의 환경이 열악해지면 언제라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동물과 달리 식물은 한번 뿌리를 내리면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 혹여 옆에 사는 식물이 자신보다 더 빨리 자라나 그늘을 만들면 식물은 큰 타격을 입는다. 또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땅 속에는 물과 양분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이로 인해 식물은 일반적으로 처음부터 다른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즉 낙엽이 돼 흙으로 돌아가는 나뭇잎과 땅속의 주요 통로를 지키는 뿌리를 통해 ‘타감물질’(allelopathic substance)을 분비하는 것이다. ‘타감물질’은 대부분 페놀류의 화학물질로 이뤄져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한다. 가령 소나무 주변에 다른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보기 어려운데, 이는 타감물질의 한 종류인 탄닌(tannin)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스탠포드대 프레드릭손 박사는 다른 식물의 진입을 막는 범인으로 히수타 나무가 아니라 히수타 나무에 집을 짓고 사는 슈마니 개미(Myrmelachista schumanni)를 의심했다. 히수타 나무가 번성해야 개미의 터전도 늘어나기 때문에 개미가 다른 식물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어 프레드릭손 박사와 동료들은 악령의 정원 부근에 히수타 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를 심고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쪽은 개미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한 쪽은 개미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개미가 접근하지 못한 나무는 잘 자라났지만 개미가 접근했던 나머지 나무는 모두 말라죽었다. 프레드릭손 박사는 “개미가 다른 식물을 선택적으로 죽이면서 미래의 거주지를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히수타 나무는 생존을 위해 개미에게 집을 제공하고, 개미는 다른 식물을 죽여 생존을 위한 공동작전을 펼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히수타 나무를 지키는 개미들은 어떻게 다른 나무를 죽이는 것일까? 연구팀은 개미가 식물을 죽이는 데 포름산(formic acid)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포름산은 개미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독소로 개미산으로 불린다. 왜냐하면 라틴어로 ‘Formica’는 개미 를 뜻하기 때문이다. 트레드릭손 박사가 발견한 포름산은 주로 개미가 적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데 식물에게 포름산을 사용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이로써 개미는 안정된 거주 공간을 얻고, 히수타 나무는 자기 종이 번성하게 된다.
이처럼 생물들 간에 일어나는 상부상조 현상을 공생(共生, symbiosis)이라 부른다. 악마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히수타 나무와 슈마니 개미의 공생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구상에 두 생물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공생관계를 맺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히수타 나무와 슈마니 개미도 서로에게 편리를 제공하며 보호를 받기까지 경쟁식물이나 초식동물과 싸워온 ‘도전과 응징의 역사’가 있었을 것이다.
슈마니 개미와 비슷하지만 식물이 아니라 동물을 제거하는 개미도 있다. 바로 수도머멕스(Pseudomyrmex) 개미다. 수도머멕스 개미는 쇠뿔아카시아에 달린 커다란 가시 안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꿀샘에서 단물도 얻어먹는다. 대신 수도머멕스 개미는 쇠뿔아카시아를 괴롭히는 식물을 갉아먹는 곤충을 제거해 준다. 평소 수도머멕스 개미는 워낙 사나워 곤충은 물론 사슴이나 말 같이 큰 동물조차도 나무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막아주기까지 한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수도머멕스 개미와 쇠뿔아카시아의 공생에 적게 주고 많이 받으려는 법칙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개미가 주로 이용하는 나무의 가지에서 나오는 꿀샘에는 단백질 성분이 거의 없다. 따라서 개미가 균형적인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반드시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어야 한다. 반면 개미가 접근하기 힘든 쇠뿔아카시아의 꽃의 꿀샘에는 당분은 물론 단백질이 풍부하다. 식물도 개미를 ‘보디가드’로 이용하면서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육강식은 인간사에도 적용돼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근거로 이용된다. 그러나 현명한 생물들은 새로운 서식처나 자원들을 찾아나서는 고생을 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법을 배운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통해 결국 공생하는 법을 배운 히수타 나무와 슈마니 개미처럼 인류도 서로 공생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 서금영 과학전문 기자)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과학향기 Story] 인공지능이 맛보는 위스키의 미래
- [과학향기 Story] 동물도 술을 즐겨 마신다?
- [과학향기 Story] 인류의 탄수화물 사랑, 80만 년 전부터 시작됐다?
- [과학향기 for Kids] 데이터로 운영하는 미래 농장, 스마트 팜
- [과학향기 for Kids] 중독 부르는 빨간 맛, 먹어도 괜찮을까?
- [과학향기 Story] 블루베리는 원래 ‘파란색’이 아니다?!
- [과학향기 for Kids] 봄꽃, 점점 더 빨리 핀다?
- 국내 최초 럼피스킨 확산에 축산업 ‘비상’, 무슨 병이길래?
- 대변 모으는 은행 있다? 인류를 지킬 데이터 모으기의 세계
과학 향기를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6
답글 0
자연에서 공생관계는 참 많죠
그런 사실을 알때마다 인간이 배울점이 참 많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개미는 개미산을 항문쪽에서 발사하는 것 아닌가요?
그림에는 개미산이 입에서...
2006-09-26
답글 0
좋은 글인데...개미가 미래의 안정된 거주 공간을 확보와 다른 식물들 죽이는 것과 무슨 관계인지 이해가 좀...안 가는...
2006-09-26
답글 0
현재 개미가 살기에 히수타나무의 수가 충분하지만, 자신들이 미래에 더 번성해졌을 때를 대비해서 히수타나무의 개체수를 더욱 늘린다는 뜻 아닐까요? 나무는 순식간에 자라는 것이 아니니까요.
2006-09-26
답글 0
날카로운 지적에 감사합니다.
저자 확인 결과 오타가 맞습니다. 응전으로 바꿨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09-26
답글 0
"도전과 응징"은 뭐지요..?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의 오기입니까?
2006-09-25
답글 0
개미가 포름산을 가지고 식물을 공격하는데, 이런 개미를 사람이 먹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의문이 드네요. TV에서 개미를 간식처럼 드시는 분을 본적 있거든요.
2006-09-25
답글 0
정말 재미있다... ㅠㅠ.....
2006-09-25
답글 0
자연의 법칙은 곳 진화와 연결 되겠지요.
어느 정도는 인간도 자연적응과 진화를 하며 살아야만 되겠지요.
현 인류가 너무 인위적인생활에 매달리다 보면 자연과의 공생을 못해 공멸의 길
로 접할수도 있지 않을까요...!!!
의료,식생활,주거,교통수단,품종개량,GM식품,환경오염등등 모두가 공생과는
역행인듯 싶어 씁쓸하네요....
2006-09-25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