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동물 아이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510호   2006년 10월 13일
요즘 이런 뉴스들이 자주 들려온다. 붕어가 개보다 영리하고, 까마귀의 지능이 침팬지와 비슷하고, 돌고래의 지능이 애초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못하다더니 하는 이야기 등이다. 자료를 뒤져보다 코끼리 아이큐 150, 돌고래 190, 침팬지는 60, 제일 좋은 사람이 215라고 한다. 그런데 내 아이큐는 80이다. 거의 침팬지 수준이라는데, 난 가끔 전문적인 글들도 써 내고 있다. 그렇다고 IQ 테스트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IQ 테스트에서 그 많은 문제를 풀기가 지겨워 한 번호로 돌린 죄가 있기 때문이다.

IQ측정은 ‘시험’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강한 사람이 유리하다. 최근 발표된 여러 자료를 보면 IQ로 지능지수를 평가하는 것의 신뢰성이 흔들린다고 한다. 대안으로 EQ(감성지수), SQ(영성지수)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상황이 이런데 동물들의 IQ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어떤 학자는 동물들 지능을 IQ 대신 ‘어린아이 나이’로 표현하기도 한다. 가령 침팬지는 4살 아이 정도, 개는 3살 아이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그런 식이다. 하나 요즘 애들은 조기교육의 영향으로 4살 때부터 영어나 한문도 척척 읽어내고 구구단을 외기도 하니 이 측정법도 쉽지는 않다.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면 어떨까? 침팬지를 야생에 놓아두면 그저 천방지축 원숭이일 뿐이지만(막대기로 개미집 쑤시는 게 뭐 그리 대단한가?) 조련용으로 가르치면 언어를 인식하고 혼자 장보기까지 한다. 또 사람들을 잘 관찰하다가 생전 처음 본 물통의 마개를 돌려 열기도 하고 밤도 속껍질까지 까 먹는다. 일본원숭이들도 ‘침팬지쇼’ 정도는 하고 있다. 새끼를 잃은 원숭이는 상심으로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곰들도 배고프면 일어서서 밥 달라고 일부러 박수치는 재롱을 부린다. 하이에나가 개처럼 길들여지고, 뱀이나 이구아나가 주인을 졸졸 따라 다니고, 닭이나 토끼도 고양이와 똑같은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멧돼지가 달구지를 끌고, 코끼리가 사람 말을 흉내 낸다.

여러 동물들을 모아 놓으면 자기들끼리 서열(pecking order)을 정하여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알며, 공통육아가 보편적이고, 아픈 동물들끼리 동병상련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동물들이 사람을 각각 알아보고 사육사나 관람객들에게 판이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머리가 좋은 동물’이라고 부르기 보단 ‘길들이기 쉬운 동물’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타당하다. 게다가 어미보다 새끼가 훨씬 더 잘 길들여진다. 그렇다고 새끼가 더 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

20년간의 내 사육사 경험으로 보면, 동물들의 IQ를 측정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고 필요치도 않다. 서두에서 언급한 수치는 조련사나 사육사, 동물학자 같은 누군가가 근거없이 제시한 말들이 와전되어 내려 왔을 가능성이 크다.

동물들은 인간의 지능 측정 기준인 IQ와는 다른 지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잘 살아남는 지혜’다. 사실에 근거해 있다는 전제하에 <시턴 동물기>를 보면 ‘늑대왕 로보’가 얼마나 교묘히 덫을 피해 다니고 무리를 잘 이끄는지, ‘회색곰 왈프’가 그 험난한 야생과 맞서 얼마나 영리하게 삶을 꾸려 가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그들은 야생에서 잘 살아남는 쪽으로 머리를 발달시켰을 뿐, 사람처럼 다른 이보다 우월하기 위해 머리를 쓰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동물들은 생각이 많을수록 여러모로 불리해진다. 적이 가까이 오면 무조건 달리기 시작해야 하고 먹잇감이 있으면 일단 덤벼들고 보아야 한다. 호랑이가 고독에 몸부림 치고, 하이에나가 식중독을 염려하고, 사자가 먹잇감 앞에서 측은지심을 발휘한다면 그들은 그때부터 무리에서 쫓겨나거나 살아남기 힘들어 진다.

동물들은 지능이 낮아서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사람주변에 편안히 살던 동물들이 서서히 생각을 갖기 시작하고 마침내 자기들이 ‘벌거벗은 원숭이’인 사람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글 : 최종욱 야생동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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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동물보다도 못한 인간들이 많은데 인간이 아이큐가 높다고 동물보다 낫다고 할수는 없을것 같네요.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기 위해 머리를 쓰지 않는 동물을 배워야겠어요.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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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
  • 평점   별 5점

글 정말 재밌게 잘 쓰시네요. 간만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200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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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 평점   별 5점

오호..재미있게 읽었습니다.수고하세요.

200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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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지연
  • 평점   별 5점

IQ라는 것이 기억력수치를 나타내는 것 아닌가요?? 동물들이 기억력이 좋아봐야 어디 쓰겠어요?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이성이 없고,판단력도 흐린데...

200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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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유경
  • 평점   별 5점

이틀 전쯤인가 퇴근을 하다가 갑자기,
예전 TV에서 사람 말을 다 알아듣는 무척 영리한 개의 IQ가 70이다 80이다 하던 이야기가 떠올라서,
사람만큼의 아이큐가 되는 그 개가 정말 사람처럼 사고를 할까?를 잠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사람의 IQ와 동물의 IQ는 달리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나름 결론 짓고 말았는데
오늘 기사를 보고 재미있었습니다. 통했나봐요. 생각은 모르는 사이에 모르는 방법으로 전해지는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ㅎ

200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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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
  • 평점   별 5점

전부터 궁금했던 걸 풀었네요

200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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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 평점   별 5점

아.. 그렇군요.. 항상 궁금했었는데.. 동물들 아이큐라고 얘기하 수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200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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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자
  • 평점   별 5점

그렇죠 어떤 것이든지 생명에 대한 기준중에 완벽하게 정확한것은 있을 수가 없죠
생명은 위대하니까요

200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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