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백신 개발에 수십 년이 걸린다고?
<KISTI의 과학향기> 제466호 2006년 07월 03일처녀들만 맞는 예방주사가 나왔다. 지난 5월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에서 개발한 최초의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Gardasil)이다. 세계 과학계와 언론은 가다실 개발을 환영하며 ‘암 정복의 길에 한 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다실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재미동포 과학자인 브라운 암센터 김신제 박사가 백신 개발의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1989년. 김 박사의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성을 입증 받고 긴 실험과 확인을 거쳐 마침내 백신으로 상용화 돼 나오기까지 무려 17년이나 걸린 셈이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에이즈(AIDS) 등 많은 질병이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백신이 없다. 백신 개발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작용하는 기작(機作)을 반드시 알아야 하며,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에이즈나 사스, 암을 정복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진들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의 경우 아직도 몸속에서 면역계를 어떤 식으로 회피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해답을 찾아낸 뒤에도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완성된 백신을 대량으로 안전하게 상품화시켜 시중에 내놓기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백신의 특성에 따라 생산방식과 효과를 검증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백신은 달걀에 바이러스를 집어넣어 배양해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달걀에 바이러스를 넣어 계속 키우면 바이러스의 독성이 조금씩 약화된다. 이렇게 허약한 바이러스를 사람 몸속에 넣으면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전멸된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계는 바이러스를 퇴치한 ‘기억’이 면역세포에 남아 있어 다음에 독성이 더 강한 바이러스가 와도 이겨낼 수 있다. 독감 백신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 방법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당연히 수익성과 생산성도 낮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법이 모든 바이러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달걀에서 배양되지 않거나 독성이 약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동물, 식물, 균류 등 다양한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한다. 배양된 바이러스 자체를 주입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주로 표면 단백질)을 만들어서 주입한다. 그런데 어떤 단백질을 만들어야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 수 있을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 나온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은 맥주 양조에 쓰는 효모 세포를 이용해 개발했다. 바이러스의 껍질을 구성하는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L2’라는 단백질만을 따로 생산해 몸속에 주사하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으로 인식해 이 단백질을 인식하는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한다. 이렇게 항체가 몸속에 많이 만들어지면 나중에 실제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쉽게 물리칠 수 있다. 연구팀은 L2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바이러스의 L2 유전자를 효모에 이식해 이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단백질을 얻어 백신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백신이 만들어진 후 안전성을 검사하는 것은 백신 제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차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백신은 사람 몸에 직접 접종하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엄격한 무균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임상실험을 반복해서 일정한 제품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대개 임상실험은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화이자(Pfizer) 등 큰 제약회사가 주로 맡고 있다. 생쥐 등 소형 동물의 임상실험으로 시작해서 침팬지의 임상 실험까지 십년 가량 소요되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도 여러 차례 시행한다.
각국의 시험을 거쳐 시판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도 까다롭다. 만약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견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백신 생산에는 여러 제약 요소가 있기 때문에 긴 시간이 걸린다.
결국 해답은 백신 개발 과정을 더 단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길이다. 임상실험 과정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개발 방법은 연구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더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은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그 승자는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 이상엽 과학전문 기자)
가다실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재미동포 과학자인 브라운 암센터 김신제 박사가 백신 개발의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1989년. 김 박사의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성을 입증 받고 긴 실험과 확인을 거쳐 마침내 백신으로 상용화 돼 나오기까지 무려 17년이나 걸린 셈이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에이즈(AIDS) 등 많은 질병이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백신이 없다. 백신 개발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작용하는 기작(機作)을 반드시 알아야 하며,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에이즈나 사스, 암을 정복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진들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의 경우 아직도 몸속에서 면역계를 어떤 식으로 회피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해답을 찾아낸 뒤에도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완성된 백신을 대량으로 안전하게 상품화시켜 시중에 내놓기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백신의 특성에 따라 생산방식과 효과를 검증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백신은 달걀에 바이러스를 집어넣어 배양해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달걀에 바이러스를 넣어 계속 키우면 바이러스의 독성이 조금씩 약화된다. 이렇게 허약한 바이러스를 사람 몸속에 넣으면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전멸된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계는 바이러스를 퇴치한 ‘기억’이 면역세포에 남아 있어 다음에 독성이 더 강한 바이러스가 와도 이겨낼 수 있다. 독감 백신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 방법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당연히 수익성과 생산성도 낮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법이 모든 바이러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달걀에서 배양되지 않거나 독성이 약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동물, 식물, 균류 등 다양한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한다. 배양된 바이러스 자체를 주입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주로 표면 단백질)을 만들어서 주입한다. 그런데 어떤 단백질을 만들어야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 수 있을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 나온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은 맥주 양조에 쓰는 효모 세포를 이용해 개발했다. 바이러스의 껍질을 구성하는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L2’라는 단백질만을 따로 생산해 몸속에 주사하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으로 인식해 이 단백질을 인식하는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한다. 이렇게 항체가 몸속에 많이 만들어지면 나중에 실제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쉽게 물리칠 수 있다. 연구팀은 L2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바이러스의 L2 유전자를 효모에 이식해 이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단백질을 얻어 백신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백신이 만들어진 후 안전성을 검사하는 것은 백신 제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차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백신은 사람 몸에 직접 접종하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엄격한 무균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임상실험을 반복해서 일정한 제품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대개 임상실험은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화이자(Pfizer) 등 큰 제약회사가 주로 맡고 있다. 생쥐 등 소형 동물의 임상실험으로 시작해서 침팬지의 임상 실험까지 십년 가량 소요되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도 여러 차례 시행한다.
각국의 시험을 거쳐 시판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도 까다롭다. 만약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견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백신 생산에는 여러 제약 요소가 있기 때문에 긴 시간이 걸린다.
결국 해답은 백신 개발 과정을 더 단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길이다. 임상실험 과정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개발 방법은 연구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더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은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그 승자는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 이상엽 과학전문 기자)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Story] '디저트 배'는 진짜였다! 당신 뇌 속의 달콤한 속삭임
- [과학향기 for Kids] 나무 뗏목 타고 8000km 항해? 태평양을 건넌 이구아나의 대모험
- [과학향기 for kids] 추위에도 끄떡없어! 북극곰의 털이 얼어붙지 않는 비결은?
- [과학향기 Story] 죽음을 초월한 인간, 《미키17》이 던지는 질문
- [과학향기 for Kids] 귓바퀴의 조상은 물고기의 아가미?
- [과학향기 Story] 하루 한 두 잔은 괜찮다더니… 알코올, 암 위험 높이고 건강 이점 없어
- [과학향기 for Kids] 한 달 동안 똥을 참는 올챙이가 있다?
- [과학향기 Story] 커피가 좋은 당신, 이 미생물 8배 많다
- [과학향기 for Kids] 74살에도 엄마가 된 새가 있다? 앨버트로스 ‘위즈덤’
- [과학향기 Story] 유전정보 담는 DNA… 빅데이터 · 우주 시대 이끌 새 저장장치로 각광
과학 향기를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5
답글 0
왜 처녀들만 맞는거지 ???
2006-07-04
답글 0
이미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HPV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2006-07-04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