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별주부전 뒷얘기-똥으로 찾은 토생원

<KISTI의 과학향기> 제549호   2007년 01월 12일
별주부가 토끼의 간을 찾으러 떠억~하니 뭍으로 올라왔는데, 아니 사방천지 어디에서 토끼를 찾는단 말이오. 막막하고 막막해 천지신명에게 빌 제 인근 수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필시 토끼라. 별주부가 기뻐하며 목을 길게 빼 수풀을 바라보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자 토끼가 아니라 사냥꾼이더라. (얼~쑤!)

“어이, 납작한 친구. 혹시 이리로 사슴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나?”
“사슴이라 함은 붉은 갈색 털에 나뭇가지 뿔 달린 짐승인데, 저는 보지 못했소.”
“역시 나무꾼이 거짓말을 한 게로구나. 하기야 그 후부터 사슴의 똥이 보이지 않으니.”
“똥 말이오?”
“동물을 추적할 때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똥이지. 동물들은 모두 다른 똥을 누기 때문에 똥을 찾으면 동물을 찾을 수 있지.”
“그럼 혹시 토끼도 찾을 수 있소? 토끼를 찾아주면 후하게 사례하리다.”

별주부 말에 사냥꾼이 혹해 숲 속 깊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이 말 많은 사냥꾼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들더라. 마침 사냥꾼이 커다란 똥을 보고 냄새를 맡고 윤기를 살피더니 더럭 겁을 먹으며 말하기를.

“쉿. 아직 윤기가 남아있고 냄새가 심한 것을 보니 호랑이가 근처에 있군. 일단 피하세.”
“호랑이의 똥인 줄 어떻게 아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똥은 달라
아따, 별주부의 질문에 말 많은 사냥꾼 말 보따리 터졌네. 사냥꾼이 별주부를 이고 똥줄 빠지게 뛰면서도 한시도 입을 멈추지 않으니.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은 먹는 것이 다르니 똥도 다르지. 육식동물은 단백질을 섭취해 냄새가 심하고~, 단백질 분해 효소가 많이 분비돼 표면이 부드럽고~, 장의 길이가 짧아 수분 흡수 덜 되니 똥의 점성이 높고~, 동물의 털이나 뼈가 섞여 있지. 똥은 크기나 모양에 차이가 있는데 이 정도 크기면 필시 호랑이의 똥이라. 반면 초식동물의 똥은 식물에 있는 셀룰로오스가 잘 분해 안돼 똥의 표면이 거칠고~, 장의 길이도 길어 수분 흡수 많이 되니 똥이 단단하고 잘 부스러지지~.”
“아니 셀룰로오스는 또 뭐요?”
“하이고 이 무지한 동물 보게나. 셀룰로오스가 뭔고 하니, 셀룰로오스는 포도당이 β-결합을 통해 사슬모양으로 묶인 물질이네. 동물의 소화기관에서 흡수하려면 셀룰로오스의 β-결합을 끊어줘야 하는데 세상천지 어떤 동물도 β-결합을 끊는 효소가 없단 말이지.”
“어허, 여보시오. 그럼 초식동물은 어떻게 풀만 먹고 산단 말이오?”
“걸음은 느린 것이 성깔은 급하구먼.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보시오. 그래서 초식동물은 β-결합을 끊어주는 효소를 만드는 세균의 도움을 받는데 이 세균은 위나 장에 살면서 초식동물의 소화를 돕는 것이지. 이리 질겅, 저리 질겅, 되새김질 하는 소나 사슴 같은 반추 동물은 위가 여러 방으로 나누어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이리 구불, 저리 구불, 길다란 장을 가진 말이나 토끼는 대장이나 맹장에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알았소. 내 알았소. 토끼의 똥은 맹장이 길어 수분 흡수가 많이 돼 단단한 것이로군.”

초식동물의 똥 구별법
훠이~ 달리던 사냥꾼 무거운지 지쳤는지 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는데. 아니, 마른 풀 사이로 작고 동글동글한 똥이 보이네. 헐떡이던 사냥꾼 말 보따리 또 터졌네.

“보소, 보소 별주부야. 눈 있으면 이것 보소. 마른 풀잎 낙엽 아래 묻혀있는 이 똥 보소. 이는 필시 사향노루의 똥인데, 사향노루는 자신의 배설물을 직접 풀이나 낙엽으로 덮는 습성이 있지. 다른 초식동물들도 이와 비슷한 동글동글한 똥을 누는데, 그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달라. 사향노루 똥보다 고라니 똥이 크고, 고라니 똥보다 노루 똥이 크고, 노루 똥보다 산양 똥이 크고, 산양 똥보다 사슴 똥이 큰데….”
“큰데?”
“똥이 발견되는 곳이 또 동물마다 달라. 물가 사는 고라니 똥 물가에서 발견되고, 산에 사는 산양의 똥 바위에서 발견되지. 근데 이 산양이란 놈이 한 번 싼 데 계속 싸서 새 똥 묵은 똥 한 데 섞여있다는 거 아니겠소.”

토끼 똥은 두 종류
“아이고 세상에 유식한 사냥꾼 양반. 토끼 똥은 어떻소?”
“이놈의 토끼는 몸집도 작은 것이 사슴만한 똥을 누네. 대개 먹이인 풀이 많은 무덤가 주변에서 발견되는데, 토끼가 두 종류의 똥을 눈다는 걸 알고 있는감?”
“두 종류라고 했소?”
“토끼는 단단한 똥 말고 묽은 똥도 싸지. 토끼의 맹장이 길어도 모든 셀룰로오스를 분해하지 못하니, 소화가 덜 돼 영양소가 흡수되지 않은 묽은 똥은…. 놀라지 말라고. 토끼가 다시 먹네!”
“우웩~ 똥을 다시 먹는다고.”

안 그래도 사냥꾼에게 들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메스껍던 별주부가 기어이 토악질을 해대는데. 아니 이 근처에 연못은 어디 있나, 개울은 어디 있나. 사냥꾼이 별주부의 등딱지를 두드리며 설명을 해주는데.

“소화가 덜 된 셀룰로오스를 다시 분해하는 것이지. 반추 동물이 되새김질해서 다시 잘게 분해하듯 토끼는 이런 방법으로 셀룰로오스를 제대로 소화시켜 영양분을 흡수하지.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 아니겠나.”
“그럼 대장이나 맹장에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동물은 모두 똥을 다시 먹소? 우웩~.”
“별주부 선생. 일단 근처 연못으로 가야겠구먼.”

사냥꾼이 별주부를 끌고 연못으로 가는데… 이 말 많은 사냥꾼 말이 청산유수라.

“모든 동물이 그렇지는 않지. 저기 아프리카라는 곳에 사는 코끼리나 코뿔소 같은 동물은 그냥 배설만 한다네. 장의 길이가 짧아 먹은 것의 반 이상이 소화되지 않아서 소화되지 않은 풀들이 똥에 많이 섞여 나오는데 대신 그런 동물은 많이 먹어서 영양분을 보충하지라.”
“다른 동물도 많이 먹으면 되지 않겠소.”
“아이고 이 무지한 양반아. 코끼리나 코뿔소야 천천히 먹어도 안전하지만 사슴이나 토끼가 그럴 여유가 있나?”

사냥꾼과 별주부가 연못으로 향할 제, 아니 요것 봐라. 밤톨만한 것이 동글동글, 윤기가 자르르르, 약간 타원형인 똥의 무더기가 여기 있네. 요것이 바로 토끼 똥인데 윤기를 보아하니 근처에 있구나. (얼~쑤!)

조심조심 살금살금 사냥꾼이 풀숲을 헤치니, 아따 토끼가 여기 있네. 근데 요놈 보소. 토끼와 사냥꾼이 찾던 사슴이 함께 모여 선녀가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고 있는 게 아닌가!

“네 이놈, 사슴아!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벼락같은 사냥꾼의 외침에 연못가가 난장판이 되니…. 사슴은 놀라 달아나고, 사냥꾼은 사슴을 쫓아 달려가고, 선녀들은 너울너울 날개옷을 챙겨 입고 하늘로 올라가고, 한 선녀는 날개옷을 찾지 못해 연못 안에 웅크리고, 토끼는 수풀에 머리 박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별주부 토끼 어깨를 두드리며.

“여보게. 토생원~ 나랑 같이 용궁으로 가세나.” (글 : 전동혁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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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ㅎㅎ 동화처럼 재미있게 설명해주셧네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똥을 구별하는 방법 절대 잊지 못할것 같네요.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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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똥으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을 구별할 수 있군요. 토끼 똥이 두가지 인데 묽은 똥은 다시 먹는 다는 글을 읽고 순간 움찔 했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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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배근
  • 평점   별 5점

저도 얼마전에 과학향기 메일 받아보고 있는데, 이 글 읽고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20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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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윤
  • 평점   별 5점

하루하루 유익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세상엔 정말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있는거 같습니다.
신비로워라~ㅋㅋ

200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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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J
  • 평점   별 5점

전동형 기자님 정말 최고에요. 너무나 잘 읽고 갑니다.

2007-03-21

답글 0

yd
  • 평점   별 5점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과학 상식을 이렇게 재미있게 동화로 엮어내시다니... 감탄...
이런 식으로 책을 하나 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07-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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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
  • 평점   별 5점

답글을 처음으로 다는데 정말 멋진 글이었습니다.

감탄했습니다 이후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

2007-01-23

답글 0

김재형
  • 평점   별 5점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글을 유익하면서도 재미있게 꾸미셨네요...

200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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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lube
  • 평점   별 5점

창의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별주부전과 똥으로 과학적 상식을 설명하다니.
최고였습니다. 계속 좋은 설명 부탁합니다.

200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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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딱다구리
  • 평점   별 5점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들은 자기 스스로 자기 살 궁리는다 한다고 하더니 토끼란 녀석도 셀룰로오스 때문에 자기 배설물을 다시 먹는다는것을 참 재미있게 봤소이다 .기자님답게 박식한 지식을 판소리한마당으로 적절하게 잘 펼쳐놓아서 잼있게 보았소~감사 합니다

200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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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화
  • 평점   별 5점

정말이지 재밌게 유익한 내용을 알려주시네요.
전동혁 기자님 덕택에 오늘을 행복하게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멋진 글 계속 써 주세요.

200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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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
  • 평점   별 5점

허허..
거 기자양반 머리에 들은것 못지 않게
말허는것이 참 청산유수시~

200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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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
  • 평점   별 5점

정말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200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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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 평점   별 5점

과학향기 최고의 글이었어요.
사실 연구 목적이 아닌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라면 내용보다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이글은 내용도 물론이거니와 머리 속에 쉽게 기억되게 하는 힘이 있네요.
마치 판소리 한마당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생생한 느낌으로 한달음에 읽게 되었습니다.
전동혁 기자님 기억하겠습니다.

2007-01-13

답글 0

이현숙
  • 평점   별 5점

재미있어요. 똥사진이 함께 있으면 이해가 훨씬 잘 될 것 같아요.

2007-01-13

답글 0

ㅎㅎㅎ
  • 평점   별 5점

잘 읽었습니다. ^^

2007-01-12

답글 0

빨강머리앤
  • 평점   별 5점

정말 재미있네요. 항상 재밌게 보고 있지만 오늘은 특히 더... 좋은 정보, 유익한 정보 항상 감사합니다.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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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 평점   별 5점

훌륭한 글이로세.
판소리 꾼들에게 불러보라 해서,
일반인들에게도 들려주면 이리좋고 저리좋겠네.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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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진
  • 평점   별 5점

키야 ㅋㅋ 이렇게 내용소개하니 참신하고 재밌네요

2007-01-12

답글 0

김규은
  • 평점   별 5점

토끼 똥이 두 종류라니 신기한데요!

2007-01-12

답글 0

황혜인
  • 평점   별 5점

와 너무 재밌어요!! 제가 본 과학향기 기사 중 가장 재밌는 글이었어요

2007-01-12

답글 0

장우영
  • 평점   별 5점

과학하는 사람은 글은 잼병이라던데 그게 아니네요. ㅎㅎ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후다닥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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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꽃돼지
  • 평점   별 5점

선배소개로 과학향기기사를 받아보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좋은 정보도 얻고 ^ㅡ^ 언제나 고맙습니다~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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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평점   별 5점

네~ 그렇군요....

2007-01-12

답글 0

차재옥
  • 평점   별 5점

재밋다.
우리의 것인디 어찌 안 좋을소냐! 얼~쑤!!!
종종 해학적인 과학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7-01-12

답글 0

태현
  • 평점   별 5점

잼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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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령
  • 평점   별 5점

토선생 똥이 두종류고 먹는 이유가 영양 보충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셀룰로오스 떄문인줄 몰랐내~~~``

2007-01-12

답글 0

이동현
  • 평점   별 5점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창작 판소리 마당을 보는 듯 했습니다.

2007-01-12

답글 0

김종우
  • 평점   별 5점

보다 보니 그런 거 였네요. ^^ 대단합니다. 창의력이 돋보입니다. 늘 고맙습니다.

2007-01-12

답글 0

노 신사
  • 평점   별 5점

정말 재미있네요. 항상 재밌게 보고 있지만, 오늘도 유익하고 좋은 정보 항상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2007-01-12

답글 0

산사람
  • 평점   별 5점

아침시간에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주말인데
가족들과 함께하는 좋은계획 잡아보세요 ~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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