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비만은 아빠 탓인가 엄마 탓인가?

<KISTI의 과학향기> 제598호   2007년 05월 07일
영화 ‘가타카’를 보면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의사가 유전자 분석기에 태아의 피를 한 방울 떨어뜨려 검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컴퓨터는 즉시 태아의 DNA를 분석해 그의 인생을 예측한다. “이 아이는 키는 최대 175cm까지 자랄 것이고 30세에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70%며, 심장병의 위험이 있습니다….”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DNA 검사는 이미 질병을 조사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 그럼 검사에 쓰인 DNA는 어디서 왔을까. 세포의 핵 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DNA는 세포의 핵 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소기관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DNA 검사를 하려면 미토콘드리아의 DNA까지 검사해야 한다. 사람의 DNA 중 1%밖에 차지하지 않는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선 미토콘드리아에 대해 살펴보자.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중학교 생물시간에 미토콘드리아에 대해서 배운 기억이 날 것이다. 세포 안에는 여러 소기관이 존재하는데 그 중 에너지 생성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포도당과 산소를 사용해서 생체가 쓰는 에너지인 ATP를 만들어 낸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면 세포는 포도당 1분자에서 기껏해야 2분자의 ATP밖에 못 만들지만 미토콘드리아가 있으면 포도당 1분자로 38분자의 ATP를 만들 수 있다. 에너지 효율로 따지면 약 40%나 된다. 인간이 최첨단 기술로 만든 엔진이 20%에 불과한 효율을 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토콘드리아는 가히 ‘고효율 생체발전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세포일수록 미토콘드리아가 많다.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 세포, 생체 독소를 정화하는 기능을 하는 간 세포, 소화액을 만들어 내는 상피세포에 많이 존재한다.

또 같은 세포라도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부위에 모여 있다. 난자를 찾아 움직이는 정자에는 꼬리를 움직이는 부위에 미토콘드리아가 집중 분포한다. 세포 내에서 물질을 수송하는 부위, 예를 들어 소화액을 분비하는 세포막 가까운 곳에 주로 분포한다. 결론적으로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곳 가까이 있으면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럼 미토콘드리아 DNA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 만큼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대사와 관련이 깊은 질병인 당뇨, 비만과 관련이 깊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토콘드리아의 DNA 유형에 따라 당뇨나 비만에 걸릴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N9a형인 사람은 당뇨, 비만에 걸릴 확률이 낮다. 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팀은 한국인 당뇨병 환자 732명과 일본인 당뇨병 환자 1289명의 혈액을 조사해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인 중에 N9a형을 가진 비율은 5.3%였으나 당뇨병 환자 중에 N9a형을 가진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N9a형 DNA를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N9a형 DNA를 가진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생산을 더 활발히 하기 때문이다. 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바로 필요하지 않은 영양분까지 모두 태워 에너지를 만든다. 영양분이 저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비만이 될 확률도 낮고,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위험도 줄어든다. N9a형 DNA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사람은 추위에도 잘 견딘다고 한다.

이 교수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사람일수록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우선 혈액의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한 세포에 실험 대상자의 세포(혈소판)를 융합한 ‘사이브리드’라는 세포를 만들었다. 조사 결과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의 사이브리드의 에너지 소모능력이 체질량지수가 낮은 사람의 사이브리드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될수록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건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오직 어머니로부터 유전된다는 사실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질 때 정자는 핵만 난자와 결합한다. 결국 수정란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오직 난자에 있던 것 뿐이다. 자식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반씩 닮지만 미토콘드리아의 DNA만큼 어머니를 더 닮는다고 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비만의 관계가 더 밝혀지면 비만과 당뇨의 탓을 어머니에게 돌리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글 :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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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서방
  • 평점   별 5점

전 통통한데.. 아빠 닮았는뎅..ㅠㅠ 울아부지도 통뼈고.. 저두 통뼈구.. 저두 통통하고 아부지도 살찐쪽에 속하고..ㅠㅠ 전 아닌가봐요 ㅋㅋㅋㅋ

200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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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어이
  • 평점   별 1점

으악 자뻑ㅋㅋㅋㅋㅋㅋㅋㅋ님의얼굴은?

200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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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흠,, 전 날씬한데, 왜 우리아이들은 비만일까요?? 아무래도 식생활에 문제가 있나보네요..

20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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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 평점   별 5점

일상생활에서 알면 유용한 정보를 또 하나 배워가는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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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미토콘드리아가 어머니에게서만 유전된다니 비만인 사람은 어머니에게 유전되었을 확률이 높군요.

200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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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 평점   별 5점

나이든 사람들의 수족냉증의 원인이 될만한 내용이 되네요.

200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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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헌진
  • 평점   별 5점

이홍규 교수님 얘기를 이비에스에서 "명의" 인가 하는 곳에서
보았는 데 그 때 생긴 의문을 요기서 해결하네요 ㅎㅅㅎ

200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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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 평점   별 5점

과학향기 흥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 내용도 아주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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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
  • 평점   별 5점

미토콘드리아는 이식할 수 없을까요 ㅎㅎ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ㅎ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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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4점

미토콘드리아가 생물체 내에서 그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더욱 좋은 지식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려요...!^^;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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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 평점   별 5점

키는 아빠를 닮고 체중은 엄마를 닮는다던데...사실인 것 같네요. 정말 키는 아빠를 닮나요?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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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잎
  • 평점   별 5점

새로운 정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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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정
  • 평점   별 5점

아 그렇군요~ 새롭고 좋은 정보를 알게 되어서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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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금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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