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생선 피는 붉지만, 속살은 왜 하얄까? - 미오글로빈의 비밀

<KISTI의 과학향기> 제102호   2004년 03월 05일
성경에 따르면 붉은 피는 생명을 상징하고 있어 유대인들은 육식을 할 때 반드시 피를 빼고 먹게 되어있다.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피는 일부 곤충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붉은색이다. 그래서 동물들의 근육이나 살의 단면이 대부분 붉은색으로 보인다. 그런데 물고기의 피는 다른 동물들처럼 붉은색인데 살은 거의 붉은 기가 돌지 않는 흰색으로 보인다. 왜 어류의 살색은 붉은색이 아닌 투명한 흰색으로 보일까? 이와 같은 비밀의 열쇠는 바로 육상 동물과 어류의 신체적인 차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육상 동물은 무거운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튼튼한 다리와 억센 근육을 가진 반면 물에 사는 물고기는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살아간다. 또한 운동량에 있어서도 차이가 확연하다. 육상동물은 잠을 자는 경우를 빼 놓고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다리와 팔을 움직이며 생존을 하는데 반해 어류는 단지 부력에 의지한 채, 유유히 유영하는 것이 전부이며 가끔 먹이를 낚아 채거나 적의 공격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움직일 뿐이다.

또한 육상동물과 어류는 산소의 소비량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산소는 생물이 숨을 쉬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지만, 운동을 하는 데도 빼놓을 수 없는 물질이다. 그래서 많은 근육 운동을 하기 위해선 그에 비례하는 만큼의 산소가 소모된다. 하지만 단순한 호흡을 통해서는 원활한 근육 운동을 위한 충분한 산소가 공급될 수 없다. 입으로 들어간 산소가 폐를 거치고 다시 근육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단번에 근육이 필요한 양만큼의 산소를 제공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근육 내에 산소를 저장해 필요할 때마다 즉각 공급해 줄 수 있도록 진화해 왔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호흡을 통해 공급되는 부족한 산소의 양을 보충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근육에 산소를 저장하는 물질을 미오글로빈(Myoglobin)이라 하는데, 미오글로빈은 일종의 단백질로서 생체 안에서 근육 조직에 산소를 저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근육 속 산소 저장 창고인 셈이다. 미오글로빈의 양은 동물마다 차이가 있는데 이는 동물마다 근육을 쓰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근육을 거의 쓰지 않는 어류에 비해 근육을 많이 써야 하는 육상 동물은 미오글로빈의 보유량이 어류에 비해 훨씬 더 많다.



이렇듯 미오글로빈의 보유량에 따라 근육의 색깔도 달라지는데 그 이유는 미오글로빈 자체가 붉은색을 띤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미오글로빈은 혈액에 산소를 운반해 주는 헤모글로빈처럼 철(Fe)을 포함하고 있어 적색을 띠는데 미오글로빈은 헤모글로빈을 통해 산소를 공급 받아 근육에 저장된다. 또한 이는 공기나 열에 노출되면 진갈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육상 동물의 근육 단면을 잘라보면 붉은색이나 갈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물속에서 근육의 사용이 적은 어류는 미오글로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살이 붉은색이 아닌 흰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일부 붉은 살을 가진 어류들, 즉 다랑어나 참치 같은 것들을 보면 살이 붉은걸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어류에 비해 움직임이 다이나믹 하며 이를 위해 다량의 미오글로빈을 함유한 근육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곳에도 상식을 뒤집는 재미있는 과학적 사실이 숨어었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과학지식을 찾아가는 즐거움. 이런 즐거움을 통해 우리의 삶도 조금씩 윤택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송은영-과학 칼럼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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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 평점   별 5점

생선회 맛있죠.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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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미오글로빈이 붉은색을 띄고 있어서 근육을 많이 움직이는 동물들은 붉은색을 많이 띄지만, 생선은 근육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어서 미오글로빈이 거의 없기 때문에 흰색을 띄는 군요. 산소를 담고 있는 미오글로빈. 신기하네요.

20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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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아 그렇군요...일상속에 숨어 있는 과학의 원리를 알아가는 기쁨이 큽니다. ㅎㅎ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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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경
  • 평점   별 5점

처음으로 댓글다네요;ㅋㅋ 이번꺼는 완벽하게 이해됐네요 감사해요

200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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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우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회를 알면서 먹으면 더욱 맛나겠네요

200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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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준
  • 평점   별 4점

음 중력때문이구나

잘 몰랏는게 감사해요

200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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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혁
  • 평점   별 3점

무슨뜻인지 잘....몰르겠음돠--;
ㅈㅅ 답변을 제대로내주시길빌며 (참고 제아뒤로보내주셈)
아뒤는 임돠 보내주시길...

200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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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계지이님 좋은 질문 감사드립니다.

핼스클럽에 가면 울퉁불퉁 근육이 많이 있는 분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분들의 근육속에는 아무래도 근육을 많이 쓰다 보니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미오글리빈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오글로빈때문에 근육이 생기는 것은 아니구요~

근육이 더 부풀어 오를수록 이 근육이 지속적인 힘을 낼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미오글리빈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궁금증에 답변이 되셨나요?

과학향기에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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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네~ 박현화님 좋은 질문 감사 드립니다.

미오글로빈과 고통을 느끼는것과는 상관이 없는데요
미오글로빈이 근육내 산소를 보관하는 창고라면 고통을 느끼는 것은 피부에 있는 신경조직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피부에는 통점, 압접, 냉점, 온점 순으로 외부 자극을 느끼게 되는데
아픔을 느끼는 것은 위의 4가지 자극이 혼합되어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만 어류의 감각기관은 우리들과 좀 다른데
어류는 몸의 압력을 느끼는 압점은 있으나 고통을 느끼는 통점은 없는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선의 몸 옆구리에는 대부분 측선이라는 구멍이 뚫린 비늘이 한줄로 줄지어 있는걸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수온이나 자극압, 진동같은 물리적 자극을 느낍니다.

그럼 생선을 잡거나 회칠때 파닥이는 이유는 무엇이냐구요?
그건 생선이 고통스러워서 파닥이는것이 아니라
신체 외적으로 무언가 색다른 물리적 자극을 느끼게 때문에 움직이는 것입니다.

궁금증에 답변이 되셨나요? ^^

과학향기에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도 더욱더 많은 관심 격려 부탁 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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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지이
  • 평점   별 5점

운동한 사람들이 근육이 큰건 미오글로빈이 늘어나서인가요?
운동을 따로 하는 사람들은 안하는 사람들에 비해 '알통'이 생기잖아요. 미오글로빈때문이에요?

200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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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아
  • 평점   별 5점

너무 재밌어요. 평소 궁금하게 생각하던 것들인데..
명쾌하네요.ㅋ

200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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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욱
  • 평점   별 5점

궁금한게 있는데 붉은 색의 피를 갖지 않는 곤충들은 어떤 색깔의 피를 가지나요?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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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 평점   별 3점

그렇구나. 중력때문이구나..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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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리
  • 평점   별 3점

일상생활에 숨어있는 과학지식은 무척 많겠죠? 이렇게 하나 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에 과학향기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붉은살 생선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네요 . '너희들은 열심히 움직이며 살았구나!'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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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 평점   별 5점

신문을 보다가 kisti에 관한 글을 보고 과학향기 신청했습니다.
아이들 메일 주소로 받게 했는데
너무 좋네요.
학교에서 돌아온 우리 아이들도 "엄마, 고마워"라며 뽀뽀 세례를 퍼붓을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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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 평점   별 3점

아 그렇구나. 신기합니당.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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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4점

좋은 지적 감사 드립니다.

송명희님께서 지적하신대로 '틀려지는데'라는 표현에서
'달라지는데'란 표현으로 정정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질책 부탁드립니다.

과학향기 올림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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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화
  • 평점   별 5점

예전에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내용을 이제 확실하게 알아서 좋습니다. 궁금한게 있는데요? 미오글로빈이 있는 동물은 신경학적으로 고통도 느낀다던데 연관성이 있나요? 궁금하네요 이것도 예전에 생선회를 먹으며 생선은 고통이 없다고 들었거든요...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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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양
  • 평점   별 5점

언제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제 아들 녀석이 과학고를 지망하고 있어 아주 유용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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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 평점   별 5점

쏙쏙 들어옵니다. 주변에 숨어있는 과학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엮어나가는 과학향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짝짝짝...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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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희
  • 평점   별 3점

"이렇듯 미오글로빈의 보유량에 따라 근육의 색깔도 틀려지는데"
--> 수정하셔야 할듯 싶습니다.
틀려지는게 아니라 달라지는 것이겠죠.
틀려진다 함은 옳고 그름이 확실한 상태를 말하는데..
위 상황은 옳고 그른게 없으니.. "달라지는데"가 맞겠죠?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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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 평점   별 3점

과학향기는 저의 상식을 팍팍 늘려줍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좋은 소식 기대합니다..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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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안녕하세요 이제욱님 재미있는 질문을 주셨네요~ ^^

곤충의 혈액은 혈액과 림프액이 섞여있어 혈림프(hemolymph)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사람은 혈액을 통해 몸의 각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지만 곤충은 공기 통로가 조직 속까지 연결되어 있어 혈림프를 통해 산소를 공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혈림프가 산소를 공급할 필요가 없으니 우리몸의 혈액처럼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도 필요가 없겠죠?

우리의 혈액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헤모글로빈 가지고 있는 금속원소인 철(Fe)때문인데요 곤충에게는 이 붉은 헤모글로빈이 없으니 혈림프 색깔이 투명하거나 무채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럼 곤충을 잡다 보면 노란색이나 초록색의 체액이 나오는걸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뭐냐구요?
그것은 혈림프의 색깔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 혈림프와 곤충의 체액이 섞여 나오는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되셨나요?

과학향기에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도 더욱더 많은 관심 격려 부탁 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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