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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억만장자가 될 뻔 했던 SF작가-아서 클라크
<KISTI의 과학향기> 제119호 2004년 04월 14일
SF작가들의 상상력은 때때로 현실 세계의 과학에 결정적인 영감을 제공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얘기는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로 유명한 세계적인 SF작가 아서 클라크에 얽힌 비화이다. 그는 인공위성을 통신중계용으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세계 최초로 내 놓은 인물이다. 만약 그가 이 아이디어의 지적 재산권을 주장했다면 오늘날 수억 달러 이상의 갑부가 되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2차대전의 암운이 서서히 걷혀가던 1945년, 아서 클라크는 영국 공군의 레이더 담당 교육장교로 복무하고 있었다. 그는 일찍이 1935년부터 영국행성간협회(BIS)라는 단체에 가입하여 우주여행에 대한 여러가지 과학적 아이디어를 회원들과 토론해오고 있었는데, 전쟁 중에는 군 장교라는 신분 덕택에 당시로서는 일급 기밀로 분류되던 최첨단의 통신장비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그는 그런 고급 정보들을 바탕으로 과학기사를 썼고, 군 당국의 검열을 거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1945년 7월에 클라크는 ‘국제 통신의 미래’라는 글을 썼는데, 군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금방 발표 허가를 내 주었다고 한다. 그는 그 글을 40불의 원고료를 받고 무선통신 전문잡지인 ‘와이어리스 월드(Wireless World)’ 1945년 10월호에 실었으며, 잡지사에서는 ‘지구 밖의 통신중계’라고 제목을 고쳤다.
그가 쓴 글의 요지는 대충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 ...라디오나 TV신호는 비용 및 기술적 문제 등으로 도저히 대륙간 통신이 불가능하다.(그 당시엔 바다속에는 말 할 것도 없고 육지에도 통신용 케이블이나 중계기지가 건설되기 전이었다.) 그렇다면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만약 로켓을 초속 5마일 정도로 쏘아올릴 수 있다면 지상으로 추락하지 않고 지구 둘레를 도는 제 2의 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위성의 고도는 여러가지 높이를 택할 수 있겠지만, 지상에서 2만2천 마일 상공이라면 가장 효과적인 궤도가 될 수 있다. 이 높이에서는 인공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정확히 하루가 걸린다. 따라서 이 위성을 적도 상공에 쏘아올리면 그 자리에 가만히 정지해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즉 정지위성이 되는 것이다.‘
아서 클라크는 여기까지는 전혀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당시 우주비행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글은 계속된다.
‘ ...정지위성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무선송수신기를 설치하면 장거리 무선통신의 중계국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성 하나로는 지구 전역을 다 커버하지 못하지만, 3개를 띄우면 모든 지역이 위성중계통신의 범위에 들어간다.’
그는 이 글에다 FM방식의 위성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에너지까지도 산출해 놓았는데, 그에 따르면 당시 런던 BBC-TV방송의 무선송출기 정도 출력이면 충분했다. 게다가 통신위성을 동작시키는데 필요한 전기는 모두 태양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다면서 태양전지의 가능성까지도 언급했다. 실제로 태양전지가 발명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의 일이며, 오늘날 대부분의 인공위성들이 태양전지를 주 동력원으로 쓰고 있다.
그의 에언대로 통신위성이 실제로 만들어졌음은 새삼 말 할 필요도 없다. 클라크의 이론대로 최초로 정지궤도에 올라 고정적으로 TV 중계위성의 역할을 시작한 것은 1964년에 발사된 신컴 3(Syncom 3)호이며, 바로 이 위성을 통해 1964년 동경올림픽이 세계최초로 생중계되었던 것이다. 사실 1964년 동경올림픽의 생중계 아이디어도 클라크에 의해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1961년에 미국로켓학회의 한 심포지움에서 1964년 올림픽의 생중계 가능성을 말했는데, 마침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미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소장이었던 윌리엄 피커링 박사가 이 얘기를 듣고 당시 부통령이었던 존슨에게 전해주었다. 다음날 발표가 예정되어 있던 존슨 부통령은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연설 원고에 그 내용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그러나 클라크 자신은 그 아이디어를 며칠 전의 다른 토론에서 들었던 것이라고 겸손하게 밝힌 바 있다.)
웃지못할 일은 당시 미국의 꽤 많은 지역에서 올림픽 생중계를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하게 중계가 되었지만, 정작 미국의 TV방송사들은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기존의 프로그램이나 광고방송을 중단시키지 않고 그냥 내보냈기 때문이다.
아무튼 훗날 클라크는 당시의 일을 회고하면서 통신위성 아이디어로 억만장자가 되는 대신 단돈 40불에 넘겼던 셈이라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나중에 유네스코에서는 과학 발전에 이바지한 그의 공로를 기려서 칼링가상(Kalinga Prize)을 수여했다.
지금 그는 팔순이 훨씬 넘은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몇 년 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세속적인 부의 축적을 고집하는 대신 인류 문명의 전망과 그 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더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그의 삶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고도 남지 않을까? (글 : 박상준 ? 과학칼럼리스트)
그가 쓴 글의 요지는 대충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 ...라디오나 TV신호는 비용 및 기술적 문제 등으로 도저히 대륙간 통신이 불가능하다.(그 당시엔 바다속에는 말 할 것도 없고 육지에도 통신용 케이블이나 중계기지가 건설되기 전이었다.) 그렇다면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만약 로켓을 초속 5마일 정도로 쏘아올릴 수 있다면 지상으로 추락하지 않고 지구 둘레를 도는 제 2의 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위성의 고도는 여러가지 높이를 택할 수 있겠지만, 지상에서 2만2천 마일 상공이라면 가장 효과적인 궤도가 될 수 있다. 이 높이에서는 인공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정확히 하루가 걸린다. 따라서 이 위성을 적도 상공에 쏘아올리면 그 자리에 가만히 정지해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즉 정지위성이 되는 것이다.‘
아서 클라크는 여기까지는 전혀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당시 우주비행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글은 계속된다.
‘ ...정지위성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무선송수신기를 설치하면 장거리 무선통신의 중계국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성 하나로는 지구 전역을 다 커버하지 못하지만, 3개를 띄우면 모든 지역이 위성중계통신의 범위에 들어간다.’
그는 이 글에다 FM방식의 위성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에너지까지도 산출해 놓았는데, 그에 따르면 당시 런던 BBC-TV방송의 무선송출기 정도 출력이면 충분했다. 게다가 통신위성을 동작시키는데 필요한 전기는 모두 태양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다면서 태양전지의 가능성까지도 언급했다. 실제로 태양전지가 발명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의 일이며, 오늘날 대부분의 인공위성들이 태양전지를 주 동력원으로 쓰고 있다.
그의 에언대로 통신위성이 실제로 만들어졌음은 새삼 말 할 필요도 없다. 클라크의 이론대로 최초로 정지궤도에 올라 고정적으로 TV 중계위성의 역할을 시작한 것은 1964년에 발사된 신컴 3(Syncom 3)호이며, 바로 이 위성을 통해 1964년 동경올림픽이 세계최초로 생중계되었던 것이다. 사실 1964년 동경올림픽의 생중계 아이디어도 클라크에 의해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1961년에 미국로켓학회의 한 심포지움에서 1964년 올림픽의 생중계 가능성을 말했는데, 마침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미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소장이었던 윌리엄 피커링 박사가 이 얘기를 듣고 당시 부통령이었던 존슨에게 전해주었다. 다음날 발표가 예정되어 있던 존슨 부통령은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연설 원고에 그 내용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그러나 클라크 자신은 그 아이디어를 며칠 전의 다른 토론에서 들었던 것이라고 겸손하게 밝힌 바 있다.)
웃지못할 일은 당시 미국의 꽤 많은 지역에서 올림픽 생중계를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하게 중계가 되었지만, 정작 미국의 TV방송사들은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기존의 프로그램이나 광고방송을 중단시키지 않고 그냥 내보냈기 때문이다.
아무튼 훗날 클라크는 당시의 일을 회고하면서 통신위성 아이디어로 억만장자가 되는 대신 단돈 40불에 넘겼던 셈이라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나중에 유네스코에서는 과학 발전에 이바지한 그의 공로를 기려서 칼링가상(Kalinga Prize)을 수여했다.
지금 그는 팔순이 훨씬 넘은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몇 년 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세속적인 부의 축적을 고집하는 대신 인류 문명의 전망과 그 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더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그의 삶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고도 남지 않을까? (글 : 박상준 ?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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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현실로나타나는 일은 어디까지 계속 될것인지 궁금합니다.
2009-04-06
답글 0
과학향기 내용 정~~말 잼있네요... ㅎㅎㅎ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습니다... *^^*
좋은 내용 계속 부탁드립니다....
2004-04-23
답글 0
안녕하세요 독자님 과학향기 입니다.
예리한 지적 감사드리구요~
독자님께서 지적해 주신 부분은 수정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과학향기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구요~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 향기
2004-04-17
답글 0
두번째 문단에 세번째 줄의 일찌기가 아니라 일찍이 아닌가요?
2004-04-16
답글 0
창의적인데다가 겸손하기까지...아서 클라크
2004-04-16
답글 0
매우 멋진내용이네여 이러한 사람이 많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살기 좋을까...
2004-04-15
답글 0
우와... 정말 멋져요.. 지금까지 그냥 과학관련 서적을 보면서도 그냥 상상이거니 하면서 무심코 넘긴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발상의 전환..(???) 돈에 집착하지 않는모습에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2004-04-15
답글 0
멋진 분이시네요.. 진정한 과학자는 money를 생각하지 않죠.. 본받아야지!
2004-04-14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