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우리 서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공생 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제732호   2008년 03월 14일
생물계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 서로 더불어 한 코, 한 땀 얽혀 산다. 말 그대로 상생하며 공생한다. 공생(symbiosis)이란 ‘서로 다른 종의 생물이 생리적ㆍ행동적으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관계’다.

공생 관계 하면 흔히 우리는 개미와 진딧물, 말미잘과 흰동가리,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가 이익을 보며 공존하는 상리공생(Mutualism)을 떠올린다. 또 상어의 몸에 달라붙는 빨판물고기와 상어처럼 한쪽은 이익을 얻지만 다른 쪽은 이익도 해도 없는 편리공생(Commensalism) 관계도 있다. 빨판물고기는 상어에게 아무 해를 주지 않고 커다란 상어가 먹고 남은 음식을 쫓아다니며 받아먹을 뿐이다.

상리공생이나 편리공생을 하는 모든 생물은 원래 한정된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경쟁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백짓장도 맞들면 낫듯 서로 도움을 주는 편이 생존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판단하여 삶의 방향을 전환했을 것이다. 그러한 인연을 계기로 서로 다른 종과 공생해 나가고 있는 생물들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동물-동물 | 극피동물인 해삼은 아가미 대신 호흡수라는 기관이 항문에 있어서 항문으로 숨을 쉰다. 그런데 해삼의 항문으로 숨이고기가 드나든다. 이 해삼은 우리가 식용으로 쓰는 것보다 더 큰 종이다. 몸의 길이가 15cm도 되지 않는 숨이고기는 몸집이 가늘고 길쭉해서 해삼의 내장 속에 숨기에 아주 적합하다. 숨이고기가 해삼의 항문을 한 번씩 드나들 때마다 해삼의 항문이 깨끗해진다. 깨끗한 물이 들어가고 항문 속의 더러운 물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해삼에게 보금자리와 은신처를 제공받는 숨이고기가 그 대가로 해삼을 ‘관장’(灌腸) 시켜주는 셈이다.

피신처를 제공받는 대신 눈 역할을 대신해주는 관계도 있다. 새우는 시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힘들다. 그런 위험을 파수꾼처럼 지켜 주는 생물이 있으니 바로 고비물고기(Goby Fish)다. 새우는 모래에 구멍을 파고 고비물고기와 함께 산다. 포식자가 새우를 잡아먹으려고 다가오면 고비물고기는 꼬리로 새우를 건드려 위험 신호를 한다. 그러면 모래에 파둔 구멍으로 고비물고기와 함께 재빨리 피한다. 몸집이 작아 스스로 구멍을 팔 수 없는 고비물고기는 파수꾼 역할을 하면서 은신처를 제공받는다.

동물-식물 | 열대에서 아열대에 걸친 바다 속에서는 산호초와 조류(藻類)의 공생을 볼 수 있다. 산호초의 선명한 색깔은 산호 자체의 색이 아니라 산호의 몸속에 공생하는 갈충조의 색이다. 갈충조는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을 산호초에게 제공하고, 대신 산호로부터 생활의 터전을 제공받는다. 산호는 호흡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칼슘을 사용하여 석회질의 재료인 탄산칼슘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산칼슘은 석회질의 뼈대를 구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갈충조가 공급하는 영양분이 촉진시킨다. 산호의 백화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해수 온도가 올라가 갈충조가 죽기 때문이다. 갈충조가 죽으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산호도 결국 죽는다.

알래스카 여러 강가의 나무와 태평양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도 공생관계다. 연어가 올라오는 강가의 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무려 3배 빨리 자란다. 연어는 태평양에서 크게 자란 뒤 강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죽는다. 이때 연어 사체에 있는 다양한 영양분이 강으로 배출되고, 강가에 있는 나무가 이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그 화답으로 나무는 강가에 그늘을 만들어 연어에게 알 낳는 장소를 제공한다. 가까이 두고 보호해 가며 영양분을 얻어먹겠다는 그들만의 심오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동물-미생물 | 동물과 미생물의 공생관계도 흥미롭다. 심해에 살고 있는 길이 2~3m 정도의 관벌레는 소화기관이 없다. 어린 관벌레일 때는 입과 창자, 항문이 있지만 자라면서 없어진다. 그러면 입과 창자가 없는 관벌레가 어떻게 살까. 이들은 몸 안에 공생하는 박테리아 덕분에 살 수 있다. 박테리아는 어린 관벌레의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다. 관벌레는 심해의 열수분출공에서 나오는 황화수소(H2S)를 들이마시는데 이 황화수소가 박테리아의 먹이다. 박테리아는 황화수소로 탄수화물을 합성한 뒤 관벌레에게 공급한다.

식물-미생물 | 콩과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는 대표적인 상리공생 관계다. 콩과식물에는 콩 종류, 팥, 토끼풀, 아카시나무, 싸리나무 등이 있다. 이들 식물은 질소 성분이 적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라는 공생세균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가 콩과식물의 뿌리에 들어가면 뿌리에 혹을 만들어 번식한다. 얼마 뒤 이들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기 시작한다. 니트로게나제 효소를 이용해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바로 쓸 수 있는 암모니아나 유기질소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뿌리혹박테리아가 혼자 흙 속에 있으면 질소를 고정할 수 없다. 콩과식물은 박테리아의 성장에 필요한 유기 영양소를 주고, 박테리아는 콩과식물에게 질소 성분을 주며 상부상조한다.

공생의 세계는 거대한 그물망에 비유할 수 있다. 그물코 하나하나는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그물코에 의존해 있다. 만약 하나의 그물코가 풀리면 다른 그물코도 온전할 수 없다. 생명의 그물망은 하나하나의 그물코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거대한 체계다. ‘너’가 없이는 ‘내’가 없고, ‘내’가 없이는 ‘너’가 없다는 말이다. 뭇 생명체들이 서로 없이는 못사는 ‘함께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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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알지 못했던 공생관계의 생물에 대해서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산호초의 백화현상이 갈충조가 죽어서 였군요. 해삼의 관장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박테리아, 연어 등도 공생관계였군요.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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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우리 눈에는 하찮은 존재이고 또 동물들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 사회를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공생해서 살아가는 법이 있는 모양입니다. 새우의 시력이 좋지 않아 새우의 눈을 대신해주고 은신처를 제공받는 고비 물고기 이야기..정말 세상엔 우리 인간들이 모르는 신기한 일들이 많은것 같아요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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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 평점   별 5점

작품에 똥칠하는 댓글이라니.

2008-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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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 평점   별 5점

조물주니, 절대자라니. 그 건 남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낸 지배층의 술수에 불과합니다. 좀 더 공부하세요.

2008-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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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김
  • 평점   별 5점

과학은 학문, 종교는 신앙... 일단 비교될 순 없겠죠?

민감한 사안이 될수도 있지만, 그래도 다들 점잖으셔서 좋군요.

이 문제 아니더라도 발전적인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200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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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 평점   별 5점

이런 말은 정말 잘 안쓰는데..
여기까지 와서 저런 짓 해대는 걸 보면 정말 예수쟁이란 말이 딱이군요.
지금껏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역사속 사건들 중에 제대로 평가받는 일이
과연 몇개나 되는지 생각해보셨음 합니다.

20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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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
  • 평점   별 5점

최근 과학향기가 유명해졌나 봅니다.
기사에 큰 관계가 없는데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는데 이 자리를 빌리시는 분들이 계시군요.
아래분처럼 모욕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너무 놀랍다 -> 인간은 부족해서 불가능하다 -> 절대자가 만든 것이다
라는 논리는 꽤나 불편하게 보입니다.
미약한 인간이라면 미지의 존재에 대한 외경심만 갖지 말고 도전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인간답다고 생각합니다.

200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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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고도
  • 평점   별 5점

ex)
a < b
b < c

다음으로 적절한것은
1. a < c
2. a = c
3. a > c
4. 조물주가 존재한다.

200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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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후니
  • 평점   별 5점

신을 믿는 것은 믿는 사람의 마음이지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면... 무엇인가 신비로우면...
다 조물주를 찾는 그러한 습관과 이를 당당하게 댓글이나 글로 남기는 건
이러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다른 이들에 모독입니다.

200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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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넘
  • 평점   별 5점

생물들이 학습으로 공생관계를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습니다.
그들의 습관이라기 보다는 태생적으로 함께살도록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창조주, 조물주의 작품이라 생각되고,
그걸 발견하는 것이 인간이며,
발견하고 놀라는 것이 피조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주객을 잠시 제자리로 돌려보면 쉽게 풀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200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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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 평점   별 5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생물학도로써 또한 조물주를 믿는자로써, 어깨넘님의 의견에 한표를 던지고 싶네요. 조물주가 이렇게 저렇게 창조한 것을 단지 인간이 발견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교서 동물발생학을 공부한 것이 벌써 예전 일이지만, 항상 진화관련 부분을 공부하면서 많은 의문이 생겼지요.

극소량의 유기물들이 뭉쳐서 어찌어찌하여 호흡활동을 하는 생명체가 되고, 그것들이 다양한 생물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그 환경에 또한 스스로 적응하여 현재와 같이 수많은 무수한 생물들이 진화에 진화를 거쳐 다양성을 띄게 됐다....

뭐랄까,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구요.
그깟 유기물들이 과연 지금과 같이 다양한 형질, 유전자를 갖고있는 여러 개체로 정말 진화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씹고있는 껌을 초기 원시 지구에 막 뿌려넣고 수광년이 지나면 지금과 같은 지구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존재를 믿는 것, 그것은 과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다른 이들에게 모욕이 아닌 또 하나의 사실 가능성 높은 이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200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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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 평점   별 5점

연어와 나무 이야긴 참 새롭네요..
해삼은 아무리 공생이라지만 은근히 아플 것 같기도 하고... ^^

그런데 이런 곳에서 조물주라...
진짜 절대자가 있었다면 서로 잡아먹고 살게 만들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그런점에서 원래 경쟁관계였다는 말이 백 배는 설득력있는 것 같습니다.

200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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