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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우주에선 어떤 음식 먹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1517호 2012년 01월 09일
2012년 새해 첫 새벽. 어둑어둑한 새벽 공기를 가르고 태연의 ‘야호!’ 소리가 온 집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자기 방 침대에서 팔딱 뛰어나와 엄마 아빠 침대로 쏙 들어간 태연은 어마어마한 길몽 스토리를 풀어놓는다.
“그러니까, 어마어마하게 크고 잘생긴 용이 나타났어요. 그것도 검정색 흑룡이 저한테 찡끗 윙크를 하는 거예요. 근데 윙크하는 눈이 이뻐~ 완전 송중기야~~. 그런 다음 송중기 흑룡이 제 손을 잡고 하늘로 막 승천을 해서, 우주선 안으로 쏙 들어가는 거 있죠. 그리고는 파란 지구별을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를 한 잔 마셨어요. 그 다음에 뭐라고 고백을 한 줄 아세요? ‘다른 여자들이 그냥 용이라면, 넌 흑룡이야.’ 이러는 거예요. 이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꿈일까요? 새해에는 연예인이 되려는 걸까요?”
엄마와 아빠는 새벽부터 이게 뭔 일인가 싶다. 개꿈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딸의 꿈 얘기에 기가 찬다.
“아이고, 우리 태연이가 새해 아침부터 아주 좋은 꿈을 꿨구나.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스토리인데…. 여보, 용 나오면 태몽 아냐?
“아빠!! 새해 아침부터 진짜 이럴 거예요?”
“맞아요. 당신은 애한테 꼭 그렇게 장난부터 치더라. 우리 태연이가 뉴스에서 흑룡의 해라는 말이 하도 자주 나오니까 그런 꿈을 꿨나보구나. 암튼 용꿈은 좋은 거니까, 한 해 동안 좋을 일만 있을 거야.”
태연, 엄마의 말에 기분이 조금 풀린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태연의 배꼽시계가 꼬르륵 꼬르륵 울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흑룡씨랑 우주선에서 먹은 게 하필 커피라서 실망이었어요. 센스 있는 남자라면 우주선에서 따끈한 순대국에, 파전 한 접시쯤은 먹게 해줘야하는 거 아니에요?”
“글쎄다, 그런데 아직 우주식품으로 순대국과 파전이 승인이 안 돼 있어서 좀 힘들 것 같구나.”
“엥? 그럼 우주에서는 승인 받은 음식만 먹어야 해요?”
“그렇단다. 한식 중에는 2008년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씨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먹었던 김치, 라면, 수정과, 생식바 등 4종과 2010년에 개발한 비빔밥, 불고기, 미역국, 오디음료 등 4종, 그리고 2011년 12월에 승인된 부안참뽕 바지락죽, 부안참뽕 잼, 상주곶감초콜릿, 당침블루베리, 단호박죽, 카레밥, 닭죽, 닭갈비, 사골우거지국 이렇게 모두 17가지 음식만이 우주식품으로 인정을 받았어.”
“허걱, 겨우 17가지…. 갑자기 우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싸악~ 사라졌어요. 전 토종이라서 한식을 먹어야 기운이 나걸랑요. 그런데 우주식품으로 승인받는 게 왜 힘들어요? 아무거나 먹고 싶은 거 그냥 먹으면 안 돼요?”
“우주식품은 오래 둬도 부패하지 않도록 철저히 살균해서 미생물을 최소화해야 한단다. 우주인이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라도 걸리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또 우주선에서는 조리를 하는 게 힘드니까 포장만 벗겨 그대로 먹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워 먹는 정도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해. 뿐만 아니라 1kg의 물체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쏴 올리는데 약 5,000만원이라는 큰돈이 든단다. 때문에 동결건조 시켜 극도로 가볍게 만든 식품이 대부분이지.”
“그렇구나~. 그런데 잼이나 죽은 그렇다 치고, 사골우거지국이나 라면처럼 국물 있는 음식은 어떻게 먹어요?”
“국물 있는 음식은 낮은 온도에서 급속냉동 시킨 다음, 물 분자를 다 빼내고 블록 형태로 만들어서 우주로 가져간단다. 여기에 섭씨 약 7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붓고 빨대로 빨아 먹는 거지. 그리고 우주 라면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비빔면 형태에 가깝단다. 분말수프가 뿌려진 채 포장된 라면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비벼먹는 거지.”
“먹는 장소는요? 식탁도 없이 둥둥 떠다니면서 먹나요?”
“떠다니며 먹는 게 좋은 사람은 그래도 되겠지만, 보통은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는구나. 다만 음식이 떠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음식 용기마다 벨크로가 붙어있다는 게 지상과는 다르지. 또 식탁에는 진공청소기같이 음식물 부스러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구도 있단다. 작은 음식물 부스러기라도 공중에 떠다니다가 기계에 빨려들어 고장을 일으키거나 우주인의 몸속에 들어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극도로 조심하는 거지.”
“겨울에는 뭐니 뭐니 해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국물을 훌훌 마셔야 하는 건데, 빨대로 빨아먹어야 한다니 영 마음에 안 들어요.”
“그래도 맛은 생각보다 상당히 좋을 거야. 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인들이 입맛을 잃는 게 큰 고민거리거든. 무중력 속에서는 혈액이 상체로 몰려 얼굴과 목이 붓고 냄새와 미각도 둔해지면서 입맛을 잃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렇게 되면 우주인들의 체력이 떨어져 우주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단다. 때문에 우주인들이 최대한 입맛을 잃지 않도록 음식의 ‘맛’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는구나.”
“아, 진짜요? 그 얘기 들으니까 다시 제2의 이소연이 되고 싶은 마음이 불끈 드는데요! 꼭 실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요. 13년 평생 단 한 번도 입맛이 떨어져본 적이 없는 저도, 우주정거장에서는 정말 식욕이 떨어질까요? 저도 ‘입맛이 없다’는 느낌이 뭔지 꼭 한 번 경험해 보고 싶거든요. 꼭!!!”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그러니까, 어마어마하게 크고 잘생긴 용이 나타났어요. 그것도 검정색 흑룡이 저한테 찡끗 윙크를 하는 거예요. 근데 윙크하는 눈이 이뻐~ 완전 송중기야~~. 그런 다음 송중기 흑룡이 제 손을 잡고 하늘로 막 승천을 해서, 우주선 안으로 쏙 들어가는 거 있죠. 그리고는 파란 지구별을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를 한 잔 마셨어요. 그 다음에 뭐라고 고백을 한 줄 아세요? ‘다른 여자들이 그냥 용이라면, 넌 흑룡이야.’ 이러는 거예요. 이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꿈일까요? 새해에는 연예인이 되려는 걸까요?”
엄마와 아빠는 새벽부터 이게 뭔 일인가 싶다. 개꿈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딸의 꿈 얘기에 기가 찬다.
“아이고, 우리 태연이가 새해 아침부터 아주 좋은 꿈을 꿨구나.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스토리인데…. 여보, 용 나오면 태몽 아냐?
“아빠!! 새해 아침부터 진짜 이럴 거예요?”
“맞아요. 당신은 애한테 꼭 그렇게 장난부터 치더라. 우리 태연이가 뉴스에서 흑룡의 해라는 말이 하도 자주 나오니까 그런 꿈을 꿨나보구나. 암튼 용꿈은 좋은 거니까, 한 해 동안 좋을 일만 있을 거야.”
태연, 엄마의 말에 기분이 조금 풀린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태연의 배꼽시계가 꼬르륵 꼬르륵 울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흑룡씨랑 우주선에서 먹은 게 하필 커피라서 실망이었어요. 센스 있는 남자라면 우주선에서 따끈한 순대국에, 파전 한 접시쯤은 먹게 해줘야하는 거 아니에요?”
“글쎄다, 그런데 아직 우주식품으로 순대국과 파전이 승인이 안 돼 있어서 좀 힘들 것 같구나.”
“엥? 그럼 우주에서는 승인 받은 음식만 먹어야 해요?”
“그렇단다. 한식 중에는 2008년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씨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먹었던 김치, 라면, 수정과, 생식바 등 4종과 2010년에 개발한 비빔밥, 불고기, 미역국, 오디음료 등 4종, 그리고 2011년 12월에 승인된 부안참뽕 바지락죽, 부안참뽕 잼, 상주곶감초콜릿, 당침블루베리, 단호박죽, 카레밥, 닭죽, 닭갈비, 사골우거지국 이렇게 모두 17가지 음식만이 우주식품으로 인정을 받았어.”
“허걱, 겨우 17가지…. 갑자기 우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싸악~ 사라졌어요. 전 토종이라서 한식을 먹어야 기운이 나걸랑요. 그런데 우주식품으로 승인받는 게 왜 힘들어요? 아무거나 먹고 싶은 거 그냥 먹으면 안 돼요?”
“우주식품은 오래 둬도 부패하지 않도록 철저히 살균해서 미생물을 최소화해야 한단다. 우주인이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라도 걸리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또 우주선에서는 조리를 하는 게 힘드니까 포장만 벗겨 그대로 먹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워 먹는 정도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해. 뿐만 아니라 1kg의 물체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쏴 올리는데 약 5,000만원이라는 큰돈이 든단다. 때문에 동결건조 시켜 극도로 가볍게 만든 식품이 대부분이지.”
“그렇구나~. 그런데 잼이나 죽은 그렇다 치고, 사골우거지국이나 라면처럼 국물 있는 음식은 어떻게 먹어요?”
“국물 있는 음식은 낮은 온도에서 급속냉동 시킨 다음, 물 분자를 다 빼내고 블록 형태로 만들어서 우주로 가져간단다. 여기에 섭씨 약 7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붓고 빨대로 빨아 먹는 거지. 그리고 우주 라면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비빔면 형태에 가깝단다. 분말수프가 뿌려진 채 포장된 라면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비벼먹는 거지.”
“먹는 장소는요? 식탁도 없이 둥둥 떠다니면서 먹나요?”
“떠다니며 먹는 게 좋은 사람은 그래도 되겠지만, 보통은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는구나. 다만 음식이 떠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음식 용기마다 벨크로가 붙어있다는 게 지상과는 다르지. 또 식탁에는 진공청소기같이 음식물 부스러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구도 있단다. 작은 음식물 부스러기라도 공중에 떠다니다가 기계에 빨려들어 고장을 일으키거나 우주인의 몸속에 들어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극도로 조심하는 거지.”
“겨울에는 뭐니 뭐니 해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국물을 훌훌 마셔야 하는 건데, 빨대로 빨아먹어야 한다니 영 마음에 안 들어요.”
“그래도 맛은 생각보다 상당히 좋을 거야. 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인들이 입맛을 잃는 게 큰 고민거리거든. 무중력 속에서는 혈액이 상체로 몰려 얼굴과 목이 붓고 냄새와 미각도 둔해지면서 입맛을 잃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렇게 되면 우주인들의 체력이 떨어져 우주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단다. 때문에 우주인들이 최대한 입맛을 잃지 않도록 음식의 ‘맛’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는구나.”
“아, 진짜요? 그 얘기 들으니까 다시 제2의 이소연이 되고 싶은 마음이 불끈 드는데요! 꼭 실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요. 13년 평생 단 한 번도 입맛이 떨어져본 적이 없는 저도, 우주정거장에서는 정말 식욕이 떨어질까요? 저도 ‘입맛이 없다’는 느낌이 뭔지 꼭 한 번 경험해 보고 싶거든요. 꼭!!!”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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