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음악을 잉태한 수학

<KISTI의 과학향기> 제251호   2005년 02월 16일
음악과 수학, 얼핏 들으면 별로 특별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과 수학은 사실은 떼어낼 수 없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의 실체가 바로 수학적으로 해석되고 표현될 뿐만 아니라, 역사상 유명한 수학자들 중에 상당수가 음악 및 음향학에도 조예가 깊었고 그 발전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음악으로부터 수학적인 관계를 처음으로 밝혀낸 학자는 바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수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 BC582?~BC497?)이다. 일찍이 수에 대하여 많은 것을 연구하여 그 성질을 알아낸 바 있는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는데,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분야의 하나가 곧 음악이었다. 피타고라스는 하프를 직접 연주하면서 소리를 분석해 본 결과, 하프에서 나오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게 조화를 이루는 경우에 하프 현의 길이나 현에 미치는 힘이 간단한 정수비례 관계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한 옥타브는 1:2의 비, 5도음은 2:3의 비를 이룬다는 것 등인데, 고대 그리스의 5도 음률에 기초한 피타고라스 음률이 곧 오늘날 우리가 음정이라고 부르는 것의 기원이며, 음향학의 출발이기도 한다.

그 이후에도 여러 저명한 수학자, 과학자들이 진동과 음향을 연구하고 소리의 높낮이와 진동수의 관계 등을 밝힘으로써 음악과 음향이론을 발전시켰는데, 근대 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 ‘메르센 소수’로 불리는 소수(素數)의 연구로 이름이 알려진 프랑스의 수학자 메르센(Marin Mersenne; 1588-1648), 물리학의 여러 분야에 걸쳐서 업적을 남겨서 1904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레일리 경(3rd Baron Rayleigh; 1842- 1919 본명은 John William Strutt)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소리와 진동이 왜 관계가 있으며, 악기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어떤 과정을 통하여 우리 귀에 들어오는 것일까? 17세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종소리나 음악소리 등을 들을 수 있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입자들의 흐름이 소리의 원천으로부터 나와서 귀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 후 여러 실험 등을 통해서 밝혀진 결과, 소리란 곧 미세한 기압의 변화로 이루어지는 공기의 파장이며, 따라서 현악기나 관악기, 타악기 등 온갖 악기의 진동에 의해 듣기 좋은 음악 소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또한 음악 소리의 높낮이는 음파의 진동수, 즉 1초 동안에 진동하는 주파수에 의해 좌우되며, 소리가 높아질수록 진동수가 커진다. 사람의 귀로 느낄 수 있는 음파의 주파수 범위는 대략 20Hz에서 20,000Hz 사이이며, 소리의 크기가 같을 경우 3000Hz 안팎일 때가 가장 잘 들린다.



그러나 음악에서는 피아노의 음역인 27.5Hz ~ 4186Hz 정도를 주로 사용하며, 음악에서 쓰이는 음의 높이를 세계적으로 통일시키기 위하여 모든 악기는 표준 음고의 진동수에 맞추도록 되어 있다. 표준 음고는 1859년의 파리회의와 1885년에 비인회의에서 A음을 435Hz로 하도록 정해졌지만, 최근에는 연주의 효과를 더 좋게 하기 위하여 1834년 슈투트가르트 회의에서 나온 440Hz로 높여서 연주 음고로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대부분 이를 따르고 있다.

화음과 진동수의 관계를 보면, 이른바 순정음률에서는 으뜸화음인 도, 미, 솔, 버금딸림화음인 파, 라, 도, 딸림화음인 솔, 시, 레의 진동수 비율이 모두 정확히 4:5:6의 정수비가 되도록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순정음률에서는 모든 음정이 정수비로 되어있는 대신에, 음과 음 사이의 진동수 간격은 일정하지 않고 약간씩 차이가 있게 된다.

이를 보완하고자, 프랑스의 메르센과 독일의 바하(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등이 평균율을 발전시켜서 이후에는 거의 모든 서양 음악이 이를 따르게 되었다. 평균율에서는 음정과 다음 음정 사이의 비율 간격이 약 1.06으로 모두 일정하고, 현재까지 모든 피아노에 사용되며 일정한 악기로 어떠한 조로 바꾸어도 균등한 울림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평균율 음계에서는 진동수 비율이 완전한 정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엄밀한 화음은 약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수학에 별로 흥미가 없는 분들이라도 좋은 음악을 들을 때 가끔은 ‘수학이 없으면 음악도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학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멀리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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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명심하겠습니다. 좋은 음악을 들을때는 꼭 수학이 없으면 음악도 없다는 것을 염두해 두겠습니다.

2009-04-07

답글 0

정신애
  • 평점   별 3점

음악과 수학이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임을 알았다.

골치 아픈 수학을 풀기 위해서 음악을 듣고 있다.

200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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