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과학향기 Story] 음악이 변했다? 음악이 진화했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91호   2024년 09월 02일
“요즘 음악은 옛날만 못해”, “90년대 감성을 따라갈 순 없지”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과거 음악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은 지나간 추억에 대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도 요즘 음악은 옛날만 못할까?
 
최근 영국 런던 퀸 메리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서 과학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1950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70년 동안의 빌보드 연말 싱글 차트 상위 5곡, 총 365곡이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팝 음악의 멜로디와 리듬 패턴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팝송의 멜로디와 리듬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옛날 노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불만에 근거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일까?
 
팝 음악은 크게 총 세 번 변했다
 
연구에 따르면, 대중음악 멜로디의 복잡성이 크게 변화한 시기는 총 3번이다. 독특한 점은 각 시기가 음악 산업과 기술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 시점이라는 점이다.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바로 1975년이다. 당시에는 비지스의 <Stayin' Alive>나 도나 썸머의 <I Feel Love>처럼 반복적인 리듬과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디스코가 유행했다. 또한 Queen의 <We Will Rock You>, 본 조비의 <Livin' on a Prayer>처럼 강렬한 후렴구를 가져 따라 부르기 쉬운 스타디움 록(아레나 록)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디스코와 스타디움 록의 유행은 팝 음악 전반의 복잡성이 대폭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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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본 조비의 <Livin' on a Prayer>와 같은 스타디움 록의 유행은 팝 음악 전반의 복잡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shutterstock
 
두 번째 변화는 1996년으로, 투팍의 <California Love>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Hypnotize>가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힙합이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았다. 힙합은 리듬을 중점으로 멜로디보다는 가사와 플로우(flow)를 강조한다. 이에 전통적인 팝 음악의 멜로디 구조가 크게 변했다. 또한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의 등장 역시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DAW를 활용하면 특정 구절을 쉽게 반복하고 편집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루프(loop)를 기반으로 한 음악 제작이 보편화됐고, 이는 멜로디의 단순화를 부채질했다.
 
마지막 변화는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된 2000년대에 일어났다. 당시 MP3플레이어의 대중화와 더불어 냅스터처럼 개인의 음악파일을 인터넷에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음악 소비 패턴이 크게 뒤바뀌었다. 특히 앨범을 통으로 듣기보단 개별 트랙을 듣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히트 싱글’ 중심의 음악 제작을 부추겼다. 또 오토튠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음정을 쉽게 보정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보컬의 자연스러운 변화와 미묘한 뉘앙스는 줄어들었지만, 단조로운 보컬 사운드가 주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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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2000년대 초, MP3와 파일 공유 서비스의 등장은 음악 소비 패턴을 크게 변화시켰다. ⓒshutterstock
 
팝송의 단순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팝송은 왜 점점 단순해지는 걸까? 팝송의 단순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다른 음악 요소가 복잡해진 탓이다. 실제로 멜로디와 리듬은 단순해졌지만, 단위 시간당 음표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팝 음악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빠른 템포, 복잡한 비트, 다층적인 사운드 레이어링으로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7Rings> 드레이크의 <God’s Plan>를 예시로 들 수 있다.
 
두 번째 원인은 디지털 악기와 프로듀싱 기술의 발달이다. 과거에는 악기를 활용해야 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디지털 음악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다양한 사운드를 제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멜로디는 무척 단순하지만, 독특한 베이스 사운드와 다양한 효과음,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은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가 있다. 이처럼 현대에 이르러선 멜로디의 복잡성보단, 독특하고 매력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음악의 단순화, 퇴보인가 진화인가?
 
이번 연구 결과를 단순히 음악의 ‘퇴보’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음악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로 봐야 한다. 과거에는 음악이 ‘감상’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동 중에 음악을 듣거나, 운동, 작업, 명상 등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복잡한 멜로디보단 단순하고 강렬한 구절로 귀를 사로잡는 노래가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쉬워졌다. 이에 음악 제작자들이 짧은 후렴구와 반복되는 가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K-Pop의 성공에서 엿볼 수 있듯, 더 이상 팝 음악은 영어권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즉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보편적이고 단순한 멜로디를 활용해야만 한다. 따라서 팝송이 구조적으로 단순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음악의 퇴보가 아닌 우리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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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K-pop열풍에서 엿볼 수 있듯, 팝 음악은 더 이상 영어권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shutterstock
 
음악의 진화는 계속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음악은 어떻게 진화할까? 이미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은 음악 작곡과 프로듀싱에 활용되며,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음악의 창의성을 증진할 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창출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의 발전은 음악 경험을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즉 시각적이고 공간적인 경험을 통해 음악의 복잡성과 단순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할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음악은 끝없이 변하고 진화하는 예술이다. 팝송의 단순화는 이러한 변화의 한 측면일 뿐이며, 시대의 요구와 기술의 발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음악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기술과 창의력과의 융합을 통해 더욱 다채롭고 풍부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는 진화하는 음악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느끼게 될 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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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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