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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DNA 고고학
<KISTI의 과학향기> 제559호 2007년 02월 05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는 서로 ‘통하는’ 사이였다.
지난 해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한 해를 빛낸 10대 연구 중 2위로 꼽은 연구다.
과학자들은 3만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이빨 근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재 인간과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가진 크로마뇽인 사이에 근친교배가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50만년 전 같은 조상을 두고 있는 사이로 밝혀졌다. 이처럼 말이 없는 죽은 자들의 과거는 어떻게 밝히는 것일까?
죽은 자의 화석에서 인류의 발달사를 밝혀낸 주인공은 ‘DNA 고고학’ 이다. DNA 고고학은 유물, 유적 등의 DNA를 분석해 옛 인류의 삶을 복원하는 학문이다. DNA를 분석하면 생물 간의 연관관계를 밝힐 수 있다. “네가 내 자식이 맞느냐?”라는 질문에 ‘친자감별법’이란 유전자 검사를 사용한다. 친자감별법은 얼마나 염기서열이 닮아있는지 확인해 혈연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DNA 고고학도 동일한 원리를 이용한다. 질문이 “당신이 내 조상이 맞나요?”로 바뀌기는 하지만.
DNA 고고학이 태동한 것은 불과 20여 년 전이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앨런 윌슨은 죽은 생물체에서도 DNA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140년 전 멸종한 얼룩말 사촌같이 생긴 ‘콰거’의 사체에서 DNA를 얻어낸 것이다. 그 뒤 고고학자들은 과거 인류 정보가 담긴 DNA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그러나 죽은 자가 우리에게 남긴 선물인 DNA는 너무 양이 적었다. 보물찾기처럼 수천, 수만년 전의 DNA를 발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며 찾은 DNA도 분석을 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적었다. 과거로 가는 문을 여는 일이 난관에 봉착한 순간이었다. 열쇠는 있지만 열쇠가 너무 작아 손에 잡히지 않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문제는 유전공학에서 사용되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으로 풀었다. PCR이란 하나의 원본을 복사기로 여러 부를 인쇄하듯 특정 DNA를 증폭하는 기술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관계를 밝힌 연구에서는 유전자를 PCR을 써서 1차적으로 DNA를 증폭한 뒤 박테리아와 결합시켜 다량으로 복제하는 방식으로 오래된 DNA를 분석했다.
이런 유전자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오래된 유물을 분석하는 두 가지 열쇠를 갖게 됐다. 사람의 세포에 DNA가 담긴 부분은 두 곳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열쇠는 핵 안에 23쌍의 염색체 형태로 존재하는 30억개 염기쌍의 DNA이고, 두 번째 열쇠는 핵 바깥의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1만 6000개 염기쌍의 유전자다. 이 열쇠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첫 번째 열쇠인 핵 유전자를 통해서는 성별을 구별하고 사람이 가진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성염색체로 여자(XX)인지 남자(XY)인지 알아낸 후 ‘다변화 좌위’를 분석한다. 다변화 좌위란 DNA의 염기서열이 특정 부위에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DNA의 염기서열이 다양하기 때문에 개인마다 다변화 좌위도 다르게 나타난다. 눈동자의 색깔, 피부색 등을 결정하는 다변화 좌위를 읽어 내면 개개인의 특징적인 용모까지 드러난다.
가까운 혈연관계는 이 염기 서열이 비슷해 ‘닮게’된다. 이를 이용하면 같은 무덤에서 발견된 유골의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인종, 민족별로 다변화 좌위에서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한 민족의 뿌리가 어떤지 DNA를 분석해 알아낼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관계도 이 다변화좌위를 분석해서 알아냈다.
두 번째 열쇠인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어머니’를 알아내는 데 이용된다. 세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를 통해 전달된다. 아버지의 정자도 미토콘드리아가 있지만 난자에 전달돼지 못하고 없어진다. 그래서 수정란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의 것만 남아 후손에게 전달된다. 남자가 결혼해 자식을 낳으면 자식은 자신의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만 가진다. 이 미토콘드리아 또한 외할머니의 미토콘드리아다.
이 원리로 미토콘드리아를 연구하면 어머니의 기원을 찾아낼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 앨런 윌슨은 ‘아프리카 이브설’을 제기했다. 어머니의 어머니, 그 정점에 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인 이브가 바로 아프리카 지역의 여성이란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된 근거는 오래된 미토콘드리아일수록 후손에게 전달되면서 변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로 모계를 역추적하면서 세계 여러 지역의 여성의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지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아프리카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가장 많은 변화를 나타냈다. 윌슨 박사는 “현재 전달된 미토콘드리아 중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아프리카 지역의 여성이 현생 인류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DNA 고고학이 빛을 발하고 있다. 1996년 전남 나주 복암리의 고분군에서 삼국시대에 살았다고 추정된 세 사람의 뼈가 발견됐다. 국립문화재 연구소는 핵 유전자를 연구해 남녀 한 쌍은 같은 모계임을 밝혔고 DNA가 너무 많이 손상된 나머지 한 남자는 성별을 알아내는데 그쳤다.
네안데르탈인을 연구한 연구팀은 앞으로 2년 안에 330만 쌍의 염기서열을 더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DNA 고고학을 통해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인류와의 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DNA가 잘 보존된 석기시대의 유골이 발견되고 더 발전된 DNA고고학으로 유골을 분석해 낸다면 한국인의 기원을 보다 분명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글 : 남연정 과학전문 기자)
지난 해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한 해를 빛낸 10대 연구 중 2위로 꼽은 연구다.
과학자들은 3만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이빨 근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재 인간과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가진 크로마뇽인 사이에 근친교배가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50만년 전 같은 조상을 두고 있는 사이로 밝혀졌다. 이처럼 말이 없는 죽은 자들의 과거는 어떻게 밝히는 것일까?
죽은 자의 화석에서 인류의 발달사를 밝혀낸 주인공은 ‘DNA 고고학’ 이다. DNA 고고학은 유물, 유적 등의 DNA를 분석해 옛 인류의 삶을 복원하는 학문이다. DNA를 분석하면 생물 간의 연관관계를 밝힐 수 있다. “네가 내 자식이 맞느냐?”라는 질문에 ‘친자감별법’이란 유전자 검사를 사용한다. 친자감별법은 얼마나 염기서열이 닮아있는지 확인해 혈연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DNA 고고학도 동일한 원리를 이용한다. 질문이 “당신이 내 조상이 맞나요?”로 바뀌기는 하지만.
DNA 고고학이 태동한 것은 불과 20여 년 전이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앨런 윌슨은 죽은 생물체에서도 DNA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140년 전 멸종한 얼룩말 사촌같이 생긴 ‘콰거’의 사체에서 DNA를 얻어낸 것이다. 그 뒤 고고학자들은 과거 인류 정보가 담긴 DNA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그러나 죽은 자가 우리에게 남긴 선물인 DNA는 너무 양이 적었다. 보물찾기처럼 수천, 수만년 전의 DNA를 발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며 찾은 DNA도 분석을 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적었다. 과거로 가는 문을 여는 일이 난관에 봉착한 순간이었다. 열쇠는 있지만 열쇠가 너무 작아 손에 잡히지 않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문제는 유전공학에서 사용되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으로 풀었다. PCR이란 하나의 원본을 복사기로 여러 부를 인쇄하듯 특정 DNA를 증폭하는 기술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관계를 밝힌 연구에서는 유전자를 PCR을 써서 1차적으로 DNA를 증폭한 뒤 박테리아와 결합시켜 다량으로 복제하는 방식으로 오래된 DNA를 분석했다.
이런 유전자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오래된 유물을 분석하는 두 가지 열쇠를 갖게 됐다. 사람의 세포에 DNA가 담긴 부분은 두 곳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열쇠는 핵 안에 23쌍의 염색체 형태로 존재하는 30억개 염기쌍의 DNA이고, 두 번째 열쇠는 핵 바깥의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1만 6000개 염기쌍의 유전자다. 이 열쇠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첫 번째 열쇠인 핵 유전자를 통해서는 성별을 구별하고 사람이 가진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성염색체로 여자(XX)인지 남자(XY)인지 알아낸 후 ‘다변화 좌위’를 분석한다. 다변화 좌위란 DNA의 염기서열이 특정 부위에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DNA의 염기서열이 다양하기 때문에 개인마다 다변화 좌위도 다르게 나타난다. 눈동자의 색깔, 피부색 등을 결정하는 다변화 좌위를 읽어 내면 개개인의 특징적인 용모까지 드러난다.
가까운 혈연관계는 이 염기 서열이 비슷해 ‘닮게’된다. 이를 이용하면 같은 무덤에서 발견된 유골의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인종, 민족별로 다변화 좌위에서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한 민족의 뿌리가 어떤지 DNA를 분석해 알아낼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관계도 이 다변화좌위를 분석해서 알아냈다.
두 번째 열쇠인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어머니’를 알아내는 데 이용된다. 세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를 통해 전달된다. 아버지의 정자도 미토콘드리아가 있지만 난자에 전달돼지 못하고 없어진다. 그래서 수정란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의 것만 남아 후손에게 전달된다. 남자가 결혼해 자식을 낳으면 자식은 자신의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만 가진다. 이 미토콘드리아 또한 외할머니의 미토콘드리아다.
이 원리로 미토콘드리아를 연구하면 어머니의 기원을 찾아낼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 앨런 윌슨은 ‘아프리카 이브설’을 제기했다. 어머니의 어머니, 그 정점에 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인 이브가 바로 아프리카 지역의 여성이란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된 근거는 오래된 미토콘드리아일수록 후손에게 전달되면서 변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로 모계를 역추적하면서 세계 여러 지역의 여성의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지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아프리카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가장 많은 변화를 나타냈다. 윌슨 박사는 “현재 전달된 미토콘드리아 중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아프리카 지역의 여성이 현생 인류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DNA 고고학이 빛을 발하고 있다. 1996년 전남 나주 복암리의 고분군에서 삼국시대에 살았다고 추정된 세 사람의 뼈가 발견됐다. 국립문화재 연구소는 핵 유전자를 연구해 남녀 한 쌍은 같은 모계임을 밝혔고 DNA가 너무 많이 손상된 나머지 한 남자는 성별을 알아내는데 그쳤다.
네안데르탈인을 연구한 연구팀은 앞으로 2년 안에 330만 쌍의 염기서열을 더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DNA 고고학을 통해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인류와의 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DNA가 잘 보존된 석기시대의 유골이 발견되고 더 발전된 DNA고고학으로 유골을 분석해 낸다면 한국인의 기원을 보다 분명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글 : 남연정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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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향기를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6
답글 0
인류가 아담과 이브에서 시작한거면...
모든 사람들의 미토콘드리아는
한 어머니에게서 나온거니까...
모두 같겠네요...ㅎㅎ
2007-02-16
답글 0
한국인의 기원도 곧 알 수 있을 것이라니...기다려 지네요.
2007-02-06
답글 0
발해가 우리 역사란 사실은 3·8선을 넘어야 증명할 수 있는 건가...
2007-02-05
답글 0
DNA고고학이 민족간의 유전자 특징을 구별할 수도 있나요? 만약 가능하다면,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자기내 역사라고 주장하는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라는 걸 DNA고고학으로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즉, 고구려/신라/백제 인, 더 나아가 고조선 인이 고려, 조선인과 같은 민족적 특징을 갖는다는 걸 보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07-02-05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