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재미있는 목소리의 비밀 - 헬륨가스

<KISTI의 과학향기> 제189호   2004년 09월 24일
K씨는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놀이동산으로 나들이 다녀오는 길에 풍선을 샀다. 입으로 분 풍선과 달리 하늘로 둥실 떠오르는 헬륨 풍선은 아이들을 즐겁게했다. 하지만 집으로 가져온 풍선은 이틀을 못 넘기고 바람이 빠져 시들해졌다. 버리자니 아쉽고 그냥 두자니 흉물스러워 고민하던 중에 K씨는 재미있는 놀이를 생각해냈다.

K씨가 풍선 안의 공기를 입에 머금고 말을 하자, 음성변조 된 것 같은 재미있는 목소리가 났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고 본인도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제법 머리가 굵어진 큰 아이가 “아빠, 풍선을 마시면 왜 목소리가 바뀌는 거야?” 라고 물었다. “풍선 속에 헬륨가스가 들어있기 때문이지.”라고 대답해줬으나 아이는 계속 궁금한 표정이다. “헬륨가스가 뭐야?” K씨는 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보며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헬륨이 들어있는 풍선의 공기를 마시고 말을 하면 목소리가 변한다. 그 소리가 만화 주인공 ‘도널드 닥’의 음성처럼 높고 새된 것이라, 이런 현상을 ‘도널드 닥’ 효과라고도 부른다. 헬륨을 마시면 목소리가 변하는 이유는 뭘까?



원소기호 2번인 헬륨은 원자량이 4인 원소로 공기 중에 있는 기체 중 수소 다음으로 가벼운 원소다. 공기의 성분은 질소(70%)와 산소(23%)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의 원자량은 각각 14, 16으로 헬륨에 비해서 상당히 높다. 헬륨의 밀도가 공기의 평균 밀도보다 가볍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헬륨만 따로 모아두면 대기 위로 떠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풍선이나 기구 등이 뜨는 것도 이런 헬륨의 특성 때문이다. 물론 가장 가벼운 기체인 수소 역시 같은 효과를 내지만, 수소는 폭발 위험이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헬륨을 마시면 우리 목소리가 바뀌는 것은 헬륨 풍선이 공기에 뜨는 것과 마찬가지로 헬륨의 ‘가벼운’ 특성 때문이다. 소리의 진동수는 공기의 밀도에 반비례하며 공기 속 밀도가 높으면 천천히, 밀도가 낮으면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보통 공기는 약 29g/cm3 의 밀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환경(온도가 0℃라고 가정할 때)에서 소리의 속도는 331m/sec다. 동일한 온도에서 헬륨의 밀도는 4g/cm3 으로, 헬륨만 모아둔 폐쇄된 공간에서 소리의 속도는 일반 음속의 3배에 달하는 8백91m/sec가 된다.



또한 소리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비례해서 진동수도 커지는데, 진동수가 커지면 소리의 크기는 그대로지만 높은 음이 난다. 평소처럼 ‘도’ 음을 내도 ‘파’나 ‘솔’ 음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2,7배~3배까지 높은 음이 나와야 하지만 헬륨을 마신 상태라도 입안의 공기 100%가 헬륨은 아니기 때문에 3배까지 높아지지는 않는다. 보통 일반 상태보다 1.5배~2배까지 높은 음이 나게 된다.



목소리는 폐에 있던 공기가 나오다가 성대를 지나면서 압력을 받아 변화하고 진동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소리의 진동수가 소리의 높낮이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인위적으로 헬륨을 입 속에 머금으면 공기의 밀도와 소리의 진동수가 바뀌기 때문에 이상한 목소리가 나게 된다.

응용해서 보자면, 성대를 통해서 소리가 울려 나오는 동물들도 같은 식으로 음성 변조가 될 수 있다. 다만, 동물들에게 헬륨 가스를 머금게 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실험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소리를 내는 물체지만 TV나 라디오의 경우는 헬륨 가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주변 공기와의 작용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직접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헬륨은 불활성 기체로 풍선에 든 것을 몇 번 들이마시는 정도로는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헬륨은 혈액에 대한 용해도가 낮아서 잠수용 통기가스나, 해독을 위해 산소를 인공 흡입해야 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들이키는 것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재미를 위해 헬륨을 마실 때는 1~2회로 그치는 것이 좋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평가하기
이미란
  • 평점   별 5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09-04-14

답글 0

hanst
  • 평점   별 4점

"반대로 소리를 내는 물체지만 TV나 라디오의 경우는 헬륨 가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주변 공기와의 작용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직접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라고 하셨는데 스피커가 아날로그 신호를 받아서 공기를 진동시키는거 아닌가요? 그러면 스피커와 가까이 있는 주변공기를 핼륨으로 바꾸면 일시적이나마 소리를 바꾸는게 가능할텐데 왜 이런말을 했는지 이해안감

2004-10-06

답글 0

aeolus
  • 평점   별 3점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음파의 전달 속도가 매질의 밀도가 작은 곳에서 빨라지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공기보다 밀도가 훨씬 큰 수중에서는 음파의 전달 속도가 1500 m/s인지 훨씬 크게 되는데요.

2004-09-30

답글 0

박종호
  • 평점   별 5점

비활성이나 불활성은 같은 말

2004-09-30

답글 0

김도훈
  • 평점   별 5점

평소 너무 궁금해 하던 것이었는데 드뎌 답을 얻었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내용 많이 해주세요

2004-09-30

답글 0

waltz
  • 평점   별 4점

불활성 기체가 아니라 비활성 기체 입니다.

2004-09-28

답글 0

정경이
  • 평점   별 5점

아~ㅎㅎ

2004-09-25

답글 0

홍진호
  • 평점   별 5점

그 소리에 진동수와 음높이의 관계가 숨었다니... 굿...!!

2004-09-24

답글 0

정선희
  • 평점   별 5점

ㅋㅋㅋ 그렇군요. 재미있게 보기만 했는데, 궁금해 하진 않았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앗, 근데 궁금한게 생겼어요. 그러면 수소가스를 마셔도 재미있는 목소리가 나는건가요?

2004-09-24

답글 0

박지혜
  • 평점   별 5점

앗 최근에 내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거였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2004-09-24

답글 0

kwans
  • 평점   별 5점

이런 사실이 숨어있었군요 ^^ 잘 봤습니다.~

2004-09-24

답글 0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메일링 구독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