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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무서운 재앙 - 슈퍼 바이러스
<KISTI의 과학향기> 제143호 2004년 06월 09일
눈 다래끼를 짜다가 죽을 수 있다? 20세기 초만해도 외과 수술은 성공했지만, 수술 부위가 균에 감염되어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빈번했다. 균이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눈 다래끼나 상처를 노랗게 곪게 하는 것의 정체는 포도상구균. 이러한 균에 감염되었을 때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바로 페니실린이다. 20세기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감염성 질병을 정복한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20세기말 인류는 페니실린의 발견이 신의 가호였는지, 재앙의 씨앗이었는지 의심해볼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슈퍼 박테리아 혹은 슈퍼 버그라고 불리는 슈퍼 바이러스(super virus)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슈퍼 바이러스는 1996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다른 항생제가 모두 듣지 않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온 강력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가진 포도상구균이 발견된 것이다. 슈퍼 바이러스는 하나의 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여러 균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포도상구균 외에 방광염을 일으키는 대장균 등 다른 균에서도 내성이 강한 변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폐렴이나 중이염 등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의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률은 일본, 미국, 유럽 각국에서 80년대 초에 비해 크게 60%~30%까지 증가했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간단한 투약으로 치료됐던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고가의 항생제를 쏟아 부어야 간신히 낫고, 그도 듣지 않아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균은 노화로 약해지면 다른 세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독성 물질을 만들어낸다. 항생제는 세균이 스스로 만든 독성물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하면, 세균에게는 항생제를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동시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번 항생제 투여를 받은 세균은 DNA변이를 통해 다음에 그 항생제를 다시 만났을 때 견뎌낼 수 있도록 진화한다. 무분별한 항생제 투여가 21세기 새로운 재앙이 될지 모를 슈퍼 바이러스의 출현을 부추긴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일찍이 항생제 내성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전쟁보다 무서운 재앙’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각국에서 WHO와 함께 항생제 내성 감시 기구를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인간과 동물에 대한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슈퍼 바이러스 정복은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까지 개발된 항생제 중에 내성균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1928년 페니실린의 개발로 포도상구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대량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1941년 페니실린에 내성을 지닌 포도상구균(PRSA)가 발견되었다. 다시 1년 뒤인 1942년에는 전체 포도상구균의 30%, 50년엔 70%가 내성을 갖게 되었다. 의학계는 여러 항생제의 복합 투여 방식으로 균에 대항해 왔으나 이미 50년대 후반에 치료 불가능한 균이 등장했다. 이후 개발된 메티실린 역시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가 보고 되었고, 60년대 후반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갔다. 이후 오래 전에 개발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용하지 않던 강력 항생제 반코마이신을 이용해 항생제를 치료해왔으나 이에 내성이 있는 슈퍼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이다. 인류는 지금까지의 항생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항생제’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항생제 개발에 비해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의 생장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개발한 항생제가 무용지물이 될 우려도 높다.
바이러스와의 물고 물리는 싸움에서 인류가 승리할 수 있을까? 21세기 의학계 앞에 놓인 화두다. (과학향기 편집부)
폐렴이나 중이염 등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의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률은 일본, 미국, 유럽 각국에서 80년대 초에 비해 크게 60%~30%까지 증가했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간단한 투약으로 치료됐던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고가의 항생제를 쏟아 부어야 간신히 낫고, 그도 듣지 않아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균은 노화로 약해지면 다른 세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독성 물질을 만들어낸다. 항생제는 세균이 스스로 만든 독성물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하면, 세균에게는 항생제를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동시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번 항생제 투여를 받은 세균은 DNA변이를 통해 다음에 그 항생제를 다시 만났을 때 견뎌낼 수 있도록 진화한다. 무분별한 항생제 투여가 21세기 새로운 재앙이 될지 모를 슈퍼 바이러스의 출현을 부추긴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일찍이 항생제 내성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전쟁보다 무서운 재앙’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각국에서 WHO와 함께 항생제 내성 감시 기구를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인간과 동물에 대한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슈퍼 바이러스 정복은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까지 개발된 항생제 중에 내성균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1928년 페니실린의 개발로 포도상구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대량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1941년 페니실린에 내성을 지닌 포도상구균(PRSA)가 발견되었다. 다시 1년 뒤인 1942년에는 전체 포도상구균의 30%, 50년엔 70%가 내성을 갖게 되었다. 의학계는 여러 항생제의 복합 투여 방식으로 균에 대항해 왔으나 이미 50년대 후반에 치료 불가능한 균이 등장했다. 이후 개발된 메티실린 역시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가 보고 되었고, 60년대 후반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갔다. 이후 오래 전에 개발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용하지 않던 강력 항생제 반코마이신을 이용해 항생제를 치료해왔으나 이에 내성이 있는 슈퍼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이다. 인류는 지금까지의 항생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항생제’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항생제 개발에 비해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의 생장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개발한 항생제가 무용지물이 될 우려도 높다.
바이러스와의 물고 물리는 싸움에서 인류가 승리할 수 있을까? 21세기 의학계 앞에 놓인 화두다.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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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같은 건가요?
2010-09-15
답글 0
슈퍼바이러스 무섭네요. 인간이 진화하는것 처럼,, 바이러스도 스스로 진화를 하네요.
2009-04-06
답글 0
큰일낫구려 ㅡ,.ㅡa
2004-06-14
답글 0
세균도 바이러스라고 하나요?
2004-06-09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