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지구 속 시한폭탄 지진

<KISTI의 과학향기> 제91호   2004년 02월 09일
지난해 말 이란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6.4의 강력한 지진을 기억하는가. 이 지진으로 최소한 4만 1000여명의 사망자와 2만 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고대유적, 기반시설 등이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황폐화 됐다. TV에 비쳐진 폐허 같은 잔해더미 속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진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진은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지구 내부의 판(plate)운동이나 화산활동, 단층활동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석회암 지대의 경우 석회 동굴이 함몰하면서 소규모 지진이 일어나기도 한다. 여기서 판운동이란 지구 표층을 둘러싸고 있는 맨틀 상부가 용융화 되어 있는 맨틀 하부를 따라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현상.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각 밑에는 바로 맨틀이라는 것이 위치해 있는데, 맨틀 상부는 딱딱한 암석으로 이루어져있어 암석권이라 불리며, 맨틀 하부는 고온으로 인해 용융상태(고체 상태의 물질이 액체화 됨)를 유지하고 있다. 암석권은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미판 등 10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판들은 매년 수 센티미터 정도의 속도로 점성이 있는 맨틀 하부 위를 제각기 이동하면서 서로 부딪히거나 밀고 때로는 포개지게 된다. 이 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지진이라는 것.



그렇다면 대규모 재앙으로 이어지는 지진을 미리 예측하여 막을 순 없을까. 안타깝게도 지진이 발생할 지점과 시기 및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전조 현상으로 임박한 지진을 예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 중 하나로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공기 중이나 지하수에 함유된 라돈 함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있다. 이 특성을 이용하면 방사성 기체인 라돈 농도 측정을 통한 지진발생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에는 GPS(Global Position System: 위성항법장치)를 통해 미세한 지형변화를 감지해 지진을 예측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기 이전에 전진이라고 부르는 작은 지진이 발생하는데 착안해 후속지진의 규모를 예측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방법은 규모 7.0이상의 지진에 대해 90% 이상의 예측률을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지진발생 전에 나타나는 동물의 행태를 파악해 지진을 예측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은 공기나 자기장의 변화, 미세한 진동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행동을 유심히 살피면 지진 예측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지진 활동 이전에 많은 전조 현상이 있어 예측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현상들이 일관성 있게 관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건축물을 지진으로부터 보호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내진 기술이다. 내진기술은 크게 내진(耐震)구조, 면진(免震)구조, 제진(制震)구조 크게 3가지로 나뉘는 데 먼저 내진구조란 지진에 대해 건물 전체의 강도와 내구력을 높이는 것이다. 예로 건물 내 철근 콘크리트의 내진벽을 설치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면진구조는 지반과 건물 사이에 완충 고무와 같이 에너지를 흡수하는 장치를 설치해 지진의 흔들림이 건물에 전해지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또한 제진구조는 건물의 옥상 등에 총 중량의 1%정도 되는 추를 장치하고 지진이 발생해 건물이 흔들리게 되면 컴퓨터의 제어 하에 추를 건물의 진동방향과 반대로 운동시켜 건물의 흔들림을 줄이는 방법이다.



지진에 대비해 모든 건물에 내진 기술을 적용한다면 좋겠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병원이나 경찰서, 소방서나 원자력발전소 등의 특수 시설에는 내진 기술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동시에 지각의 움직임을 관찰해서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다면 해당 지역 사람들을 피난시켜 인명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병행하는 나라가 많다.



지진이 일어났을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는 지진 예보를 정확히 들어야 하며, 지진계를 계속해서 관찰해야 한다. 지진이 발생한 후에는 수도관과 가스관을 잠그고, 전기 퓨즈를 내려 일어날 수 있는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 또한 되도록 건물이 없는 공터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는 지진 활동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지진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지진에 대한 사회 전체의 준비 태세와 건물의 내진 기술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는 한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과학의 발전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뒷받침 또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지진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재해에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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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절대안전한것 같지는 않으니 앞으로 지진에 대비한 건축설계를 하거나 안전대피 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0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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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 평점   별 5점

일상생활에서 꼭 알아야하는 정보를 또 하나 배워가는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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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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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jk
  • 평점   별 3점

우리나라에서는 지진이라면 '강 건너 불'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빨리 '방재청'을 신설하든지 해서 지진 재해에 대비하는 체계적인 훈련을 서둘러야 한다.
재작년인가, MBC 'PD수첩'을 보니까 한강 주변이 매우 위험한 단층지대라고 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강남구 일대의 수만 동의 아파트 및 연립주택이 무너질 거라는 예측이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파트는 내진설계가 안 돼 있기에, 지진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뒷북행정을 지양하고, 사전에 미리미리 대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과학향기'에서도 이런 점을 강조하는 특집기사를 실었으면 한다.

200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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