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과학향기 for Kids] “여러분, 저 아직 살아있어요!” 보이저 1호의 편지

<KISTI의 과학향기> 제3048호   2024년 04월 01일
우주에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부터 행성, 소행성, 혜성, 위성 등 다양한 천체가 존재합니다.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천체만 세어도 그 수가 상당할 정도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구 밖, 수수께끼로 가득 찬 우주를 조사하기 위한 탐사선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쌍둥이 보이저 탐사선을 이용한 ‘보이저 계획(Voyager program)’이에요.
 
1977년 우주로 여행을 떠난 보이저 탐사선들은 47년째 우주에 대한 비밀을 지구로 전하고 있어요. 그런데 2023년, 보이저 1호와의 통신이 끊어져 사람들은 보이저 1호가 고장 났다고 생각했는데요. 올해 3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노력 끝에 보이저 1호가 다시금 메시지를 보내 아직도 활동 중임을 알렸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 활동하고 있는 보이저 1호는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을까요? 함께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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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보이저 탐사선의 모습. ⓒNASA
 
 
보이저 계획, 그 시작은?
보이저 계획의 시작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NASA의 연구원은 1970년 후반쯤 목성, 토성, 천왕성 그리고 해왕성이 한 줄로 놓인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행성이 한 줄로 놓이면 그만큼 행성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 적은 연료로도 멀리 떨어진 행성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답니다. 연료만 사용해서 해왕성까지 날아간다면 약 30년이 걸리지만, 행성 주변을 지나가며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다면 불과 12년 만에 해왕성까지 갈 수 있어요. NASA에선 이 기회를 이용해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보이저 계획’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그리고 1977년, 쌍둥이 보이저 탐사선이 발사됐습니다. 8월에는 보이저 2호가, 9월에는 보이저 1호가 우주를 향해 떠났죠. 그런데 왜 먼저 발사된 우주선에 2호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바로 두 탐사선이 지나가는 길과 임무가 달랐기 때문이에요. 목성과 토성을 관찰하는 임무를 맡았던 보이저 1호는 빠른 길로 목성에 가기 위해서 나중에 출발했어요. 반대로 보이저 2호는 목성과 토성 외에도 해왕성과 천왕성까지 탐사하는 임무를 맡았기에 먼저 탐험을 떠나야 했답니다.
 
 
외로운 우주 여행자, '보이저 1호'의 활약상
두 탐사선이 지구를 떠난 지 약 2년 후인 1979년 3월. 보이저 1호는 무사히 목성 주변에 도착했어요. 목성에 다다른 1호는 ‘테베’‘메티스’라는 위성을 처음으로 찾아냈을 뿐 아니라, 위성 ‘이오’에서 활동 중인 화산도 발견했어요. 또 목성의 거대한 타원형 무늬인 ‘대적점(GRS)’을 촬영해 대적점이 태풍과 같은 소용돌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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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보이저 탐사선이 촬영한 목성의 대적점. ⓒNASA
 
목성에서의 임무를 끝마친 보이저 1호는 곧바로 토성을 향해 나아갔고, 1980년 11월 토성 주위에 도착했어요. 보이저 1호는 토성 주변에서 ‘아틀라스’, ‘프로메테우스’, ‘판도라’라는 3개의 위성을 발견했는데요. 과학자들은 이 발견 덕분에 토성의 고리를 만드는 먼지가 왜 흩어지지 않는지, 그리고 여러 개의 고리가 어떻게 간격을 유지하는지를 밝혀낼 수 있었어요. 이 밖에도 보이저 1호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대기를 조사하면서 지구 밖에서 처음으로 질소를 발견했답니다. 그리고 타이탄의 표면에 액체 메테인과 에테인으로 이뤄진 바다가 있을 가능성을 엿본 후, 태양계 너머로 떠날 준비를 끝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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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보이저 탐사선이 촬영한 토성과 토성의 위성들. ⓒNASA
 
그렇게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된 보이저 1호는 1990년, 태양으로부터 60억㎞ 떨어진 곳에서 태양계 가족사진을 촬영해 지구로 보냈습니다. 사진 속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금성, 지구,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 사진을 본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은 지구를 두고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말했죠.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보이저 1호는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양풍과 별과 별 사이를 채우고 있는 성간물질을 조사하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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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 이 사진을 본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지구를 두고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칭했다.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보이저 1호는 여전히 임무 중
새로운 임무를 맡은 보이저 1호는 1998년, 사람이 만든 것 중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 도달한 물체가 되었습니다. 2004년에는 태양계의 끝자락에 도착했고, 결국 2012년에는 태양계를 벗어났어요.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약 240억㎞ 떨어진 곳을 여행하고 있답니다.
 
다만 2022년부터 보이저 1호는 잘못된 정보를 보내오기 시작했어요.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더 오래 활동한 데다, 고방사선 환경에서 오랜 시간 머문 탓이에요. 결국 2023년에는 통신기계의 고장으로 지구와의 통신이 끊어지며 사실상 고장 났다고 여겨졌죠.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보이저 1호와 계속 교신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2024년 3월, 보이저 1호가 해독할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며 생존 신고를 전했어요. 아직도 임무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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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보이저 탐사선은 지구에 대한 정보가 담긴 골든 레코드를 실어 나르고 있다.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NASA는 보이저 1호에 실린 발전기의 수명이 거의 끝나가기에, 2030년 이후에는 통신이 어렵다고 밝혔어요. 보이저 1호와 진짜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 해도, 외계 생명체에게 ‘골든 레코드’를 전달하는 보이저 1호의 마지막 임무는 계속될 예정이에요. 골든 레코드에는 한국어를 포함해 55개국의 언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과 바람 소리, 동물 소리,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 등이 저장돼 있습니다. 또한 수학 기호와 해부 사진, 태양계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100장 넘게 들어있죠. 먼 미래, 누군가 이 탐사선을 발견하는 날까지 보이저 탐사선의 외로운 여행은 쭉 이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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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3학년 1학기 과학 – 지구의 모습
5학년 1학기 과학 – 태양계와 별
 
글: 남예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EZ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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