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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짜? 이제 인공지능이 가린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54호 2017년 12월 06일# 1991년 고(故) 천경자 화백은 우연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인도를 전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제는 그간 천 화백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것 이 작품에 대해 본인은 해당 작품을 그린 적이 없다고 발표한 점이다. 이후 이어진 미인도 위작 논란은 26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12월 검찰이 공식적으로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 여기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이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미술작품을 두고 벌어지는 위작 논란은 그 진위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보통 위작을 감별하기 위해 전문가가 작가 고유의 스타일을 살펴보거나 작품의 상태, 출처 등을 알아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런 면까지 계산해 위작을 제작하는 경우 판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위작 판별 문제는 미술계의 오래된 숙제 중 하나였다.
그림1. 붓질 데이터를 학습해 작품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그림은 인공지능이 학습한 앙리 마티스의 작품 <폴리네시아, 하늘>.
위작 감별 인공지능 나왔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월 21일자 테크놀로지리뷰(technologyreview)에 의하면 미국 럿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와 네덜란드 회화복원작업소(Atelier for Restoration & Research of Paintings) 연구진은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등 유명 화가의 작품 300점의 붓질 데이터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켰다.
이 인공지능의 핵심은 RNN(recurrent neural network)이라는 순환신경망 기술이다. 딥러닝 모델 중 하나인 RNN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은 명화 300점을 8만 획(Strokes)의 개별 데이터로 인식했다. 연구팀이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위작작가에게 똑같은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게 한 결과, 인공지능은 한 획의 데이터만 가지고 바로 위조품을 식별했다. 비록 붓질이 분명할 때만 효과가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소위 전문가의 눈썰미에 기대는 고전적인 방법이나 탄소 동위원소 측정을 통한 연대 추정 등 기존의 과학적 방법에 비해서 훨씬 간편하면서 저렴하다.
짝퉁 가방도 판별한다
그림뿐만이 아니다. 명품 가방과 카피 제품(속칭 짝퉁)을 판별하는 앱도 개발됐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 엔트루피(Entrupy)는 실시간으로 명품 가방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앱을 개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실행하고 전용 카메라를 통해 가방을 비추면 98%의 정확도로 진위 여부를 판별해준다. 온라인 유통업체, 전당포 등 160개 업체가 전용 카메라 대여(299달러)및 앱 서비스(월 99달러)를 신청했다고 한다.
이 인공지능 역시 버버리,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등 11개 명품 브랜드의 3만장이 넘는 핸드백 사진과 수 천 만 장의 지갑 사진을 통해 진품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징을 학습했다. 여기에 사물을 260배까지 확대해 보여주는 전용 카메라의 해상도가 추가되면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아주 작은 차이들을 잡아내 짝퉁 제품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인장(misshapen stamp marks), 가죽 잔주름 사이의 공백(tiny gaps in leather grain), 불량한 페인트칠(paint overruns) 등이다.
사진1. 전용 카메라를 통해 명품 가방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인공지능은 98%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출처: shutterstock
인공지능의 진화… 과연 어디까지?
최근에는 사람 얼굴만 보고 그가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알아내는 인공지능까지 연구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진행된 관련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미국 온라인 데이팅 웹사이트에서 인물 사진 빅데이터를 내려 받고 3만5천326장을 분석해 코, 턱, 이마 등 많은 부분에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얼굴이 특정한 경향성을 지녔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이 인공지능에 이러한 경향성을 학습시키고 인물 사진으로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물어본 결과 남성 81%, 여성 74%라는 정확도를 보였다. 인물 당 사진을 5장으로 늘리자 정확도는 남성 91%, 여성 83%까지 올라갔다. 인종, 트랜스젠더, 양성애자와 같은 변수가 고려되지 않은 점, 그리고 많은 윤리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인공지능의 판별 기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그림, 가방에서 사람의 성적 지향성까지……. 이렇게 무엇인가를 판별하는 인공지능의 진화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엔트루피의 공동 창업자인 스리니바산(Srinivasan)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넘어 그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는 "자동차 부품, 핸드폰, 헤드폰, 재킷, 신발, 휘발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다이아몬드와 도자기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지금껏 진위를 판별하고 등급을 구별하는 것은 사람, 그것도 전문가들의 고유한 권한이자 권위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그 자리를 대체할 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영역 확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를 대비하고 활용하기 위한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 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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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좋은 정보를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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