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첨단기술의 원천인 제4의 물질상태 - 플라즈마

<KISTI의 과학향기> 제169호   2004년 08월 09일
우리는 흔히 물질에는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태가 있다고 배워 왔다. 온도가 낮아지면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고, 반대로 온도가 높아지면 수증기로 변하듯이, 모든 물질들은 반드시 이러한 3가지 상태 중 하나로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3가지 상태가 아닌 다른 상태가 하나 있으니, 제 4의 물질상태라 일컬어지는 플라즈마(Plasma)가 바로 그것이다. 플라즈마란 매우 높은 온도 등에서 이온이나 전자, 양성자와 같이 전하를 띤 입자들이 기체처럼 섞여있는 상태를 말하며, 중성의 원자나 분자들로만 이루어진 보통의 기체와는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닌다. 아크등의 방전 현상에 관해 연구하던 미국의 물리화학자 랭뮤어 (Irving Langmuir; 1881∼1957)가 1928년에 처음으로 이 용어와 개념을 도입한 바 있다. 플라즈마는 기체의 특별한 상태로 볼 수도 있으므로 네 가지의 물질 상태 중에서 질량이 가장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상은 정 반대이다. 태양계 총 질량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태양이 플라즈마로 구성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 전체를 놓고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기체, 액체, 고체 상태는 모두 합쳐도 0.01%도 되지 않는 셈이다플라즈마는 온갖 미래 첨단기술의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래의 에너지로서의 이용 가능성인데, 점점 고갈되어 가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떠오르는 핵융합 발전은 수소 원자핵 등으로 섭씨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입자가속기는 물질의 궁극과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입자물리학의 실험이나 각종 물성 실험에 활용되는 방사광을 얻기 위한 필수적인 장비인데, 이 역시 전자나 양성자, 혹은 이온 등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켜 충돌시키거나, 강력한 X선 및 방사광 등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플라즈마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생명체의 존재 여부 등으로 화성 탐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현재의 우주왕복선 등은 속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화학연료를 싣고 가야만 하므로 장기간이 소요되는 유인 화성여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고온의 플라즈마를 고속으로 분출하는 플라즈마 엔진을 우주선에 탑재한다면, 훨씬 적은 양의 연료로 기존 우주선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우주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플라즈마가 이용되는 것은 위와 같은 거대 과학기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 주변의 일상생활 곳곳에서도 플라즈마 관련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수단으로 유망한 PDP(Plasma Display Panel) 텔레비전이다. 기존의 브라운관식 텔레비전 수상기가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화면을 크게 하기 위해서는 부피와 중량이 너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디지털 TV 시대의 고화질, 대화면을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큰 화면에도 불구하고 두께는 매우 얇아서 벽걸이 텔레비전에 적합한 PDP는 형광등과 비슷한 원리로서, 플라즈마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이용하여 화면을 구현한다. 즉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아주 작은 유리관에 가스를 채워 넣고 앞뒤로 전극과 형광물질을 배치한 후, 전극에 전압을 가하면 가스가 플라즈마 상태로 바뀌면서 자외선이 발생하고, 이것이 각각의 형광물질을 자극하여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빨강, 파랑, 녹색의 가시광선을 내게 되는 것이다. 작은 픽셀들로 이루어진 3원색을 적절히 조합하여 자연색 등을 구현하는 것은 다른 컬러 디스플레이 수단과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PDP 텔레비전은 열이 나고 전기가 비교적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는데, 앞으로 낮은 전압에서 플라즈마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LCD, 유기EL 등의 다른 평판 디스플레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PDP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수단의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플라즈마는 커다란 골칫거리인 각종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압전류에 의해 플라즈마에서 발생하는 오존은 악취성분을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에어컨, 공기청정기, 탈취제 등으로도 이미 활용되고 있고,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줄이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쓰레기 소각장에서는 다이옥신 등의 각종 발암물질과 유해가스가 뿜어져 나오는데, 플라즈마 토치로 독가스를 완전 분해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인 폐기물 처리장치로 꼽힌다. 앞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저온 플라즈마를 대량 만들 수 있게 된다면, 환경문제의 개선에 더욱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글 :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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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플라즈마가 이미 우리 실생활에 많이 쓰이고 있네요.

2009-04-20

답글 0

김용우
  • 평점   별 5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것도 잘응용하면 저렇게 유용히 쓰일수 있군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2009-04-05

답글 0

이지민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3-30

답글 0

박재한
  • 평점   별 4점

좋은 자료 잘 보았습니다.
누군가가 개발하여 국익에 부합 되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했으면
하네요.

2004-08-10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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