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층 버튼 없는 엘리베이터도 있다!?

<KISTI의 과학향기> 제676호   2007년 11월 05일
두레박은 낮은 곳의 물을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그 유래가 기원전까지 올라가는 두레박은 원래 ‘물건’을 운송하는 수단이었지만, 차츰 ‘사람’까지 운송하게 됐다. 바로 현대인이라면 하루에 한번쯤 이용하는 운송수단, 엘리베이터다. 초기에는 물을 이용했지만 증기기관을 거쳐 전동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초고층빌딩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지금, 엘리베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대만의 타이베이금융센터(508m)이지만 더 높은 초고층빌딩이 속속 건설되고 있다. 2009년 완공을 목표로 버즈두바이(705~950m)가 곧 왕좌에 오를 전망이다. 건물 높이가 20층만 넘어도 비상구 계단보다 엘리베이터가 우선적인 운송 수단이 된다. ‘편리한’ 운송수단에서 ‘필수적인’ 운송수단이 된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정교한 장치다. 엘리베이터 한 대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부품은 모두 3만~5만개. 이들이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운행된다. 기본 요소는 승객이 타는 밀폐된 공간인 ‘카’(car)와 카를 올리고 내리는 ‘로프’와 이들을 건물에 고정하는 ‘고정도르래’다. 두레박에서 물 담는 바구니, 줄, 고정도르래가 필요한 것과 똑같다.

로프는 안전을 위해 가장 튼튼히 만드는 부분이다. 여러 겹의 강철을 꼰 선을 다시 꼬고, 이를 섬유 소재의 심 중심으로 감아 만든다. 최대 정원 무게의 10배를 견딜 만큼 튼튼하다. 윤활유를 발라 마찰로 닳지 않게 하고, 정기적으로 교체한다. 로프의 다른 쪽 끝에는 무거운 균형추가 달려있다. 최대 정원의 40~45% 무게로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 내려오고, 내려갈 때 올라와 전동기의 부담을 줄여준다. 투명 엘리베이터에서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 균형추가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로프가 없는 엘리베이터도 있다. 각각의 카에는 전동기가 부착되고, 카의 옆에 달린 바퀴는 엘리베이터 통로에 있는 레일에 꼭 고정돼 움직인다. 로프가 없으면 하나의 엘리베이터 통로에 여러 대의 카를 운행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로프를 교체할 필요도 없고, 엘리베이터가 수직은 물론 수평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로프가 없는 엘리베이터는 정전 시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고 전력 소모도 훨씬 많아 아직 많이 쓰이지 않는다.

건물의 높이가 계속 올라가면서 엘리베이터가 갖춰야 할 조건도 더 많아졌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속도. 현재 타이베이금융센터에는 1층부터 꼭대기까지 30초에 주파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있다. 아파트에 설치하는 중저속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분당 45~120m. 이 엘리베이터로 타이베이금융센터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무려 11분이나 걸리니 초고층건물에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필수다.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초고속 엘리베이터 카의 상ㆍ하부는 유선형으로 설계돼 있다. 벽과 바닥은 이중으로 만들어 진동을 줄인다. 공기의 흐름과 압력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며 설계한다. 승차감도 중요하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의 최대 속도 수준이다. 승객들이 속도 변화를 최대한 느끼지 못하도록 가속ㆍ감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승차감에서 가속도 변화도 더 중요한 것은 기압의 변화다.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위 기압이 낮아지면 고막이 팽창하며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우주비행사가 기압 적응훈련을 받을 때 쓰는 수학 모델로 연구한 결과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움직여도 기압차가 1800Pa(파스칼, 1Pa=1N/㎡) 이하이면 불쾌감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 초고층건물의 엘리베이터는 1층과 최고층의 기압차이가 1800Pa를 넘지 않도록 설계한다.

엘리베이터를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전문가 따르면 승객의 조급함은 기다리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고, 승객은 엘리베이터를 40초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고 한다. 승객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학자들과 프로그래머들이 머리를 모으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시스템은 ‘목적지예고시스템’. 승객이 1층에서 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 제어시스템은 여러 엘리베이터 중에서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보낸다. 승객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층이 표시된 엘리베이터를 타면 된다. 행선 층이 같거나 비슷한 승객들이 함께 타기 때문에 도착 시간과 에너지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당연히 목적지예고시스템을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층을 선택하는 버튼이 없다.

인공지능으로 점점 똑똑해지는 엘리베이터도 있다. 예를 들어 출근시간에는 1층에서 각 층으로 올라가는 수요가 많을 것이고, 점심시간에는 각 층에서 식당으로 가는 수요가 많을 것이다. 시간에 따라서, 또 요일에 따라서 엘리베이터의 움직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를 데이터로 축적해 승객이 가장 적게 기다리도록 엘리베이터를 운행한다.

최근에는 초고층 엘리베이터를 넘어 우주엘리베이터가 거론되고 있다. 적도 상공의 우주에 정지위성을 띄우고, 이 정지위성과 지상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50km 높이의 탑과, 강철보다 100배 튼튼한 로프가 필요한 등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과학자들은 50년 내에 실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레박에서 출발했던 엘리베이터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평가하기
김용우
  • 평점   별 5점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앨레베이터에 관한 역사를 잘 알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09-04-07

답글 0

한상수
  • 평점   별 5점

읽다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질문 드립니다.
"실제 초고층건물의 엘리베이터는 1층과 최고층의 기압차이가 1800Pa를 넘지 않도록 설계한다."라고 하셨는데, 기압차이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어떤 것이 있나요? 높이에 의한 기압차는 설계와는 별계일 것이고, 밖의 공기가 빨리 움직이면서 카(car)안의 기압이 낮아지는 정도를 줄인다는 이야기로 이해해도 괜찮은 건가요?
그리고 1800Pa 이상 차이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 시간과 상관없는 값인가요? 서서히 압력이 낮아지거나 높아지면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튼 과학향기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11-07

답글 0

허우로
  • 평점   별 5점

좋은글보고갑니다~6_&

2007-11-06

답글 0

김주원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군요!!!
나이스 설명 감사

2007-11-05

답글 0

이준민
  • 평점   별 5점

오타

로프는 안전을 위해 가장 튼튼히 만드는 부분이다. 여러 겹의 강철을 꼰 선을 다시 꼬고, 이를 섬유 소재의 심 중심으로 감아 만든다. 최대 정원 무게의 10배를 견딜 만큼 튼튼하다. 윤활유를 발라 마찰로 닳지 않게 하고, 정기적으로 교체한다. 로프의 다른 쪽 끝에는 무거운 균형추가 달려있다. 최대 정원의 40~45% 무게로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 내려오고, 내겨갈 때 올라와 전동기의 부담을 줄여준다. 투명 엘리베이터에서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 균형추가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내겨갈 때 에서 오타

2007-11-05

답글 0

김동일
  • 평점   별 5점

약간은 다른 개념이겠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나오던 궤도 엘리베이터도 과학자들이 연구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직은 실현 가능성 보다는 연구해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는 합니다먄... ^^ 이에 관해서도 한번 다뤄주시면 좋겠습니다.

2007-11-05

답글 0

한종환
  • 평점   별 5점

우주엘리베이터를만든다면 우주비행선을 쏘아올릴때 쉽겠지요.

2007-11-05

답글 0

violet
  • 평점   별 5점

오늘도 잘 읽다 갑니다.

2007-11-05

답글 0

박종훈
  • 평점   별 5점

엘리베이터에 대한 좋은 정보 알고 갑니다.

2007-11-05

답글 0

신예
  • 평점   별 5점

저도 항상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11-05

답글 0

하신
  • 평점   별 5점

좋은 글입니다. 항상 재밋게 보고 있습니다. *^^*
주말에 몰아 봅니다만... 좋은 정보에 좋은 글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7-11-05

답글 0

손채화
  • 평점   별 5점

지난주에 바로 그 대만의 엘리베이터를 타보고 왔는데 이 글이 떴네요. 정말 빠르더군요. 아파트 20층 올라가는 시간 정도 (사실은 조금 더 걸렸겠지요, 안내 멘트 듣느라 정신이 팔려서) 에 가는 듯했습니다. 구름이 껴서 멀리까지 보지는 못했지만요.

2007-11-05

답글 0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메일링 구독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