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치사율 30%, 질병의 습격!

<KISTI의 과학향기> 제757호   2008년 05월 12일
올해 들어 전국각지에서 발생하는 조류독감으로 인해 축산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조류독감은 예전 발병했던 조류독감과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 발생한 조류독감의 경우 질병이 발생한 지역의 조류들을 살처분하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진정되었다. 하지만 현재 유행하고 있는 조류독감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조류독감을 옮기는 주범을 철새나 야생 조류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철새나 야생조류의 경우 조류독감에 감염 되더라도 저항성이 있어 집이나 농가에서 키우는 조류처럼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닭이나 칠면조와 같은 가금류로 전파가 되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변이가 된다.

조류독감은 병원성(病原性:병을 일으키는 정도)에 따라 고(高)병원성, 약(弱)병원성, 비(非)병원성 3종류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4∼8주 된 SPF주1) 닭에 특정 인플루엔자를 주사하였을 때, 10일 이내에 8마리 중 6마리 이상 죽게 되면 이를 HPAI라고 규정한다. 또한 H항원의 분절부위의 아미노산 배열이 고병원성 바이러스 배열과 일치하였을 때도 HPAI 즉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라고 한다.

비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지 않으며, 약병원성은 조류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인체에는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사람에게도 감염이 될 수 있는데 감염될 경우 약 33%의 사망률을 보일 정도로 위험한 무서운 바이러스로 변하게 된다.

조류독감 바이러스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위험성이 큰 것은 변종 조류 독감인데 그 이유는 인간 대 인간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종조류독감은 2005년 베트남과 2006년 중국, 태국 등에서 인간끼리 전염이 가능한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생긴 말이다. WHO와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 등은 독감 환자의 체내에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침투, 유전자 정보를 교환해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특종조류독감에 걸린 사람의 치사율이 30%가 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05년 5월부터 인체감염 발생 위험도에 따른 6단계 대유행(판데믹) 단계를 발표하고 회원국들에게 이 단계에 따라 대처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렇게 위험한 질병이지만 현재까지 변종조류독감에 대한 치료제는 ‘타미플루’외에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다. ‘타미플루’도 사후 치료제로 감염 후 48시간 내에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조류독감을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조류독감의 증상을 단지 완화해 주는 항바이러스제이기 때문에 그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변형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민의 2%에 투약할 수 있는 120만 명분의 타미플루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타미플루 생산국인 스위스의 25%, 유럽연합(EU)와 일본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20%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다.

변종조류독감의 위험성이 커지자 세계 각국에서는 타미플루 치료제외에 미리 조류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 일본,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백신 개발이 끝나 자체적으로 비축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사용판매는 백신의 안전성 및 FDA 승인 때문에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변종조류독감도 인간에서 인간으로 옮기면서 변종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백신만으로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변종조류독감에 대한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손발을 잘 씻고 주변을 청결하게 하여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뿐이다.

인류의 기술이 발달하고 문명 또한 지난 세기에 비해 눈부실 만큼 발전했지만 여전히 인류는 인류를 위협하는 대유행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듯하다. 지난 세기 인류를 위협한 질병이 페스트나 콜레라, 홍역, 장티푸스 등이었다면 지금은 조류독감, 광우병,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질병의 이름만 바뀌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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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의 유행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조류독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계속되는 위험 속에서 점점 무감각 해져 가는 우리들의 무관심이지는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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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학명 기자

주1)
SPF (specific pathogene free)
특정 미생물 또는 기생충이 없다고 인정되는 동물.
제왕 절개를 하여서 얻은 동물을 세균이 없는 환경에서 사육하여 감염 실험용이나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한다.

※ 조류독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아래 기사를 클릭 하세요.

KISTI의 과학향기 제 88호 / 2004-2-2
조류독감, 새들이 인간을 공격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 361호 / 2005-10-31
조류독감은 ‘인간독감’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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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타미플루외에 대책이 없다니...우리나라도 많이 보유했으면 좋겠네요. 변형조류독감이 발병되지 않도록 예방에 주의하고요. 백신이 하루 빨리 승인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0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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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평점   별 1점

<<하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사람에게도 감염이 될 수 있는데 감염될 경우 약 33%의 사망률을 보일 정도로 위험한 무서운 바이러스로 변하게 된다.>> -> 기사 중 이렇게 쓰셨는데 어떤 통계를 보고 쓰셨나요?
감염될 경우 33%의 사망률을 보여서 위험한 무서운 바이러스로 변하는 게 아니라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거겠죠.

1997년 홍콩에서 발병한 AI로 인해 18명 중 6명이 사망했죠. 이에 따르면 사망률은 33%일 수 있지만.
현재까지 인간 AI 감염자는 총 381명이고 그중 241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률만으로 따지면 63%가 넘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통계상의 착시죠.
현재까지 AI는 61개국에서 약 6,400건 정도 발생했습니다.
AI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은(모두 다 HPAI는 아닐 수 있습니다만) 적게는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백 만명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 중에서 감염된 사람이 400명 미만이라면 크게 많은 수치가 아닙니다.
독감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이 이보다 훨씬 많을테니까요.

또 하나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감염자나 사망자 모두 의료환경이나 위생시설이 좋지 않은 동남아 일대의 저개발 국가라는 점입니다. 소위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을 포함한 서구권 국가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AI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위험이 더 있어 보이는 광우병을 다루심이 어떨까요?

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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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볼땐
  • 평점   별 5점

조류독감! 심각한 문제죠. 광우병 역시.. 그런데 생각해볼건 어떻게 조류독감이 확산되고있는지에 대해서 깊히 생각해봐야 할듯하네요.
FTA 협상하기 전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는데,(작년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겨울에 발생하는데, 거의 여름이 된듯한 요즘 날씨에 발생한다는건 쫌 이해하기 어렵고, 발생지역 역시 전국적인 걸로 봐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서 감염이 된다고 보여집니다. 감염지역이 철새의 이동루트에 속해있지도 않고, 야생조류라 해봤자 동네에서 자리잡고 사는 녀석들인데 어디서 걸려들것인지 하며..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이건 필히 테러라고 보여집니다. 과연 어떤넘이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닐까요?

20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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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 평점   별 5점

얼마전 영화 나는 전설이다 를 보았다. 정체불명 바이러스로 인한 팬대믹으로 전 세계 인구 90%가 죽고 좀비가 되어 생존자인 윌스미스가 그들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정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AI가 영화 처럼 세상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 때문이었다. 너무 심한 비약일까?

20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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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 평점   별 5점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 명답인듯하다. 주위를 청결히 하고, 아프지 말고. 최근에 본 영화중에는, 뱅상카셀 주연의 블루베리(blueberry)가 있다. 인디언들의 문화가 비춰지는 서부영화.
어차피 전갈과 뱀과 알수없는 미지의 동물들의 위협에 우리는 노출되어있었다. 어차피, 지구인간이 세계를 지배하지 않을 바에야, 내 사는 한세기 세상에 공헌하며 좋은업적 남기며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열심히 살자! 개인팬클럽 사절.ㅎ;)

20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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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 평점   별 5점

걸릴수 있다와 걸리는데 확률이 지극히 낮다 와의 싸움??
우리는 조류독감의 위험속에 있다와 걸릴수 있지만 확률이 로또에 걸릴 확률보다 낮다 라는 환경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찌보면 컵속에 물이 반컵이나 남았다 또는 반컵밖에 안남았다라는 말처럼 비관과 낙관을 오가는 것일까?
스스로가 진실을 찾으려 애쓰고,정보에 대한 적절한 여과가 필요할 것이다.

20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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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모르지만
  • 평점   별 5점

과학도 어쩔수 없이 돈의 편을 들 수 밖에 없지 않나요??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없다면 계속 연구를 할 수가 없을꺼라 생각하는데요..
얼마전 기사에서 어느 서울대 교수팀의 암흑물질에 대한 연구도 많은 성과를 이루었지만 연구비 지원이 끊겨 연구 중단된걸로 아는데...흠...

200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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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중립성?
  • 평점   별 5점

조류독감, 심각한 문제이다.
이것이 전국으로 퍼질 때까지, 당국은 대체 뭘 한 걸까?
광우병 막느라 조류독감 방역을 제대로 못했다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미국 쇠고기 업자의 대리인인 듯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 선전에 올인하고서는 한다는 소리가...
정말 한심한 정부, 한심한 공무원들이다.
그런데 KISTI는 왜
광우병 얘기는 하지 않을까?
지금 최대의 국민적 관심사인데...
이런 문제를 <과학적>으로 검증, 분석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란 말을 이젠 믿지 않는다.
과학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연구하고 생산하고 적용하는 바로 과학자들의 태도 때문이다.
결코 그렇지 않겠지만
만일 과학조차 돈의 편, 권력의 편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200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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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 평점   별 3점

지구상에 최근 원인모를 질병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는데, AI의 발병 원인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알고 있다. 야생 조류에게도 병원균이 발견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최초 발병당시에 동남아시아의 열악한 양계 및 오리 사육농장에서 기인하였다는 사실에 그 원인규명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야생조류의 탓만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들은 주로 수의학 관계자들로 국제조류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보다 사실규명에 힘 써주기 바라며, 오히려 부정확한 보도로 일반인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였으면 한다.

200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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