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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치료엔 테트리스가 답?
2018년 11월 21일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사나이가
밑도 끝도 없이 총기를 난사한다.
그를 노리던 총알도 기세에 눌린 듯이
그의 몸을 비껴간다.
단순무식 총기 액션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영화 [람보]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사실 마초맨 람보가
처음부터 이런 캐릭터는 아니었다.
시리즈 1편인 [First Blood]는 외외로
전쟁의 참혹함을 말해주는 작품이다.
월남전에 참여했던 주인공 존 람보는 수시로
전쟁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람보처럼 충격적인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 겪는
심적외상을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한다.
그런데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PTSD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의 해결은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중요한 일이다.
옥스퍼드대와 카롤린스카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이에 대한 기발한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바로 테트리스다.
연구팀은 자동차 사고를 당한지 6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환자 71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사고 후 응급실에 대기 중인 환자 중 절반에게
테트리스를 시켰다.
나머지 절반은 게임이 아닌 다른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 다음,
1주일 동안 이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테트리스를 한 사람들은
대조군에 비해 사고에 대한 기억이 더 [적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테트리스를 한 사람들이 안 좋은 기억을 더 [빨리]
잊어버린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대체 테트리스에 어떤 효능이 있었을까?
연구팀은 시각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는(visually demanding) 게임이 뇌를 자극,
기억공고화(memory consolidation)를 방해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억공고화는 간단히 말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확립되는 것을 말한다.
사고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이 공고화되면
PTSD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런 과정은 사고 이후 빠르게 진행된다.
때문에 연구팀은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환자에게
실험을 실시해 예방 효과를 확인해 본 것이다.
물론 이 연구로 PTSD 문제가 바로 해결됐다고는 할 수 없다.
연구팀은
[PTSD 예방 효과가 몇 달 이상 유의미하게 지속되는지]
[이미 PTSD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도 비슷한 수법이 유효한지] 등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PTSD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PTSD는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꼭 전쟁, 사고를 직접 겪는 사람들만이 PTSD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직간접적 폭력을 경험하는 사람,
군인, 경찰, 교도관, 의사, 소방관 등 직업적으로 이와 유관한 사람은 모두 위험하다.
실제 우리나라 PTSD 환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5,929명에서 2015년 7,240명으로
그 증가세가 만만치 않다.
현대인 누구라도 PTSD환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비롯한 관련 연구가 결실을 맺어
트라우마 없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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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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