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자연 눈과 인공 눈-
<KISTI의 과학향기> 제69호 2003년 12월 19일
"첫눈이 오던 날…… 어떻게 보냈어요?"
지난 12월 8일, 첫눈이 내린 뒤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강남, 신촌, 종로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거리에는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댔고, 설사 싱글이라 하더라도 하늘에서 내리는 솜털 같은 첫눈에 다들 조금은 감상적인 기분에 젖었을 터다.
이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눈이라 할지라도 지저분하게 녹아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길바닥을 꽁꽁 얼어 버리게 만들면 곧잘 애물단지가 되어 버리곤 한다. 하지만, 겨울에는 이 같은 눈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스키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특히 일기예보에 따르면 올 겨울엔 예년보다 따뜻할 것으로 보여, 대부분의 스키장들은 거액의 돈을 들여 인공 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 눈의 생성원리에 앞서 우선 자연 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 눈은 0 도(섭씨) 이하의 온도에서 수증기가 응결돼 생기는 결정들의 모임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작은 수증기를 모아줄 핵이 필요한데, 이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 공기중의 작은 먼지입자. 흔히 기피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먼지가 순백의 눈을 만든다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먼지 같은 응결핵이 없는 맑은 수증기는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더라도 얼지 않고 과냉각 상태만 유지한다.
반면, 인공 눈의 경우는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우선 저수지나 대형 물탱크에 물을 저장한 뒤, 필터를 통해 이물질을 걸러낸다. 걸러진 물이 스키장 내 각 제설기로 공급되면, 제설기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팬을 사용, 물을 아주 작은 입자로 분해해 쏘아 올린다. 쏘아 올려진 작은 물 입자들은 외부의 찬 온도에 의해 떨어지면서 자연히 눈으로 변하게 된다.
자연 눈과 인공 눈의 우열을 애써 가릴 필요는 없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공 눈이라도 자연 눈의 푹신한 감촉을 능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키타기에는 자연 눈보다 인공 눈이 더 좋은 게 사실. 자연 눈은 인공 눈에 비해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오히려 스키조작이 어려워지고 자주 넘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쉽게 뭉쳐지는 성질 탓에 스키 플레이트에 달라붙어 경사면을 내려오는데 방해가 된다.
실제 국내 스키장의 90%는 인공 눈에 의지하고 있으며, 인공 눈을 뿌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하루 약 600만원으로, 지난해만해도 스키장마다 5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였다고 한다. 대당 5,000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제설기에, 손님이 없는 밤에만 작업해야 하니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언제나 인공 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스키를 탈수 있을 정도로 적설이 되려면 기온은 영하 1도이어야 하며, 습도도 80%이상 되어야 하니 까다롭기가 이만저만 하지 않다.
인공 눈조차 만들지 못할 경우도 있다. 인공 눈 생성의 필수요건은 적당한 온도유지인데 영상의 날씨가 계속되면 인공 눈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지구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전세계 스키장의 1/3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온도는 인공 눈 생성에 필수요건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100년 후에는 극지방을 제외하고는 자연 눈은커녕 인공 눈을 만들어내기도 힘들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환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눈도 한낱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만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나쁜 예측들이 쓸데없는 기우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올 크리스마스는 온 세상이 함박눈으로 뒤덮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한번쯤 기대해 보고 싶다. 추억 속의 눈이 아니라 추억을 만드는 아름다운 자연의 눈을 간절히 기다려 본다.(과학향기 편집부)
지난 12월 8일, 첫눈이 내린 뒤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강남, 신촌, 종로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거리에는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댔고, 설사 싱글이라 하더라도 하늘에서 내리는 솜털 같은 첫눈에 다들 조금은 감상적인 기분에 젖었을 터다.
이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눈이라 할지라도 지저분하게 녹아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길바닥을 꽁꽁 얼어 버리게 만들면 곧잘 애물단지가 되어 버리곤 한다. 하지만, 겨울에는 이 같은 눈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스키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특히 일기예보에 따르면 올 겨울엔 예년보다 따뜻할 것으로 보여, 대부분의 스키장들은 거액의 돈을 들여 인공 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 눈의 생성원리에 앞서 우선 자연 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 눈은 0 도(섭씨) 이하의 온도에서 수증기가 응결돼 생기는 결정들의 모임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작은 수증기를 모아줄 핵이 필요한데, 이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 공기중의 작은 먼지입자. 흔히 기피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먼지가 순백의 눈을 만든다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먼지 같은 응결핵이 없는 맑은 수증기는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더라도 얼지 않고 과냉각 상태만 유지한다.
반면, 인공 눈의 경우는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우선 저수지나 대형 물탱크에 물을 저장한 뒤, 필터를 통해 이물질을 걸러낸다. 걸러진 물이 스키장 내 각 제설기로 공급되면, 제설기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팬을 사용, 물을 아주 작은 입자로 분해해 쏘아 올린다. 쏘아 올려진 작은 물 입자들은 외부의 찬 온도에 의해 떨어지면서 자연히 눈으로 변하게 된다.
자연 눈과 인공 눈의 우열을 애써 가릴 필요는 없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공 눈이라도 자연 눈의 푹신한 감촉을 능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키타기에는 자연 눈보다 인공 눈이 더 좋은 게 사실. 자연 눈은 인공 눈에 비해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오히려 스키조작이 어려워지고 자주 넘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쉽게 뭉쳐지는 성질 탓에 스키 플레이트에 달라붙어 경사면을 내려오는데 방해가 된다.
실제 국내 스키장의 90%는 인공 눈에 의지하고 있으며, 인공 눈을 뿌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하루 약 600만원으로, 지난해만해도 스키장마다 5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였다고 한다. 대당 5,000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제설기에, 손님이 없는 밤에만 작업해야 하니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언제나 인공 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스키를 탈수 있을 정도로 적설이 되려면 기온은 영하 1도이어야 하며, 습도도 80%이상 되어야 하니 까다롭기가 이만저만 하지 않다.
인공 눈조차 만들지 못할 경우도 있다. 인공 눈 생성의 필수요건은 적당한 온도유지인데 영상의 날씨가 계속되면 인공 눈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지구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전세계 스키장의 1/3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온도는 인공 눈 생성에 필수요건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100년 후에는 극지방을 제외하고는 자연 눈은커녕 인공 눈을 만들어내기도 힘들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환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눈도 한낱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만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나쁜 예측들이 쓸데없는 기우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올 크리스마스는 온 세상이 함박눈으로 뒤덮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한번쯤 기대해 보고 싶다. 추억 속의 눈이 아니라 추억을 만드는 아름다운 자연의 눈을 간절히 기다려 본다.(과학향기 편집부)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Story] 보조배터리, 이젠 안녕! 호주머니에 넣고 충전하는 시대가 온다?
- [과학향기 Story] 계단 오르고 장애물 넘는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모핑 휠 등장
- [과학향기 Story] 스포츠에 불어든 AI 바람
- [과학향기 for Kids] 엄청난 속도와 성능으로 세상을 바꾸는 슈퍼컴퓨터!
- [과학향기 Story]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향한 슈퍼컴퓨터의 진화
- 달 남극 정복하려는 주요국들의 단두대 매치, 목적과 현황은?
- [과학향기 호러 특집] 우리가 귀신 보는 이유? 귀신을 ‘만들 수도’ 있다?
-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한국 우주산업, 이제 달 착륙 노린다?
- '터미네이터'처럼 액체로 녹았다가 돌아오는 로봇
- 150년 뒤 전쟁터 누비는 전투용 AI ‘정이’, 현재는?
인공눈이 자연적인 눈보다 촉감이 안좋다는 사실, 하지만 스키장에서는 오히려 인공눈이 마찰력도 높고, 쉽게 녹지않아서 더 유용하겠죠. 그래도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군요.
2009-04-14
답글 0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점점 계절이 불분명해져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지구도 점점 더워지는데 겨울이 사라지는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2009-04-13
답글 0
눈에 데한 과학이 이렇게 신기한줄은 몰랐고 과학 에 데해 많이 알아야 될것 같다.
2003-12-19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