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화초 잘 키우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마!

<KISTI의 과학향기> 제585호   2007년 04월 06일
화초를 처음 키울 때는 애인을 사귀는 것처럼 마음이 즐겁다. 나날이 커가는 모습은 앙증맞고 작은 이파리는 너무 귀엽다. 컴퓨터 앞에 앉아 야근을 할 때도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하나의 잊혀지지 않는 눈짓’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꽃집에서 사올 때의 싱싱함은 온데 없고 이파리가 축 늘어져 죽어간다. 이를 어쩌나!

사람만 “배탈 났어요” “감기 걸렸어요”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식물도 아플 땐 신호를 보낸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신호를 못 알아챈다는 것. 식물이 보내는 신호를 잘 알고 이에 따라 대처하면 사랑스런 화초를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 어떻게 식물과 더 잘 교감할 수 있을까?

식물은 잎이 아플 때 잎 색깔이 변하는 신호를 보낸다. 사람도 음식을 먹으면 배설을 하듯 식물도 뿌리를 통해 물과 양분을 얻고 잎으로 물을 내뿜는 증산작용을 한다. 하지만 물이 부족하면 증산이 활발한 잎의 가장자리부터 세포손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잎의 가장자리를 따라 누렇게 마르면 화분에 물을 듬뿍 줘야 한다.

그런데 물을 흠뻑 줬는데도 잎의 가장자리가 마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동양란을 키우면서 양동이나 물뿌리개가 아닌 분무기로 잎에만 물을 준 경우다. 난은 일반 식물이 잔뿌리를 통해 물과 양분을 얻는 것과 달리 특수하게 생긴 ‘허브’란 조직에 물을 담아 사용한다. 일종의 물탱크에 물을 담아놓고 사용하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난은 한번 물을 주더라도 뿌리가 흠뻑 젖도록 줘야 한다. 오히려 조금씩 여러 차례 나눠주는 것은 안 주는 것만 못하다. 보통 난과 식물은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뿌리가 물에 잠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줘야 한다.

반면 잎이 누렇게 변하긴 하지만 가장자리를 따라 마르는 것이 아니라 잎 끝에서부터 누렇게 펴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양분이 부족해서다. 식물체를 구성하는 주요 양분 가운데 질소가 부족하면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가 파괴돼 초록색을 만드는 색소가 줄면서 누렇게 변한다. 가까운 꽃집에서 질소가 포함된 깻묵비료를 구입해 토양에 넣어주면 낫는다.

잎만 아픈 것이 아니다. 뿌리도 아플 수 있다. 하지만 흙 속에 파묻힌 뿌리는 어떻게 신호를 보낼까? 뿌리가 아플 땐 잎이 오그라든다. 경우에 따라 건조한 토양이 문제일 수 있지만 습한 토양이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뿌리는 숨도 쉬기 때문에 뿌리가 물에 포화상태로 잠기면 뿌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병충해에 취약하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익사하게 되는 원리와 같다.

고온 다습할 때는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다. 장마철이면 식중독에 걸리기 쉽듯 화초도 뿌리가 썩거나 잎이 병들 수 있다. 잎에 생긴 어두운 반점은 병원균이 뿌리에서 잎으로 올라와 퍼진 탄저병일 가능성이 높다. 얼룩송아지처럼 잎의 곳곳에 검은 반점이 돋아났다면 가까운 화원에서 관련된 약제를 구해 뿌려줘야 한다. 사람도 어릴 때부터 시기에 맞춰 예방접종을 맞혀야 하듯 화초를 구입할 때도 식물의 종류에 맞게 뿌려줘야 할 약제는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동양란의 경우 뿌리와 잎 사이의 ‘벌브’라는 조직에 병이 생길 수도 있다. 동양란은 화분이 자갈로 깔려있어 물이 잘 빠지지만 벌브가 토양에 묻혀 있으면 미생물이 쉽게 침입해 뿌리썩음병이 발생한다. 벌브가 토양에 묻혀 있지 않도록 주의하고 썩은 뿌리는 잘라내고 약제를 뿌려줘야 살 수 있다.

벌레가 끼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구입할 땐 애인처럼 달콤한 향기를 내뿜고 아기처럼 야들야들 귀엽던 화초도 지저분한 곤충이 생겨나면 보고 싶지 않아진다. 그렇다고 기다려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니 속히 해결해줘야 한다. 대부분 실내 습도는 50% 이하로 진딧물과 흰털솜깍지벌레 같은 곤충이 살기에 쾌적한 환경이다.

진딧물은 잎과 줄기, 꽃 등 식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끈적한 배설물(감로)을 남긴다. 배설물은 주변에 다른 곤충을 불러 모으고 잎을 검게 만드는 그을음병이 생기게 한다. 따라서 진딧물이 눈에 띠면 바로 약제를 뿌려줘야 손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진딧물이 생겼다는 건 그만큼 주인의 애정이 식었다는 증거다.잎의 뒷면에 하얀 솜털이 보이면 식물에서 돋아난 털로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흰털솜깍지벌레가 모여 있는 것이다. 흰털솜깍지벌레가 지나간 자리에는 검은 얼룩이 진다. 주로 벤자민 고무나무, 행운목 같은 관엽식물에서 볼 수 있고 근처 나무로 잘 번진다. 걸레로 닦아주면 겉보기에는 효과가 있지만 영구적인 치료는 될 수 없다. 화초 전체로 퍼지기 전에 해당 곤충에 맞는 약제를 뿌린 후 가습기를 틀거나 분무기로 물을 주면 효과가 있다.

화초를 키울 때 가장 어려운 일은 ‘물주기’일 것이다. ‘특히 얼마나 자주 줘야 하나’가 가장 큰 질문이다. 정답은 없다. 왜냐면 같은 품종이라도 자라는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힌트를 하나 가르쳐 주겠다. 바로 토양의 수분상태를 파악하면 물을 주는 시기와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일단 나무로 된 이쑤시개를 2~3cm 깊이로 흙에 꽂아보자. 이쑤시개를 꽂고 30분 뒤 꺼냈을 때 이쑤시개가 1cm 이상 젖어 있다면 뿌리가 흡수할 수 있는 수분이 있다는 표시지만 그 미만이라면 물을 줘야 한다. 또 손가락으로 화분의 흙을 꾹 눌러서 들어가지 않으면 토양이 메말랐다는 증거다. 더 확실한 방법은 손으로 흙을 쥐어보는 것이다. 만약 흙을 쥐었을 때 모양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 수분이 충분하므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또 물주는 방법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식물에 물주는 요령을 몰라 꽃이나 잎 등 아무 곳에나 주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흙에만 주도록 하자. 꽃에 물을 주면 꽃봉오리가 떨어지거나 꽃이 빨리 시든다. 잎과 잎 사이처럼 주름진 곳에 물을 주면 썩을 수도 있다. 잎에 먼지가 끼었다고 물을 뿌리지 말고 물을 묻힌 부드러운 수건으로 닦아주자.

식물 역시 살아있는 생명이기 때문에 주인의 관심과 손실로 자란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식물도 삐질 수도 있다. 나무 심고 가꾸기 좋은 계절이다. 간략하게나마 화초를 키우는 요령을 살펴봤다. 내 손으로 아픈 화초를 고치고 잘 키워낼 자신감이 조금은 생기지 않았는지?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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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 평점   별 5점

감사합니다. 한가지 질문이. 가랑코에를 분갈이 해줬는데,잎이 노랑게 변하며 시들거나 쉽게 떨어지거나 하더니 급기야 며칠 전부터 줄기가 새까맣게 변했읍니다. 이유가 뭘까요?어떻게 해 줘야 할까요?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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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화초를 키우는데 유용한 정보네요. 난은 일주일에 한번 흠뻑젖을 정도로 주어야 하는 군요. 잎을 보면 대부분 알 수 있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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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저도 화초를 잘 못키우는 사람중의 하나인데...화초도 주인을 알아보는군요. 자신에게 사랑과 관심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예쁘게 자라는 걸로 보답한다는걸 알게 되었네요. 저도 열심히 키워 봐야 할것 같네요

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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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5점

화초 예쁘게 키우겠습니다~ 좋은정보 감사해요 ^^

200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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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진
  • 평점   별 5점

기사가 정말 재미있어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내주세요

200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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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배
  • 평점   별 5점

어쩐지 제가 허브를 사오기는 했는데,
매번 사오는 족족 죽어나가길래 의아해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나봐요^^; 좋은 지식 감사합니다

200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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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은
  • 평점   별 4점

좋은 글 많이 내주세요!~

200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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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 평점   별 5점

그랬군요. 제가 사오기는 잘 사오는데 그게 글쎄 잘 죽더라구요.
그래서 그랬군요. 미안해라 . 좋은 자료 감사 합니다.

200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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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 평점   별 5점

가입을 자축합니다

200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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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 평점   별 5점

저희집에 군자란이 잇는데 집안에 두엇더니 잎이 완전히 누렇게 됫는데 참고 할께요

200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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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호
  • 평점   별 5점

다음주에는 아끼는 분재를 들고 분재원에 갈려고 했더랬는데, 좋은글 잘봣음니다.

200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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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
  • 평점   별 5점

불쌍한 우리사무실의 꽃기린... 이글 읽다가 나가서 비료섞인흙얻어와서 조금 큰화분에 옮겨주었어요~ 3년만에 화분을 갈아주네요ㅎㅎ 좀더 관심을 보여야겠어요^^글 감사해요~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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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얀
  • 평점   별 5점

생활의발견,,,
이런기사가 필요해요~
과학향기 정말 강추 ,,!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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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금
  • 평점   별 5점

벗꽃과 개나리가 만발하게 핀 것을 보니
작은 화초 하나 키우고 싶어지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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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 평점   별 5점

좋은글 감사합니다
가장자리가 누렇거나.. 오그라들거나, 끝부터 노랗게 말라가는 잎
이런증상 흔하게 보이는데 계속 보기만 했을뿐.. 왜그런지 찾아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네요
제방에만 오면 선인장 까지도 말라죽으니.. 이거참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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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 평점   별 5점

오늘기사 좋아요. 구독률 높을 것 같아요.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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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훈
  • 평점   별 5점

그냥화분만 갖고있었는데 정보 감사드립니다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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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일
  • 평점   별 5점

계절에 걸맞게 적절한 기사를 주시는군요~
한그루정도의 나무나 화초를 준비할 계획이었는데 많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좋은 정보에 감사를 드립니다.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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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형
  • 평점   별 5점

좋은글 고맙습니다.
사실 물만주면 되는줄 알았습니다. 열심히 보살펴야 하겠습니다.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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