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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for Kids] 나무 뗏목 타고 8000km 항해? 태평양을 건넌 이구아나의 대모험
<KISTI의 과학향기> 제3148호 2025년 04월 14일여러분은 친구나 가족과 여름에 래프팅을 해본 적 있나요? 래프팅은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계곡이나 강을 건너는 스포츠인데요. 사실 래프팅은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이 통나무 뗏목을 타고 강이나 하천을 건너던 것에서 시작됐어요. 그런데 만약 보트도 없이 나무 뗏목을 타고 거센 바다를 떠다닌다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바로 뗏목을 타고 지구 대모험을 떠난 이구아나입니다.
초식 도마뱀, 이구아나
이구아나는 도마뱀의 한 종류예요. 목 아래 늘어진 주름과 등 전체에 뾰족하게 돌기가 솟아 있는 모습이 특징이죠. 얼핏 보면 공룡과 생김새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해요. 대부분 녹색을 띠지만, 종에 따라 다양한 색깔과 무늬를 갖고 있죠.
요즘은 이구아나를 반려동물로도 많이 키우곤 해서 생각보다 친숙하고, 또 자주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구아나는 원래 한국에 사는 동물은 아니에요. 이구아나는 멕시코와 같은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의 열대우림, 사막에서 살아요. 나뭇잎이나 꽃, 과일 등을 먹는 초식 동물이죠.
바다 건너 대모험 떠나다
그런데 이구아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살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갈라파고스에 사는 바다 이구아나가 있어요. 갈라파고스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1000km나 떨어져 있는 섬이죠. 그리고 이보다 더 멀리, 8000km나 떨어진 ‘피지’에도 이구아나가 살아요. 피지는 뉴질랜드 근처,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인데요. 이곳에 4종의 피지 이구아나(Brachylophus)가 살고 있어요. 너무나 먼 거리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피지 이구아나는 아시아나 호주처럼 피지와 더 가까운 대륙에 이구아나들이 살다가 퍼져 나가 정착한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 이와는 다른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미국 UC버클리와 UC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은 4000개 이상의 이구아나 유전자와 전 세계 박물관에 소장된 200개 이상의 이구아나 표본을 분석해 이구아나의 가계도를 만들었어요. 그 결과, 피지 이구아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부 사막에 사는 사막 이구아나(Dipsosaurus)로 밝혀졌죠. 두 이구아나 종은 약 3400만 년 전쯤 갈라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시기는 화산 활동으로 피지섬이 만들어진 시기와 비슷해요. 즉, 피지 이구아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직접 태평양을 건너 피지섬까지 도착해, 그곳에 정착한 거예요. 수백만 년에 걸쳐 피지섬에서 번식하고 진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피지 이구아나가 된 거죠.
그렇다면 이구아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갔을까요? 맨 앞에서 힌트를 얘기했는데요, 바로 나무 뗏목을 타고 갔답니다. 이구아나는 사람처럼 나무를 타고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동물이거든요. 연구를 이끈 사이먼 스카르페타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교수는 “이구아나 무리와 알이 있는 나무가 사이클론에 쓰러진 뒤 해류를 타고 떠내려왔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최소 한 달 이상 걸렸을 텐데, 이구아나는 어떻게 이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이구아나는 오랜 시간 물이나 음식 없이도 버틸 수 있어요. 또 초식 동물이기 때문에, 뿌리째 뽑힌 나무를 타고 있었다면 그 나무를 먹이 삼아 버틸 수 있었을 거예요.
이구아나의 예상치 못한 모험 덕분에 새로운 종이 생겨나고, 생물이 더 다양해졌다는 게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런데 지금 이런 피지 이구아나는 서식지가 점점 사라지고, 애완동물 거래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요. 이구아나의 이야기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지고 아껴주면 좋겠습니다.
※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3학년 2학기 과학 - 동물들의 생활
5학년 2학기 과학 - 생물과 환경
3학년 2학기 과학 - 동물들의 생활
5학년 2학기 과학 - 생물과 환경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감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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