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공룡도 새끼를 돌볼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605호   2020년 12월 28일
영화에서 무서운 공룡만 접한 우리에게는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현생 거북들이 알을 낳은 후, 곧바로 알둥지를 떠나 버리는 것처럼 공룡도 그랬을까? 아니면 새끼를 돌봤을까? 예를 들어 거대한 몸집을 지닌 용각류 공룡의 경우, 큰 몸집과 긴 목, 육중한 다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 다리 사이에 새끼가 다니다가 발에 깔려 부상을 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용각류 공룡 발자국 화석에서 새끼 양육의 증거가 발견되면서 용각류 공룡도 새끼를 돌보았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8년 필자가 이끄는 연구진이 경북 의성군에서 발견한 용각류 가족의 발자국 보행렬은 가족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작은 용각류 새끼 두 마리는 어미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 흔적을 남겼다. 새끼들은 발자국 길이가 10cm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공룡이었기 때문에 어미와 함께 가족을 이루어 살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공룡도 새끼를 돌본다는 증거들
 
가장 확실한 증거는 새끼 공룡들과 함께 어미 공룡 골격이 화석으로 발견된 경우다. 이것은 1970년대의 가장 획기적인 공룡 화석 발견들 가운데 한 가지로 손꼽히는 사례다. 바로 마이아사우라(Maiasaura) 어미와 새끼 마이아사우라가 살았던 집단 서식 장소와 산란 지역에 그들의 골격이 함께 발견됐다. 무려 2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발견된 것이다. 이 공룡은 중생대 백악기인 7600만 년 전에 살았으며, 지금의 미국 몬타나주에서 발견됐다. 완전히 다 자란 마이아사우라 성체 한 마리의 몸길이는 약 9m에 이르고, 오리주둥이 형태를 지닌 초식 공룡으로서 하드로사우루스과(Family Hadrosauridae)에 속한다.
 
어미 마이아사우라와 함께 발견된 새끼들은 다양한 연령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알과 알둥지,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들과 깨진 알 조각들, 그리고 조금 자란 상태의 골격이었다. 이것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모여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들의 몸길이도 41cm 에서 147cm 정도로 다양하다.
 
또한, 막 알에서 나온 새끼들의 경우 다리뼈가 완벽하게 발달되지 않았으며, 걷거나 뛰는 데 필요한 다리 근육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알에서 바로 나온 새끼는 걸을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새끼의 이빨은 먹이를 먹으면서 닳은(wear) 흔적이 남아 있어서, 분명 어미로부터 음식을 받아먹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즉, 충분한 다리 근육이 생기고 독립적으로 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어미의 보살핌 속에서 가족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화석은 2004년 중국 요녕성에서 발견됐다. 바로 프시타코사우루스(Psittacosaurus) 어미 한 마리와 34마리의 새끼가 함께 묻힌 채로 화석이 된 경우다. 이 화석들은 보존 상태가 탁월하여 마치 방금 전까지도 살아 뛰어 놀았을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중생대 백악기 초기인 약 1억년~1억 2000만 년 전에 살았던 뿔공룡의 일종인 프시타코사우루스는 앵무새의 모습과 비슷한 부리를 갖고 있어 “앵무 공룡”이라는 별명도 있다. 중국과 몽골 등지에서 가장 번성했던 초식 공룡으로 몸길이는 최대 2m 정도로 알려졌다.
 
34마리의 새끼 프시타코사우루스들의 몸길이는 불과 3~3.4cm 정도고 모두 같은 연령대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었다. 하지만 정확히 9년이나 지나 2013년에 같은 화석을 통해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는 논)이 발표되면서 2004년 네이처 논문은 매우 큰 도전을 받게 됐고, 학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어미 프시타코사우루스로 생각했던 두개골은 태어난 지 6년 정도 지난 개체였던 것이다. 프시타코사우루스의 경우,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어미가 되려면 10살은 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어미가 아니고 한 마리의 어미가 34마리의 새끼를 한 번에 낳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2004년 논문이 공격을 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어미의 두개골로 보이는 암석이 34마리의 새끼들이 묻혀 있는 모암 덩어리를 접착제로 붙여 마치 한 장소에서 몰살당한 것처럼 연출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미가 새끼와 함께 없다고 하더라도 34마리의 어린 개체들이 함께 몰살당한 흔적을 보여주는 화석은 분명 이들이 가족을 이루거나 집단생활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에 공룡의 새끼 양육 증거로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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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가족을 이루고 살았음을 보여주는 프시타코사우루스의 상상도. (출처: wikipedia)
 
 
한 둥지에 모여 사는 새끼들
 
2011년 몽고 고비 사막의 모래 언덕에서 로드 아일랜드 대학교 고생물 연구팀이 발견한 15마리의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 화석은 어린 새끼들이 한 둥지 모여 살았던 흔적을 보여준다. 이것은 공룡의 새끼양육(Parental Care)의 강력한 증거가 됐다. 프로토케라톱스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인 7천100만 년 전~7천500만 년 전에 살았던 뿔공룡의 한 종류이며, 성체의 최대 몸길이는 1.8m이며, 주로 몽골에서 발견되고 있다. 프로토케라톱스 역시 완전히 성체가 되는 시기까지의 기간은 최소 10년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2011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하나의 어미에게서 태어난 15마리의 새끼들은 알에서 깨어난 이후 일정 기간 어미의 보살핌을 받는 가운데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발견된 새끼들은 크기로 뼈 발달 상태로 기준으로 볼 때, 알에서 나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어미 공룡은 새끼를 알에서 깨어날 때부터 보살피고 어느 정도 혼자서 생활 할 수 있을 때 까지 양육했을까? 그건 아마도 자신의 소중한 새끼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로 판단된다. 어미가 새끼를 잘 보살피지 않으면, 새끼는 쉽게 천적의 먹잇감이 되거나 자연재해와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여러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프로토케라톱스가 살았던 지역에서는 당시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라는 포악한 육식 공룡이 서식했기 때문에 어미의 도움 없이는 이 공룡의 먹잇감이 됐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따라서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 곧바로 독립적인 생활로 살기 보다는 어미 곁에 머물면서 어느 정도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분석할 수 있다. 어미 공룡 역시 새끼를 사랑하는 모성애가 상당했을 것이다.
 
글: 임종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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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계나 동물세계나 어찌보면 살아가는 방식, 육아 등등을 보면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음을 볼 수 있는 내용이군요. 또 하나 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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