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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for Kids] 피를 에너지로? 흡혈박쥐만의 놀라운 생존법!
<KISTI의 과학향기> 제3118호 2024년 12월 09일영화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뱀파이어는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들의 목을 물어뜯어 피를 마십니다. 그런데 실제로 뱀파이어처럼 피를 마시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 동물의 정체는 바로 ‘흡혈박쥐’입니다.
사진 1. 흡혈박쥐는 마치 영화나 소설 속 뱀파이어처럼 피를 마시는 동물이다. ⓒshutterstock
사진 2. 흡혈박쥐는 날개와 다리로 걸을 수 있어 먹잇감에 조용히 접근할 수 있다. ⓒ토론토대학교 Price Sewell
사진 3. 얀구팀은 흡혈박쥐를 90분간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게 한 뒤, 어떤 영양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지 관찰했다. ⓒ토론토대학교 Brock and Sherry Fenton
피를 마시는 박쥐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400종이 살고 있는 박쥐는 포유류 중에서도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동물입니다. 박쥐는 보통 열매를 먹거나 곤충을 사냥하지만, 몇몇 박쥐는 독특하게도 다른 동물의 피를 마십니다. 이렇게 피를 마시는 박쥐들을 ‘흡혈박쥐’라고 불러요. 흡혈박쥐는 주로 돼지, 소, 말 등 가축의 피를 마시지만, 드물게 사람의 피를 노리기도 합니다.
흡혈박쥐는 코로 열을 감지할 수 있어, 동물들의 혈관을 빠르게 찾아냅니다. 먹잇감을 발견한 후에는 날개와 다리를 이용해 먹잇감에 조용히 접근합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먹잇감에 상처를 내고 흘러나온 피를 혀로 핥아 먹어요. 흡혈박쥐는 자기 몸무게의 40%에 달하는 피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대식가랍니다.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포유동물!
보통 포유류들은 탄수화물이나 지방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최후의 수단으로 단백질을 활용합니다. 그런데 흡혈박쥐가 마시는 핏속에는 단백질, 철분, 비타민 등은 풍부하지만, 탄수화물이나 지방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피만 먹는 흡혈박쥐가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지는 수수께끼였죠.
흡혈박쥐는 어떻게 피만 먹으며 살 수 있는 걸까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연구팀은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흡혈박쥐에게 소의 피를 먹인 후, 특별 제작한 러닝머신 위를 달리게 하는 것이었죠. 연구팀은 흡혈박쥐가 러닝머신을 달릴 때 호흡하는 모습을 관찰해, 흡혈박쥐가 어떤 영양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지 알아봤어요.
실험 결과, 흡혈박쥐는 다른 포유류와 달리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어요. 그간 과학자들은 흡혈박쥐가 혈액 속 단백질을 탄수화물로 바꾼 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와 전혀 다른 결과인 셈이죠. 또 흡혈박쥐는 피를 마신 뒤, 핏속의 단백질을 불과 10분 만에 에너지원으로 바꿀 수 있었어요. 이런 놀라운 현상은 다른 포유류에게선 관찰할 수 없고, 오히려 모기처럼 피를 마시는 곤충들에게서나 볼 수 있어요.
다만 흡혈박쥐의 몸에는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를 몸속에 저장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피를 자주 먹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 있어요. 흡혈박쥐는 굶주린 동료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굶주림을 해결한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덕분에 다른 동물들도 흡혈박쥐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고 있을지 모른다고 예상한답니다. 과연 또 어떤 동물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고 있을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흡혈박쥐는 어떻게 피만 먹고 살 수 있을까?
탄수화물과 지방이 적은 게 뭐가 문제야? 단백질을 바로 에너지로 쓰면 되지!
KISTI의 과학향기
※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3학년 1학기 과학 - 동물의 한살이
5학년 2학기 과학 - 생물과 환경
3학년 1학기 과학 - 동물의 한살이
5학년 2학기 과학 - 생물과 환경
글 : 남예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 EZ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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