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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우리은하보다 230배 큰 블랙홀 제트가 발견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105호 2024년 10월 21일바야흐로 천문학 및 우주공학의 시대다. 천문학계에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같은 최첨단 우주 망원경을 우주로 보내고 있다. 또 지상에서는 수많은 전파 망원경들이 드넓은 우주를 밤낮 가리지 않고 관측하고 있다. 이러한 최첨단 망원경은 우주의 여러 수수께끼를 풀어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천체를 발견해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가 주축이 된 연구팀에서 유럽 저주파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인 '로파(LOFAR: Low Frequency Array)'와 '거대 미터파 전파망원경(uGMRT)'을 활용해 천문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블랙홀 제트 ‘포르피리온(Porphyrion)’을 발견했다. 포르피리온의 크기는 무려 약 6.8Mpc, 즉 2,300만 광년에 달한다. 이는 우리은하를 10만 광년으로 볼 때, 우리은하 230개 늘어놓은 것과 맞먹는다. 연구팀은 제트를 하나의 물체로 본다면 포르피리온은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한 것 중 가장 거대한 물체라고 밝혔다.
사진 1.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블랙홀 제트 포르피리온. ⓒ 캘리포리나 대학교, LOFAR Collaboration
흔히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빛마저 끌어당긴다고 알려졌지만, 일부 블랙홀에선 방사선과 물질이 강하게 방출하는 ‘제트’ 현상이 발생한다. 제트 현상은 블랙에서 주변 방사선과 가스, 빛을 끌어당길 때 강력한 자기장이 생기면서 일부가 블랙홀을 따라 빠르게 방출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현재까지 발견된 제트 중 가장 빠른 것은 광속의 99% 달하는 속도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다.
포르피리온 발견…기존 상식 뒤엎는 발견되나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블랙홀 제트의 물리적 특성과 우주 형성 과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우주의 모습을 재정의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우선 블랙홀 제트에서 방출된 가스와 에너지는 은하 형성을 억제하거나 촉진할 수 있다. 특히 제트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별 형성률을 조절하고, 은하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포르피리온과 같은 대규모 블랙홀 제트의 존재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성장과 은하의 진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구체적으론 블랙홀의 질량이 증가함에 따라 제트의 규모와 영향력도 함께 증가하는지, 제트가 은하단과 초은하단의 형성과 진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탐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포르피리온과 같은 대규모 블랙홀 제트는 초기 우주에서 블랙홀 제트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연구진은 블랙홀 제트가 은하 사이를 넘어 우주에 열과 자기장을 퍼뜨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우주 대규모 구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포르피리온이 긴 길이를 유지하는 점을 보아 우주 공간의 자기장이 예상보다 더 강하고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우주의 자기장 구조에 대해서도 새로운 통찰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금보다 우주가 밀집된 시기에도 블랙홀 제트가 장거리까지 뻗어 나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발견은 기존 제트 이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결과다. 이에 Mpc 규모의 제트가 우주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재조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주의 구조와 진화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엎어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림 2 이번 발견은 블랙홀 제트가 초기 우주의 은하 형성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NASA
천문관측 기술의 발전, 우주관 확장해
이번 연구에선 저주파를 관측하는 LOFA와 고주파를 관착하는 uGMRT 망원경의 활약 덕분에 제트의 전체 구조를 파악해냈다. 그리고 켁(Keck) I 망원경을 통해 포르피리온이 발견된 은하의 적색편이를 측정해 제트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다중 파장을 통한 관측은 포르피리온의 전체적인 구조와 특성을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여전히 포르피리온 블랙홀 제트에 관한 비밀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천문 관측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한다면, 더 흥미로운 발견들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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