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동양과 서양의 과학이 통한다-손님별과 케플러의 별
<KISTI의 과학향기> 제62호 2003년 12월 03일
흔히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인 ‘타임’ 표지에는 ‘부시 대통령’ 이나 ‘테레사 수녀’ 등 유명인사의 사진이 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1987년 2월말 타임 표지에는 사람이 아닌 뱅(Bang)이란 제목으로 폭발하는 별의 모습이 실려 있었다.별의 마지막 순간인 초신성(일명 케플러의 별)에 관한 특집기사가 게재된 것이다. 큰 별은 임종하는 순간 대폭발을 일으키며 그 밝기가 갑자기 수백만 배가 된다. 멀리 있는 별은 그 밝기가 작아서 보이지 않다가 폭발하는 순간 백만 배나 밝아지므로 그 모습이 보이게 된다. 그러나 폭발 에너지가 없어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므로 보이지 않게 된다. 이렇게 갑자기 밝게 나타나는 별의 마지막 순간을 초신성 또는 손님별(客星)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손님별은 몇 백 년 만에 한번씩 나타나는데, 1604년에 땅꾼자리 (별의 위치)에 나타난 뒤에 거의 400년이 지난 1987년에 우리 은하계의 위성 은하계인 마제란 소은하계에 나타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400년 만에 맞이한 ‘크리스마스’라고 하면서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다.
400년 전에 나타났던 초신성을 서양에서는 ‘케플러의 별’이라고 부른다. 케플러 법칙으로 잘 알려진 케플러가 그 초신성을 관측하여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초신성의 기록이 나타난다. 우리 조상들은 별이 없는 자리에 별이 보이다가 그 폭발에너지가 없어지면 다시 사라지는 까닭에 마치 손님이 다녀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손님별(객성)’이라고 일컬었다. 왕조실록 선조조의 기록 (1604년 10월 8일)을 보면 “손님별이 미수 10도 거극 110도 (이는 별의 위치를 나타내는 지구상의 위도와 경도에 해당하는 표기 방법임)인 땅꾼별 자리에 초저녁에 나타났다가 새벽녘에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밝기는 목성 (옛 선조들은 이를 세성(歲星)이라고 했음)보다 휠 씬 어두웠다“라는 기록이 나타난다. (
이런 기록은 매일 계속되며 그 기록은 거의 일년간 계속된다. 그 기록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목성 및 금성의 밝기와 비교하고 있다.
케플러의 관측치와 우리 왕조실록의 기록을 합치면 ‘1604년에 터진 손님별의 밝기의 변화가 손님별이 터진 날부터 몇 주 동안 그 밝기가 유지되다가 손님별의 밝기가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을 알 수 있고, 그 모양을 곡선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 곡선을 알게 됨으로써 400년 전 땅꾼별자리에서 폭발한 별이 오래된 백색 왜성이란 작은 별이 주위의 동반자 별로부터 질량을 빨아 당겨서 너무 비대해짐으로서 폭발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서양의 자료나 조선왕조실록 기록 하나 만으로는 완성된 곡선이 얻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자료를 합치면 어느 정도 올바른 곡선이 나온다. 우리의 선조와 케플러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훌륭한 공동 연구를 400년 전에 이미 이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천문학에 있어서의 동서 공동 연구의 원조가 아닐까 한다. 요컨데 과학은 본질적으로 동, 서양에 걸쳐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통하고 있었다.(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 회장)
눈에 보이는 손님별은 몇 백 년 만에 한번씩 나타나는데, 1604년에 땅꾼자리 (별의 위치)에 나타난 뒤에 거의 400년이 지난 1987년에 우리 은하계의 위성 은하계인 마제란 소은하계에 나타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400년 만에 맞이한 ‘크리스마스’라고 하면서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다.
400년 전에 나타났던 초신성을 서양에서는 ‘케플러의 별’이라고 부른다. 케플러 법칙으로 잘 알려진 케플러가 그 초신성을 관측하여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초신성의 기록이 나타난다. 우리 조상들은 별이 없는 자리에 별이 보이다가 그 폭발에너지가 없어지면 다시 사라지는 까닭에 마치 손님이 다녀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손님별(객성)’이라고 일컬었다. 왕조실록 선조조의 기록 (1604년 10월 8일)을 보면 “손님별이 미수 10도 거극 110도 (이는 별의 위치를 나타내는 지구상의 위도와 경도에 해당하는 표기 방법임)인 땅꾼별 자리에 초저녁에 나타났다가 새벽녘에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밝기는 목성 (옛 선조들은 이를 세성(歲星)이라고 했음)보다 휠 씬 어두웠다“라는 기록이 나타난다. (
이런 기록은 매일 계속되며 그 기록은 거의 일년간 계속된다. 그 기록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목성 및 금성의 밝기와 비교하고 있다.
케플러의 관측치와 우리 왕조실록의 기록을 합치면 ‘1604년에 터진 손님별의 밝기의 변화가 손님별이 터진 날부터 몇 주 동안 그 밝기가 유지되다가 손님별의 밝기가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을 알 수 있고, 그 모양을 곡선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 곡선을 알게 됨으로써 400년 전 땅꾼별자리에서 폭발한 별이 오래된 백색 왜성이란 작은 별이 주위의 동반자 별로부터 질량을 빨아 당겨서 너무 비대해짐으로서 폭발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서양의 자료나 조선왕조실록 기록 하나 만으로는 완성된 곡선이 얻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자료를 합치면 어느 정도 올바른 곡선이 나온다. 우리의 선조와 케플러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훌륭한 공동 연구를 400년 전에 이미 이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천문학에 있어서의 동서 공동 연구의 원조가 아닐까 한다. 요컨데 과학은 본질적으로 동, 서양에 걸쳐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통하고 있었다.(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 회장)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Story] 우주를 102가지 색으로 그려낼 스피어엑스
- [과학향기 Story] 어디서든 인터넷을 쓸 수 있다…스타링크, 한국 통신 시장 뒤엎나
- [과학향기Story] 칠흑같이 깜깜한 우주…그래서 얼마나 어두운데?
- [과학향기 for Kids] 소행성으로 우주 식량을 만든다? 미래 우주 식량
- [과학향기 for Kids]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있을까? 유로파 탐사선 출발!
- [과학향기 Story] 스페이스X 스타십, 집으로 돌아와 주차까지 완료!
- [과학향기 for Kids] 지구에도 아름다운 고리가 있었다?
- [과학향기 Story] 우리은하보다 230배 큰 블랙홀 제트가 발견되다!
- [과학향기 for Kids] 달 크레이터에 조선 천문학자 이름이? 우주에 새겨진 한국 이름들
- [과학향기 for Kids] 지진운, 동물의 이상행동… 지진 전조 현상은 정말 있을까?
우리의 선조와 케플러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훌륭한 공동 연구를 400년 전에 이미 이뤄내고 있었다. 참 재미있는 내용이네요. 우리나라의 천문학이 선조시대부터 발달해왔다는걸 잘 알수 있는 내용이네요 ^^
2009-04-02
답글 0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4-01
답글 0
'요컨데 과학은 본질적으로 동, 서양에 걸쳐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통하고 있었다'
그럼요...
같은 사람인데 생각하는 거 느끼는 거가 당연히 통하고 있겠죠.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
2003-12-08
답글 0
이야, 것참 재미있네요. 그림1.2.가 이미 국내학회지나 외국학회지에 실린 연구중 일부인가요? 그렇담 출전도 공개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원문도 직접 읽어보고 싶네여.
2003-12-03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