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매미는 왜 땅속에서 17년을 기다릴까?

<KISTI의 과학향기> 제621호   2007년 06월 29일
“맴 맴, 찌∼르르르.”
무더운 여름날 애틋하게 우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경적을 울리는 듯 요란하다. 매미가 세상 밖으로 나와 온 숲을 메아리치며 울어대는 이유는 짝짓기 위해서다. 수컷 매미는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복부에 발달한 발음기관으로 소리를 내서 운다. 전에는 주로 낮에 활동했지만 최근 ‘신세대 매미’는 낮밤 없이 구애한다. 도시의 불빛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올 여름 매미의 소음으로 가장 걱정되는 곳은 미국의 중서부 지역이다. 미국 중서부에는 17년마다 수십억 마리의 어마어마한 매미 떼가 기습한다. 올해가 바로 17년째 땅속에서 꿈틀대던 매미 떼가 땅 위로 올라오는 해다. 17년마다 올라온다고 해서 ‘17년 매미’라고 부른다. 수컷 매미 한 마리가 내는 소리는 믹서기 소음에 맞먹는 70∼90dB(데시벨, 소리 크기의 단위). 수십억 마리가 단체로 울어대는 소리는 가히 공포영화를 방불케 한다. 17년 전인 1990년에 시카고에 등장한 매미 떼는 유서 깊은 음악제마저 취소시키는 등 큰 소동을 일으켰다. 매미의 비밀을 살펴보자.

여름에 세상 밖으로 쏟아지듯 나온 매미는 달콤한 사랑을 한 달 정도 나눈 뒤 생을 마감한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적당한 나뭇가지를 하나 선택한 뒤 가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암컷이 그 속에 알을 낳으면, 몇 주일 지나 알은 애벌레로 부화한 뒤 먹이를 찾아 땅으로 내려와 땅속 40cm 정도에 구멍을 파고 자리를 잡는다. 그곳에서 나무뿌리의 액을 빨아 먹으면서 오랫동안 애벌레로 지낸다.

지구에는 3000여 종의 매미가 서식한다. 주로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북쪽과 아시아 온대지역에 많이 분포한다. 우리나라에 많은 참매미와 유자매미는 5년을 주기로 지상에 나온다. 우리나라 매미 유충에 비해 17년 매미가 땅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매우 길다. 놀라운 사실은 정확히 17년을 채운다는 사실이다. 빨리 자란 애벌레라도 절대 먼저 땅 위로 올라오는 법이 없다.

미국의 남부에는 13년을 주기로 성충이 되는 ‘13년 매미’와 7년을 주기로 하는 ‘7년 매미’도 있다. 오랜 시간마다 한 번 등장하는 주기 매미들만 살고 있어서 미국 사람들은 매미 소리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기간이 정확히 13년, 17년이기 때문에 다음에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5년, 7년, 13년, 17년의 주기를 보니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이들 숫자는 모두 소수(素數)다. 여기서 소수란, ‘1과 자기 자신으로 나누어지는 수’를 뜻한다. 매미에게 14, 15, 16, 18 주기는 없다. 매미는 왜 소수를 주기로 등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매미의 이 전략은 종족 보존을 위해서다. 매미가 13년, 17년이라는 정확한 주기를 지키는 것은 일종의 인해전술이다. 매미의 천적은 너무나 많다. 새, 다람쥐, 거북, 거미, 고양이, 개 심지어 물고기까지 매미를 잡아먹는다. 이들 천적에 맞선 대응은 ‘남겨진 자의 생존’이라는 방식이다. 비록 천적에게 잡혀먹더라도 수십억 마리나 되는 매미를 한꺼번에 다 잡아먹을 수 없다는 계산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 모든 매미가 물밀듯 동시에 세상에 등장하는 것이다.

또 천적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장 패턴을 천적의 성장 패턴과 달리해야 했다. 13년, 17년 같은 소수를 주기로 하면 천적과 마주칠 기회가 적어진다. 예를 들어 매미의 주기가 5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2년이면 천적과 만날 기회는 10년 마다 온다. 매미의 주기가 17년이고 천적의 주기가 3년이라면 51년이 돼야 만날 수 있다. 주기가 소수인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기가 짧았다가 점점 길어져 현재의 17년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매미처럼 처음에는 주기가 3년이었다가 천적과 만나자 5년, 7년으로 주기를 늘렸을 것이다. 그것도 부족해지자 다시 13년, 17년으로 주기를 늘렸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17년이라는 숫자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된다면 19년 매미가 나오게 될 것이다. 결국 천적의 수명이 몇 년이건 간에 소수로 이루어진 성장 사이클이 안전장치로 놓인다.

자연의 신비는 늘 우리를 경탄케 만든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말처럼 매미의 인내가 보상받을 때가 됐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곧 시작될 17년 매미의 구애소리는 시끄럽겠지만 앞으로 2024년 여름이 돼야 다시 들을 수 있다. 17년을 기다려야 하는 미국 매미에 비해 자주 나올 수 있는 우리나라 매미들은 행운인 것 같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평가하기
류다미
  • 평점   별 5점

경이로운 자연현상이로군요.

2010-03-18

답글 0

저도 지나가다...
  • 평점   별 5점

아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9-09-16

답글 0

이미란
  • 평점   별 5점

매미에게도 이런 기막히니 두뇌가 있다니 정말 놀라워요. 우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천적을 물리치고 있는 법이네요. 13,17이란 숫자가 경이롭기까지 하네요.매미소리가 매번 시끄럽다고만 생각했는데...

2009-04-16

답글 0

권순직
  • 평점   별 5점

소수일 때마다 천적의 위험을 피해 밖으로 나오게 된다니 자연의 신비로움이네요. 하지만 땅속에서는 천적이 없을 까요?

2009-04-16

답글 0

헥깔리
  • 평점   별 5점

A란 매미집단이 2000년에 알을 낳고 그 알들은 17년 후에 나오고,
B란 매미집단이 2001년에 알을 낳고 그 알들은 17년 후에 나오고,
C란 매미집단이 2003년에 알을 낳고 그 알들은 17년 후에 나온다는
소리 아닌가요??

2009-03-19

답글 0

....
  • 평점   별 5점

재밌는 글이네요 퍼감니다.

2007-08-15

답글 0

  • 평점   별 5점

이거 과학맞나요> 자연과학...??

2007-07-17

답글 0

맴맴
  • 평점   별 5점

정말 흥미로와요..^^ 신나는 과학향기 감사합니다...

2007-07-09

답글 0

석호필
  • 평점   별 1점

↑(김동원님)// 역시나 했더니....초지존자(하나님) 타령이군요
소수와 같은 수확법칙 나아가 모든 과학법칙은 누가 알려준게 아니라 원래 자연에서 존재했던겁니다. 그걸 인간이 똑똑해(?)지면서 알아서 이름(소수)을 붙인것 뿐이지요.

2007-07-04

답글 0

여전히
  • 평점   별 4점

이해가 안갑니다
왜 매미만 그럴까요 ? 다른 곤충들은 안그러는데...

2007-07-02

답글 0

AAA
  • 평점   별 5점

좋은 내용!~

2007-07-01

답글 0

달잎
  • 평점   별 5점

ㅎㅎ재밌게 잘봤습니다~ ^^

2007-06-30

답글 0

김진수
  • 평점   별 5점

저랑 이름이 같네요. ^^ 그건 제 생각인데요. 생명체들은 다양성이 있으니까요. 실수로 1년 먼저 나오는 놈들, 1년 후에 나오는 놈들, 2,3년 늦게 나오는 놈들 등 소수의 실수로 다양하게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2007-06-30

답글 0

자연선택설..
  • 평점   별 5점

가능하지 않을까요?? 추워지고 따뜻해지고를 감지할 수 있으면..

2007-06-30

답글 0

학생
  • 평점   별 5점

훗..역시 자연은 흥미롭군요..

2007-06-30

답글 0

김진수
  • 평점   별 5점

예~ 굿샷~

2007-06-30

답글 0

김정민
  • 평점   별 5점

도감같은곳에서는 그저 짧막하게 숫자만 써져있을법한것이 이런 깊은뜻이 있었군요. 감동했습니다.

2007-06-29

답글 0

지나가던
  • 평점   별 5점

제가 그 지존자인데 저는 매미를 만들기만했지

17년은 알아서 찾아가더라구요

저도 놀랐음

2007-06-29

답글 0

대청마루
  • 평점   별 5점

오늘보니 매미가 대단한 수학학자로 보이는건 왤까?

2007-06-29

답글 0

이동수
  • 평점   별 4점

잘 읽었습니다. 천적도 소수를 주기로 한다면.....갑자기 다빈치코드가 생각나는 건 뭘까요? ^^;;

2007-06-29

답글 0

김동원
  • 평점   별 5점

곤충이 스스로 수학 학원을 다닌게 아니니 소수를 알턱이 없고 설령 안다해도 칼렌다도 없이 깜깜한 지하에서 17년을 인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절로 알게되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요. 이 매미들을 고안한 초 지존자가 매미 유전자 어디엔가 이를 알 수 있게 해 주었겠죠. 매미가 어떻게 스스로 17년 아니면 19년 하는식으로 발전되겠어요? ^^*

2007-06-29

답글 0

김진수
  • 평점   별 5점

우리나라는 매년 여름에 비슷한 정도의 매미가 나오는데, 5년매미 말고 다른 주기의 매미도 그만큼 많아서 그런가요? 아니면 같은 5년 주기라도 땅위로 나오는 해가 달라서 그런가요? 그리고 미국중서부의 그 지역에는 17년 매미만 있나요? 혹시 같은 17년 주기라도 땅위로 나오는 해가 다른 것은 없나요?

2007-06-29

답글 0

사막인어
  • 평점   별 5점

매미는 굉장히 복받은 생물이군여...
천적들로부터 늘 도망다녀야하는 불안과
잡아먹히는 고통을 거의 당할 일이 없게 진화되엇으니..
매미가 부러워여~~

2007-06-29

답글 0

Richard
  • 평점   별 5점

지나가던 님 굿샷!

2007-06-29

답글 0

김상초
  • 평점   별 5점

17년이라니! 정말 자연의 신비에 감동햇네..

2007-06-29

답글 0

민석
  • 평점   별 5점

아.. 대단하네요..
그런 깊은 뜻이...

2007-06-29

답글 0

안여진
  • 평점   별 5점

저도궁금했습니다!! 작성자분께서 답변해주셨음좋겠네요

2007-06-29

답글 0

REDROCK
  • 평점   별 5점

흥미롭네요 저도 네이버 블로그에 퍼갑니다.

2007-06-29

답글 0

래스
  • 평점   별 5점

요기는 나눠서 나오니까 뭐...
매년 여름이 왔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지표가 되어서 좋고,
덜 시끄러워서 좋고 ^^;

2007-06-29

답글 0

한홍식
  • 평점   별 5점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좋은 내용입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

2007-06-29

답글 0

홍호준
  • 평점   별 5점

오 이런기사 ^^ 좋은 정보 ㄳ

2007-06-29

답글 0

정망 흥미로운
  • 평점   별 5점

정말 재밌는 내용이네요... 신기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복사해 갑니다.

2007-06-29

답글 0

천령
  • 평점   별 5점

이거 코라아닷컴 이란 책에서 본 내용~~

2007-06-29

답글 0

윤일도
  • 평점   별 5점

경이로운 자연현상이로군요.
인류가 수백년동안 발견한 자연현상 및 지식도 이미 매미들도 알고 있는 지식이었다니...
미지의 지식이 그동안 발견한 지식보다 많다는 점에서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7-06-29

답글 0

Richard
  • 평점   별 5점

저도 궁금하네요.
매미는 매년 볼 수 있는데 말이지요.

2007-06-29

답글 0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쿠키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이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이트의 일부 기능(로그인 등)을 이용할 수 없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일링 구독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