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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재료? 발효? 맛좋은 간장의 비결
<KISTI의 과학향기> 제2644호 2016년 05월 04일
메주를 가지고 장을 만들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장을 만드는 날이면 할머니는 언제나 이른 새벽에 멀리 떨어져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메주를 삶으셨다. 이상했다. 집 안의 물독에 물이 들어있는데도 할머니가 왜 그 이른 아침에 새로 물을 길어오는 수고를 하시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됐다.
“예로부터 그 집안을 보려면 장맛부터 먼저 보라했다. 밥을 지을 때도 새로 길어온 물을 써야 밥맛이 좋은 법인데, 하물며 일 년 내내 우리 가족들이 먹을 장을 담그는 것이라면 더 말해서 뭐하겠냐. 당연히 새로 길어온 물을 써야 장맛이 좋아지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이 지금도 귀에 선하다.
아닌 게 아니라 할머니의 말씀처럼 오늘날의 많은 간장 회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은 물 좋은 곳에서 생산한다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간장을 담그는 물맛이 좋아야 간장 맛도 좋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럴까? 간장 맛이 좋으려면 물 말고 다른 비결은 없을까? 오랜만에 할머니가 해주셨던 간장의 맛을 음미해 보면서 좋은 간장을 만드는 비결을 찾아봐야겠다.
■ 간장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과학적 식품
간장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쓰는 짠맛이 있는 액체 양념’이다. 그러나 그 오묘한 맛을 가진 간장을 단지 ‘짠맛이 있는 액체 양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소금의 짠맛과는 차원이 다른 색다른 감칠맛과 깊은 맛을 보여주는 우리의 간장을 소개하면서 단순히 짠맛을 내는 양념이라고 하는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너무나 많은 의미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맛뿐만이 아니다. 제조 과정만 보더라도 간장은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는 과학적 식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발효시켜 아미노산과 비타민, 유기산 등이 가득한 메주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구수한 맛과 단맛 그리고 짠맛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천연조미료인 간장을 제조했다.
이처럼 조상의 지혜가 담긴 간장을 재래식 간장이라 부른다. 전통적으로 집에서 직접 담가 먹는 간장을 말하며, 콩으로 만든 메주를 소금물에 넣어 발효, 숙성시킨 것이다. 흔히 조선간장으로 부르는 이 재래식 간장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분류되는 간장 종류 중 하나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분류하는 또 다른 간장으로는 개량간장과 아미노산 간장을 들 수 있다. 개량간장은 개화기 이후 들어온 일본식 간장을 말하는 데 보통 왜간장이라 불린다. 재래식 간장에 비해 짠맛이 약하고 색이 진하고 콩 대신 탈지 콩가루와 밀 등을 사용해 제조한다.
반면에 아미노산 간장은 화학적으로 만든 아미노산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재래식 간장의 풍미를 내는 첨가물들을 넣어 만든 것이다. 재래간장이나 개량간장보다 제조시간이 단축되는 장점은 있으나 상대적으로 풍미가 떨어지고 유해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점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간장은 제조 방법에 따라 재래간장과 개량간장 그리고 아미노산 간장으로 나뉘지만 우리나라 식품공전상에는 단백질의 분해 방법에 따라 양조간장과 산분해 간장, 혼합간장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 그 의미를 파악해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재래간장과 개량간장은 모두 양조간장인데 발효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제조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린다. 반면에 아미노산 간장은 산분해 간장을 말하며 제조 시간이 양조간장에 비해 훨씬 짧지만 풍미는 떨어진다. 이 외에도 혼합간장의 경우는 양조간장에다가 산분해 간장을 적절히 섞은 것을 말한다.
■ 재래간장과 개량간장의 차이는 재료와 곰팡이의 차이
간장의 종류에 대한 궁금증만큼이나 간장을 만드는 방법도 궁금하다. 간장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품목인 재래간장과 개량간장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우선 재래간장을 만들려면 메주와 소금 그리고 항아리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항아리는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입이 넓은 것으로 준비하여 뜨거운 물을 부어 소독한다. 그다음 메주를 깨끗이 털고 물에 하나씩 넣어 씻는다.
씻은 메주를 항아리에 쌓아두고 그 위로 소금을 녹여 만든 소금물을 붓는다. 이어서 항아리에 잘 닦은 고추와 숯 그리고 대추를 넣은 뒤 뚜껑을 닫아 3일 간 숙성을 시킨 다음에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게 한다. 이렇게 40일 정도를 간간이 뚜껑을 열면서 볕을 쬐어주면 그 안에서 발효가 서서히 일어나면서 장이 익어간다. 이후에는 항아리에 넣었던 숯과 고추, 대추를 꺼내고 상등액(上澄液)인 간장을 뜨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반면에 개량간장은 발효 과정을 거친다는 점은 재래간장과 유사하지만, 재료로 콩만 사용하는 재래간장과는 달리 콩과 함께 볶은 밀을 혼합해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재래간장은 발효 과정에서 여러 균과 곰팡이가 함께 번식하지만 개량간장은 하나의 메주 곰팡이인 ‘아스퍼질러스오리제(Aspergillus oryzae)’만을 사용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재래간장은 품질이 균일하지 못할 때가 많고 잘못 관리하면 좋지 않은 맛과 냄새가 날 수 있지만, 개량간장은 품질이 균일하기 때문에 맛도 일정하게 유지될 확률이 높다. 다만 품질관리 측면에서만 보면 개량간장이 더 우수하게 보일 수도 있고, 맛의 다양성이란 차원에서는 재래간장의 형태가 더 유리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간장의 종류와 제조방법에 대해 알고 나니까 다시 예전에 할머니가 장을 만들며 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틀린 말씀은 아니셨던 것 같다. 재료의 신선도도 중요하고 메주곰팡이의 작용도 중요하지만 물 또한 장맛을 내는데 기여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할머니의 정성이다. 그 이른 새벽에 물을 길으며 가족이 먹을 장을 위해 헌신한 할머니의 정성이야말로 장맛을 좋게 만든 비결이 아니었을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예로부터 그 집안을 보려면 장맛부터 먼저 보라했다. 밥을 지을 때도 새로 길어온 물을 써야 밥맛이 좋은 법인데, 하물며 일 년 내내 우리 가족들이 먹을 장을 담그는 것이라면 더 말해서 뭐하겠냐. 당연히 새로 길어온 물을 써야 장맛이 좋아지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이 지금도 귀에 선하다.
아닌 게 아니라 할머니의 말씀처럼 오늘날의 많은 간장 회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은 물 좋은 곳에서 생산한다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간장을 담그는 물맛이 좋아야 간장 맛도 좋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럴까? 간장 맛이 좋으려면 물 말고 다른 비결은 없을까? 오랜만에 할머니가 해주셨던 간장의 맛을 음미해 보면서 좋은 간장을 만드는 비결을 찾아봐야겠다.
■ 간장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과학적 식품
간장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쓰는 짠맛이 있는 액체 양념’이다. 그러나 그 오묘한 맛을 가진 간장을 단지 ‘짠맛이 있는 액체 양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소금의 짠맛과는 차원이 다른 색다른 감칠맛과 깊은 맛을 보여주는 우리의 간장을 소개하면서 단순히 짠맛을 내는 양념이라고 하는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너무나 많은 의미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맛뿐만이 아니다. 제조 과정만 보더라도 간장은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는 과학적 식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발효시켜 아미노산과 비타민, 유기산 등이 가득한 메주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구수한 맛과 단맛 그리고 짠맛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천연조미료인 간장을 제조했다.
이처럼 조상의 지혜가 담긴 간장을 재래식 간장이라 부른다. 전통적으로 집에서 직접 담가 먹는 간장을 말하며, 콩으로 만든 메주를 소금물에 넣어 발효, 숙성시킨 것이다. 흔히 조선간장으로 부르는 이 재래식 간장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분류되는 간장 종류 중 하나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분류하는 또 다른 간장으로는 개량간장과 아미노산 간장을 들 수 있다. 개량간장은 개화기 이후 들어온 일본식 간장을 말하는 데 보통 왜간장이라 불린다. 재래식 간장에 비해 짠맛이 약하고 색이 진하고 콩 대신 탈지 콩가루와 밀 등을 사용해 제조한다.
반면에 아미노산 간장은 화학적으로 만든 아미노산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재래식 간장의 풍미를 내는 첨가물들을 넣어 만든 것이다. 재래간장이나 개량간장보다 제조시간이 단축되는 장점은 있으나 상대적으로 풍미가 떨어지고 유해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점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사진 1. 재래간장(출처: 순창시)
이와 같이 간장은 제조 방법에 따라 재래간장과 개량간장 그리고 아미노산 간장으로 나뉘지만 우리나라 식품공전상에는 단백질의 분해 방법에 따라 양조간장과 산분해 간장, 혼합간장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 그 의미를 파악해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재래간장과 개량간장은 모두 양조간장인데 발효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제조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린다. 반면에 아미노산 간장은 산분해 간장을 말하며 제조 시간이 양조간장에 비해 훨씬 짧지만 풍미는 떨어진다. 이 외에도 혼합간장의 경우는 양조간장에다가 산분해 간장을 적절히 섞은 것을 말한다.
■ 재래간장과 개량간장의 차이는 재료와 곰팡이의 차이
간장의 종류에 대한 궁금증만큼이나 간장을 만드는 방법도 궁금하다. 간장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품목인 재래간장과 개량간장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우선 재래간장을 만들려면 메주와 소금 그리고 항아리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항아리는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입이 넓은 것으로 준비하여 뜨거운 물을 부어 소독한다. 그다음 메주를 깨끗이 털고 물에 하나씩 넣어 씻는다.
씻은 메주를 항아리에 쌓아두고 그 위로 소금을 녹여 만든 소금물을 붓는다. 이어서 항아리에 잘 닦은 고추와 숯 그리고 대추를 넣은 뒤 뚜껑을 닫아 3일 간 숙성을 시킨 다음에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게 한다. 이렇게 40일 정도를 간간이 뚜껑을 열면서 볕을 쬐어주면 그 안에서 발효가 서서히 일어나면서 장이 익어간다. 이후에는 항아리에 넣었던 숯과 고추, 대추를 꺼내고 상등액(上澄液)인 간장을 뜨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사진 2. 메주와 장독대(출처: 순창시)
반면에 개량간장은 발효 과정을 거친다는 점은 재래간장과 유사하지만, 재료로 콩만 사용하는 재래간장과는 달리 콩과 함께 볶은 밀을 혼합해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재래간장은 발효 과정에서 여러 균과 곰팡이가 함께 번식하지만 개량간장은 하나의 메주 곰팡이인 ‘아스퍼질러스오리제(Aspergillus oryzae)’만을 사용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재래간장은 품질이 균일하지 못할 때가 많고 잘못 관리하면 좋지 않은 맛과 냄새가 날 수 있지만, 개량간장은 품질이 균일하기 때문에 맛도 일정하게 유지될 확률이 높다. 다만 품질관리 측면에서만 보면 개량간장이 더 우수하게 보일 수도 있고, 맛의 다양성이란 차원에서는 재래간장의 형태가 더 유리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간장의 종류와 제조방법에 대해 알고 나니까 다시 예전에 할머니가 장을 만들며 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틀린 말씀은 아니셨던 것 같다. 재료의 신선도도 중요하고 메주곰팡이의 작용도 중요하지만 물 또한 장맛을 내는데 기여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할머니의 정성이다. 그 이른 새벽에 물을 길으며 가족이 먹을 장을 위해 헌신한 할머니의 정성이야말로 장맛을 좋게 만든 비결이 아니었을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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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간장, 고추장은 '담근다'라고 하지 '만든다'라고는 않지요.
메주도 '쑨다'고 하지 '만든다'고는 않습니다.
이왕 우리 고유의 먹을거리 소개하면서 알맞는 말로 썼으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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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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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답글 0
잘 보았습니다. 항상 좋은 정보와 과학상식을 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2016-05-04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