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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미다스 왕의 황금과 다이아몬드 별
<KISTI의 과학향기> 제104호 2004년 03월 10일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이다.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는 술에 취해 방황하고 있던 디오니소스의 양부 실레노스를 잘 모셨다. 디오니소스는 그 고마움의 뜻으로 미다스에게 소원을 한 가지 들어 주겠다고 하였다. 미다스는 자신의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하였다. 굴러다니던 돌, 발에 깔린 잔디,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가 모두 금으로 변하자 미다스는 기쁨에 넘쳤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 하인에게 음식을 시켰을 때, 미다스는 그 능력이 가장 고통스러운 재난임을 깨닫게 되었다. 빵을 집어 들든 포도주를 마시든 그의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금으로 변한 것이다.미다스는 다시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이 재난으로부터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자비심이 많은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팍타로스 강이 시작되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곳에 머리와 몸을 담가라. 그리고 네가 범한 과오와 그에 대한 죄를 씻어라.” 미다스 왕이 강물에 손을 대자 금을 만드는 능력은 물 속으로 사라졌다.
금에 눈이 멀어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사람이 신화 속의 미다스 왕뿐만은 아니다. 금은 연성이 뛰어나 세공하기 쉽고, 광택이 변하지 않으며,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소중한 재물로 여겨져 왔다. 중세의 연금술, 마르코 폴로의 모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의 원동력은 바로 황금을 향한 욕망이었다. 금이 최고의 귀금속이라면, 최고의 보석은 다이아몬드이다. 다이아몬드 또한 금처럼 희소성이 높고 찬란한 광채를 뿜어낸다. 하지만 연성이 좋은 금과 달리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세상의 그 무엇도 다이아몬드에 상처를 낼 수 없다는 뜻이다.
금은 녹여서 큰 덩어리로 만들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다이아몬드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원석의 크기 이상 커질 수는 없는 셈이다. 그래서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크기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며, 수십 캐럿(1캐럿은 0.2그램) 이상의 다이아몬드는 엄청난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면 손에 넣기가 힘들 정도이다.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별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BPM 37093’이라는 이름의 이 별은 지구에서 보면 센타우루스자리 쪽으로 50광년쯤 떨어져 있으며, 크기는 지름 약 4,000km로 달과 비슷하지만 질량은 태양과 맞먹는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쇠고기 한 근(약 600g)에 해당하는 3,100캐럿임을 생각한다면 실로 엄청난 크기가 아닐 수 없다.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틀즈의 노래 ‘다이아몬드를 지닌 천상의 루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를 기려 이 별에 ‘루시’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럼 이렇게 커다란 다이아몬드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우리가 별이라 말하는 항성(Fixed Star)은 보통 수소(H) 가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심에서는 수소의 핵융합을 통해 헬륨(He)이 생성 된다. 이렇게 생성된 헬륨은 고밀도로 인한 강한 압력을 받아 또다시 핵융합을 통해 더 무거운 원소인 탄소(C)로 변하게 된다. 수백억년 동안 이렇게 핵융합을 통해 수소와 헬륨을 다 태운 별은 더 이상 핵융합을 일으키지 못하고 중심에 탄소를 가득 안은 백색왜성이라는 고밀도의 작은 별로 수축하게 된다. 이번에 발견된 BPM 37093, 루시는 바로 중심이 탄소로 변한 백색왜성 이다.
1960년대 초, 코넬 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에드 샐피터는 백색왜성의 내부가 고밀도의 압력으로 인해 고체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론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40년이 지나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멧칼피(Travis Metcalfe) 박사 팀에 의해 백색왜성 BPM 37093의 내부가 탄소의 고체, 즉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졌음이 밝혀진 것이다.
달덩이만한 다이아몬드! 생각만 해도 근사한 별이다.
그렇다면 BPM 37093의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운 여인의 손가락 위에서 빛나는 지구의 다이아몬드와 정말 같은 것일까? 지구의 다이아몬드는 거의 순수한 탄소로 이루어진 광물로서 지하 150~200킬로미터의 고온 고압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실험실에서는 탄소를 1,600℃의 온도에서 10만 기압으로 압축시켜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백색왜성 내부의 압력은 지구에서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때보다 백만 배의 백만 배나 높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엄청난 고압에서는 원자핵 주변의 전자가 떨어져나가고, 탄소의 원자핵만으로 이루어진 초고밀도의 다이아몬드 결정이 형성된다. 그래서 각설탕 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라 할지라도 그 질량은 수십 톤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별에서 다이아몬드를 가져 올 수는 없을까? 현재의 기술로 그 별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엄청난 중력을 이겨 낼 수도 없지만 만약 갔다고 하더라도 가져오기는 좀 어려울 듯 싶다. 초고밀도로 뭉쳐져 있을 BPM 37093의 다이아몬드는 별을 떠나자 마자 내부의 압력을 이겨 내지 못하고 폭발하듯 산산조각이 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미있는 속담 중에 그림 속의 떡이란 말이 있다. 보기에는 좋지만 나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것을 말하는데, 다이아몬드 별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상상과 소망도 미다스 왕의 황금처럼 부질없는 것인 셈이다. (글:정창훈/과학컬럼니스트, ‘과학 오디세이’의 저자)
금에 눈이 멀어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사람이 신화 속의 미다스 왕뿐만은 아니다. 금은 연성이 뛰어나 세공하기 쉽고, 광택이 변하지 않으며,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소중한 재물로 여겨져 왔다. 중세의 연금술, 마르코 폴로의 모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의 원동력은 바로 황금을 향한 욕망이었다. 금이 최고의 귀금속이라면, 최고의 보석은 다이아몬드이다. 다이아몬드 또한 금처럼 희소성이 높고 찬란한 광채를 뿜어낸다. 하지만 연성이 좋은 금과 달리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세상의 그 무엇도 다이아몬드에 상처를 낼 수 없다는 뜻이다.
금은 녹여서 큰 덩어리로 만들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다이아몬드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원석의 크기 이상 커질 수는 없는 셈이다. 그래서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크기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며, 수십 캐럿(1캐럿은 0.2그램) 이상의 다이아몬드는 엄청난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면 손에 넣기가 힘들 정도이다.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별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BPM 37093’이라는 이름의 이 별은 지구에서 보면 센타우루스자리 쪽으로 50광년쯤 떨어져 있으며, 크기는 지름 약 4,000km로 달과 비슷하지만 질량은 태양과 맞먹는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쇠고기 한 근(약 600g)에 해당하는 3,100캐럿임을 생각한다면 실로 엄청난 크기가 아닐 수 없다.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틀즈의 노래 ‘다이아몬드를 지닌 천상의 루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를 기려 이 별에 ‘루시’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럼 이렇게 커다란 다이아몬드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우리가 별이라 말하는 항성(Fixed Star)은 보통 수소(H) 가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심에서는 수소의 핵융합을 통해 헬륨(He)이 생성 된다. 이렇게 생성된 헬륨은 고밀도로 인한 강한 압력을 받아 또다시 핵융합을 통해 더 무거운 원소인 탄소(C)로 변하게 된다. 수백억년 동안 이렇게 핵융합을 통해 수소와 헬륨을 다 태운 별은 더 이상 핵융합을 일으키지 못하고 중심에 탄소를 가득 안은 백색왜성이라는 고밀도의 작은 별로 수축하게 된다. 이번에 발견된 BPM 37093, 루시는 바로 중심이 탄소로 변한 백색왜성 이다.
1960년대 초, 코넬 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에드 샐피터는 백색왜성의 내부가 고밀도의 압력으로 인해 고체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론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40년이 지나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멧칼피(Travis Metcalfe) 박사 팀에 의해 백색왜성 BPM 37093의 내부가 탄소의 고체, 즉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졌음이 밝혀진 것이다.
달덩이만한 다이아몬드! 생각만 해도 근사한 별이다.
그렇다면 BPM 37093의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운 여인의 손가락 위에서 빛나는 지구의 다이아몬드와 정말 같은 것일까? 지구의 다이아몬드는 거의 순수한 탄소로 이루어진 광물로서 지하 150~200킬로미터의 고온 고압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실험실에서는 탄소를 1,600℃의 온도에서 10만 기압으로 압축시켜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백색왜성 내부의 압력은 지구에서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때보다 백만 배의 백만 배나 높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엄청난 고압에서는 원자핵 주변의 전자가 떨어져나가고, 탄소의 원자핵만으로 이루어진 초고밀도의 다이아몬드 결정이 형성된다. 그래서 각설탕 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라 할지라도 그 질량은 수십 톤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별에서 다이아몬드를 가져 올 수는 없을까? 현재의 기술로 그 별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엄청난 중력을 이겨 낼 수도 없지만 만약 갔다고 하더라도 가져오기는 좀 어려울 듯 싶다. 초고밀도로 뭉쳐져 있을 BPM 37093의 다이아몬드는 별을 떠나자 마자 내부의 압력을 이겨 내지 못하고 폭발하듯 산산조각이 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미있는 속담 중에 그림 속의 떡이란 말이 있다. 보기에는 좋지만 나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것을 말하는데, 다이아몬드 별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상상과 소망도 미다스 왕의 황금처럼 부질없는 것인 셈이다. (글:정창훈/과학컬럼니스트, ‘과학 오디세이’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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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정말 보기 좋은 떡이네요... 그렇게 커다란 다이아몬드 별이 있다는것이 믿겨지지 않네요. 실제로 보면 그 별은 어떤 모양일지 너무 궁금합니다. 번쩍이는 빛을 내고 있을까요? ^^
2009-04-06
답글 0
수소와 헬륨 탄소 그리고 다이아몬드군요!
고등학교때의 물리나 화학시간이 새삼떠오르네......
원자의 세계는 참 흥미로와요
2004-03-13
답글 0
과학 향기 정말 재미있네요...
2004-03-11
답글 0
음.. o-o
저번에 메스컴에서 나왔지만..
자세히 알고 싶던게 나와서.. 굉장히 좋았고..
아직 나에게는 어려운 글자가 많아서.. ㅠㅁㅠ
어려운 글자는 밑에 가르쳐 줬으면 한다..
2004-03-10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