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심장 조직도 냉동·해동 가능? 냉동 인간 꿈에 한 발 더 다가서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702호   2021년 11월 29일
 
냉동 인간은 신체를 냉동 상태에 두어 세포가 노화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기술로 불치병 환자들에겐 꿈의 기술이기도 하다. 현재 불치병이라 해도 미래에는 치료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다. 그러나 신체를 냉동하는 과정에서 신체 조직과 세포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세포 내 액체가 얼어붙으면 부피가 커지는데 이 과정에서 세포 내 기관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과 기관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조직 및 세포에 손상을 주는 얼음 결정의 형성을 막는 일이다.

특히 심장은 다른 장기들과 달리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신체 장기 중에서도 냉동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UC 버클리 기계공학과 보리스 루빈스키 교수 연구팀이 심장 조직을 영하 이하의 차가운 상태에서 1~3일 동안 둔 뒤, 다시 성공적으로 복원하였다. 어쩌면 과거의 냉동 인간이 미래에 깨어나는 일은 더는 꿈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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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냉동인간은 아직 꿈의 기술이다. 미국의 냉동보존연구소(Cryonics Institute)는 사람과 반려동물 등을 미래 기술로 해동시키겠다는 희망을 품고 액체질소가 담긴 탱크에 냉동시키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등체적 과냉각’ 방법을 이용한 심장 조직 냉동 및 해동 실험
연구팀은 얼음 결정 생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체적 과냉각(isochoric supercooling)’이란 방법을 이용하였다. ‘등체적’이란 외부 조건이 어떠하든 부피가 변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과냉각’이란 액체를 어는점 이하까지 냉각해도 액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등체적 과냉각’이란 외부 압력 변화에도 부피가 변하지 않는 단단한 용기에 시료를 넣고 어는점 이하로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이 용기는 공기가 없고 밀폐되어 있으며, 용기의 온도를 어는점 이하로 낮추어도 시료에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는다.
 
연구팀은 장기 보존 용액이 담긴 병 속에 인간의 성체 줄기세포로 만든 심장 조직을 넣은 뒤, 이 병을 용기 속에 두고 등체적 과냉각을 하였다. 용기는 영하 3도에서 냉동시켰으며 24시간, 48시간, 72시간 후에 병 속에서 조직을 꺼낸 뒤 생체 온도인 37도로 높여 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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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3. UC버클리 연구팀이 사용한 등체적 과냉각 방법의 모식도. 장기 보존 용액이 담긴 병에 심장 조직을 두고 영하 3도에서 냉동시켰다. (출처: Communications biology)
 
 
이후 연구팀은 이 심장 조직을 현미경으로 찍어 등체적 과냉각을 거치기 이전의 심장 조직과 구조적으로 유사한지 비교하였다. 그 결과 놀랍게도 등체적 과냉각을 거친 후에도 심장 조직의 근섬유가 잘 보존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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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등체적 과냉각을 거치기 전/후의 근섬유를 찍은 현미경 사진. 좌측과 우측은 각각 등체적 과냉각 이전과 이후의 심장 조직의 근섬유이다. 등체적 과냉각을 거친 후에도 심장 조직이 잘 보존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Communications biology)
 
 
그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이 심장 조직이 자율 박동하는지, 또 약물 및 외부 전기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지 등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각각의 경우 60~85%의 조직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함을 관찰하였다. 물론 이 연구의 경우 심장 전체를 실험한 것이 아니라 심장 세포들의 모임인 심장 조직을 냉동하고 해동한 것이다. 심장 전체를 냉동하고 복원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할 수 있지만, 냉동인간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다.
 
 
등체적 과냉각 기술, 이식할 장기를 보존하는 데도 효과적
기존의 과냉각은 보통 시료를 물의 어는점(0도)보다 낮은 온도(영하 22도)로 급랭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온도가 갑자기 변하면 액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고체 상태로 변화할 여유가 없어서 액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냉각 방법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할 뿐만 아니라, 시료에서 얼지 않고 보존되는 부분은 기껏해야 40%에 불과하다. 반면 등체적 과냉각의 경우 더 적은 에너지가 소요되며, 어는 부분도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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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등체적 과냉각 기술은 장기 기증자의 장기를 오랫동안 보존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Shutterstock) 
 
등체적 과냉각은 기증자의 장기를 보존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연구 조사에 따르면 장기를 오랫동안 보존하는 것의 어려움으로 인해 매년 70%의 기증자 장기가 버려지고 있다. 특히 심장은 4~6시간 이내에 이식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이식 환자가 기증한 심장, 폐는 먼 거리에 있는 환자에게 전해질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심장 이식으로 살아난 환자가 숫자가 유달리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등체적 과냉각은 기증자의 장기를 오랫동안 보존하는 데 효과적인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등체적 과냉각은 식품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더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식품을 냉각하며, 더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등체적 과냉각은 어쩌면 우리에게 더 친숙한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정원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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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ㅁㅈ
  • 평점   별 5점

너무 유용한 기술인 듯. 냉동인간까진 모르겠으나 장기보존이나 식량보존은 먼 얘기가 아닐 것 같음.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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