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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이후 21세기의 새로운 문러쉬
<KISTI의 과학향기> 제3034호 2017년 11월 01일한동안 잠잠하던 달 탐사 경쟁이 내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치열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당장 내년인 2018년부터 미국 민간기업이 최초 달 여행을 시도할 예정이다. 중국과 인도 역시 민간기업들이 무인탐사 로버를 보낼 계획이다.
2019년에도 달 방문은 이어진다. 중국은 달 샘플 회수선을, 미국은 시험용 유인 캡슐을 일본의 초소형 달 착륙선과 함께 발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경에 달 궤도선을 보낼 계획을 추진 중이다.
조만간 달은 지구의 방문객으로 넘쳐날 예정이다. 과거와 달리 국가단위뿐 아니라 민간 기업 차원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21세기 새로운 문러쉬’의 내막에 대해 살펴본다.
미니 아폴로를 준비 중인 중국
현재 달 탐사를 가장 열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이른바 우주굴기(宇宙堀起)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필요한 기술을 준비하는 단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무인 달 탐사 단계를 보면 궤도(창어 1호,2호), 착륙(창어 3호,4호), 샘플 회수(창어 5호,6호)로 나뉘어져 있다.
이중 세계 최초의 달 뒷면 착륙을 창어 3호의 백업용으로 제작된 창어 4호가 내년에 시도하게 된다. 지구를 늘 향하고 있는 달 앞면과 달리 달 뒷면에서는 지구가 보이지 않아 탐사선과의 통신에 많은 애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투란 로버를 운행한 창어 3호의 성공에 힘입어 4호는 과감히 달의 뒷면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달 무인 탐사의 마침표는 2019년 발사 예정인 창어 5호이다. 달의 흙을 직접 지구로 가져오는 샘플 회수선인 창어 5호에는 사람만 타지 않을 뿐 마치 ‘미니 아폴로’처럼 달에 착륙하고 다시 지구로 귀환하는 유인 달 탐사에 필요한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다.
중국의 달 탐사에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귀환용인 창어 5호의 경우 착륙용인 창어 3호에 비해 무게가 2배 이상인 8톤이나 나간다. 때문에 새롭게 개발한 거인 로켓인 ‘창정 5형’ 발사체를 이용하게 된다. 문제는 이 발사체의 안정성이다. 작년 첫 비행은 성공적이었지만 지난 7월 2차 발사에서는 실패했다. 그 바람에 올 연말 3차로 계획했던 창어 5호의 발사가 2019년으로 연기됐다. 이는 한국형발사체를 완성한 후, 바로 달 탐사선을 쏘기로 계획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2019년 창정 5형의 성공적 발사로 창어 5호의 회수선이 지구로 무사히 귀환한다고 해도 문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곧바로 유인 달 탐사선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창어 5형은 최고 성능의 추진제인 액수액산(액체수수와 액체산소)을 이용한 중국 최초의 발사체이지만 중국인을 달에서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게 하려면 창어 5형보다 5배 이상의 성능을 가진 진짜 거인급 발사체를 완성해야만 한다. 미국과 중국의 달 탐사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달을 향하는 미국
미국은 현재 진짜 거인급 발사체인 SLS(우주발사시스템) 발사체와 심우주 탐사용 유인 우주선(오리온)을 개발 중이다. 2019년 SLS 블록 1형의 처녀비행에 무인 오리온을 이용한 달 궤도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 달 궤도 비행은 화성을 목표로 한 미국의 원대한 계획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사실 오바마 집권 시 만들어진 미국의 탐사 스케줄에는 10번의 달 궤도 비행은 있지만 달 착륙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미국은 달 궤도를 ‘심우주 게이트웨이(관문)’로 여기고 달은 잠시 스쳐지나갈 뿐 궁극적인 타겟은 화성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위대한 미국을 외치면서 달이 미국의 제1목표로 주목받고 있다. 달에 다시 미국인의 발자국을 남기는 임무는 미국이 다시 세계 우주개발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긴급히 달성해야할 목표가 되고 있다. 최근 NASA가 오리온 우주선을 탈 새로운 우주비행사 후보를 선발했는데 이에 한국계 미국인인 ‘조니 김’씨가 포함되어 있어 최초의 달 착륙 한국인을 꿈꾸게 된다.
2019년 미국의 오리온호에는 일본의 재미있는 탐사선이 동반할 예정이다. 일본의 JAXA와 도쿄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큐브샛으로 1kg밖에 되지 않는 나노급 초소형 달 착륙선이다. 2012년엔 일본도 직접 경량의 소형 기술 실험기로 달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제는 스마트폰 등에 대중화된 얼굴인식 시스템을 활용해 달의 크레이터를 인식, 원하는 장소를 찾아 정밀 착륙할 수 있는 기술을 시험하는 일종의 스마트 착륙선이다.
이 착륙선은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소형의 과학위성을 만들고 있는 인공위성연구소서 만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 계획이 예산확보로 어려움을 겪고 있듯 이 착륙선도 예산 부족으로 원래 2018년 발사에서 연기된 것이다. 스마트 착륙선의 예산은 약 180억 엔이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민간기업들
최근 다시 불어닥친 문 러쉬가 이전과는 다른 점 중 가장 큰 차이가 민간기업이다. 어마어마한 국가적 예산이 소요되는 달 탐사에 민간기업의 자본과 예산만으로 도전하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불가능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신생 민간 기업 중 독보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SpaceX'사 이다. SpaceX는 내년에 비밀로 붙혀진 2명의 우주여행객으로부터 달 궤도 비행에 필요한 비용을 부킹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인당 여행비는 1,9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달 여행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적 어려움이 남아 있다. 먼저 지금보다 대형발사체인 팰콘 헤비가 완성되어야하고 무인으로 운용중인 드래곤 캡슐을 유인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많은 우주기술에서 혁신을 이루고 있는 SpaceX의 행보를 볼 때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보인다. 시기는 늦춰진다고 해도 마침내 ‘일(work)’로써 달을 방문하는 것이 아닌 ‘여행(leisure)’을 위해 달로 출발하는 그런 역사적인 날이 조만간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렴한 달 탐사 방법을 찾는 시도도 한창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구글이 스폰서가 되고 X 프라이즈 재단이 운영하는 ‘구글 루나 X프라이즈’대회다. 전 세계적으로 29개 팀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현재 최종 5개팀(미국-문익스프레스, 일본-하쿠토, 인도-팀인더스, 이스라엘-스페이스IL, 다국적 팀-시너지 문)만이 살아남았다. 2018년 3월까지 달에 착륙하고 500m를 이동하면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지구로 전송한다면 1등에게는 2천만 달러가 주어지게 된다. 이들이 개발한 착륙선은 0.7kg에서 600kg까지 다양하다. 미션 중 가장 까다로운 이동을 위해 3개 팀은 기존의 바퀴형 로버를 제작했지만 2개 팀은 메뚜기처럼 점프를 택하고 있어 흥미롭다.
저렴한 달 탐사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저렴한 발사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이스라엘 팀은 현재 비교적 저렴한 SpaceX의 발사체와 손을 잡았다. 한편 일본 팀은 인도 팀과 손잡고 인도의 발사체로 함께 우주로 나갈 계획이다.
나머지 팀들은 초소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신생 발사체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팀은 뉴질랜드의 스타트업 기업인 ‘로켓 랩’의 엘렉트론 발사체를 이용할 계획이다. 로켓 랩의 로켓은 추진제를 연소실에 공급하는 장치로 제작이 어려운 가스식 터보펌프가 아닌 매우 간단한 전기모터식 펌프를 사용하는 혁신적인 로켓이다. 야심찬 이 로켓은 지난 5월 최초의 발사에서는 궤도 진입에 실패한바 있다.
이런 뜻하지 않는 난관으로 인해 이들 중 2018년 데드라인까지 상금을 탈 만한 성과를 낼 기업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거대한 정부 기관만이 달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깨고 민간기업도 소형화, 경량화의 기술혁신을 통해 달에 갈 수 있음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
“상금을 타면 좋겠지만, 그것만을 노리고 출전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 팀 하카마다 대표의 인터뷰는 우리의 달 탐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주를 향한 도전에 경제적 이익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글: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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