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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이것’ 없었다면 공룡은 온순해졌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1339호 2011년 05월 09일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아빠, 머리를 삭발한 채 빡빡이가 돼 버린 태연을 보고 기겁을 한다. 태연, 민머리에 하얀 띠를 두르고 사뭇 심각한 표정까지 지은 것이 뭔가 심각한 선언이라도 할 모양이다.
“아니, 너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그냥 말로 하지, 이게 무슨 극단적인 행동이란 말이냐!”
“아버지, 저도 더 이상 이렇게 짜디 짠 용돈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어요. 용돈 100% 인상안을 수용해주지 않으신다면 계속 까까머리로 살아가겠어요.”
이때, 기가 막힌 표정으로 부엌에서 나오는 엄마.
“연극 그만 하시지! 머리에서 간장게장 냄새가 날 때까지 꾸역꾸역 안 감고 버티더니, 이를 옮아왔지 뭐에요. 요즘 세상에 이가 다 뭐야 정말. 그래서 악의 뿌리를 뽑는다는 심정으로 시원하게 밀어버렸어요.”
“아하! 그랬었군. 그럼 우리 태연이가 그동안 그토록 포악한 성격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던 걸까? ‘쥬라기 공원’이나 ‘박물관은 살아있다’ 같은 영화를 보면 공룡 성격이 아주 포악하게 나오잖니. 그런데 얼마 전, 케빈 존슨이라는 미국의 과학자가 공룡화석에서 뽑아낸 DNA에서 6,500만 년 전에 살았던 ‘이(louse,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서 피를 빨아먹으며 기생하는 곤충)’의 흔적을 발견했다지 뭐냐. 결국 공룡들은 살아생전 대부분의 시간을 이 때문에 온 몸을 벅벅 긁어대며 보냈고, 그 결과 성격이 거칠어졌다는 거지.”
“네에?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룡이 겨우 이 때문에 포악해 졌다고요? 어맛!”
“암튼 지금까지는 공룡이 멸종한 이후 조류와 포유동물의 종이 다양해지는 시기에 이가 서식하기 시작했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이의 최초 숙주가 공룡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니까 상당히 의미는 큰 연구였지.”
“공룡에 대해 더 말해주세요! 저 공룡 완전 좋아하잖아요. 벽에도 잔뜩 공룡 그림 붙여 놓고.”
“음… 또 무슨 얘기를 해줄까. 참, 얼마 전에는 중생대에 살았던 육식공룡이 야행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단다. 예전에는 공룡이 주행성이라서 포유류가 공룡을 피하려고 야행성으로 진화한 거라고 알려졌었거든.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중생대 공룡 눈 화석 33개를 분석한 결과 육식공룡이 희미한 빛을 잘 감지할 수 있는 야행성 눈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단다.”
“와, 그럼 이다음에 타임머신을 발명하면 중생대로 날아갈 때는 공룡을 피해서 꼭 낮에 가야겠어요. 그런데 아빠, 공룡은 이미 수천 만 년 전에 멸종했잖아요. 어떻게 그런 사소한 사실들까지 알아낼 수 있는 거예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된 생명체지만 친절한 공룡들은 많은 흔적을 남겨주었단다. 뼈 화석, 알 화석, 위석(위에서 소화를 돕는 돌), 분(배설물) 화석, 발자국화석 등 종류도 아주 다양하지. 이런 화석들을 분석해서 공룡의 비밀을 풀게 되는데, 가장 먼저 하는 건 눈으로 살펴보고 추측하는 거야. 그리고 연대 같은 경우에는 방사성 연대측정법을 주로 사용해 알아낸단다. 방사성원소란 불안정해서 스스로 붕괴하며 에너지를 잃는 원소를 말하는데, 붕괴 전의 원소를 엄마 원소란 뜻의 ‘모 원소’로, 모원소가 붕괴하여 생긴 원소를 아들 원소란 뜻의 ‘자 원소’라 부르지.”
“쳇, 딸 원소는 왜 없는 거야? 완전 치사해요.”
“에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암튼 모 원소 절반이 붕괴해서 자 원소로 바뀌는 기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이 반감기는 온도나 압력 등 외부 조건에 상관없이 일정하기 때문에 연대측정에 매우 유용하단다. 방사성 연대측정법은 연대를 측정할 때 이용하는 원소에 따라 탄소(14C-14N), 우라늄-납(U-Pb) 연대측정법 등이 있단다.”
“아까 공룡 피 빨아먹던 이는 DNA 분석으로 알아냈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요즘엔 생명과학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화석 DNA 분석도 자주 활용되고 있단다. 물론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처럼 옛날 곤충이 빨아먹은 공룡의 피 DNA를 분석해서 공룡을 부활시키는 수준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말이야. 이 밖에도 최근에는 3차원 비파괴 투시 분석 기법을 이용해서 암석 속에 감춰진 화석의 성격을 분석하기도 한단다. 암석을 훼손하지 않고도 그 속의 화석에 대한 세밀한 3차원 입체화상을 확보할 수 있는 거지.”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요. 저 과학 완전 사랑해요! 점점 발달하는 과학기술 덕분에 공룡의 실체를 훨씬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태연, 벽면 가득 붙어있는 공룡들의 그림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그 모습을 보던 아빠,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아빠, 왜 그러세요?”
“저, 저… 저기 있는 파키케팔로사우르스 말이다. 일명 대머리 공룡! 저 녀석의 모습이 태연이 너와 너무나도 흡사하구나. 이럴 수가!”
“아빠~, 정말 너무해!!”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아니, 너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그냥 말로 하지, 이게 무슨 극단적인 행동이란 말이냐!”
“아버지, 저도 더 이상 이렇게 짜디 짠 용돈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어요. 용돈 100% 인상안을 수용해주지 않으신다면 계속 까까머리로 살아가겠어요.”
이때, 기가 막힌 표정으로 부엌에서 나오는 엄마.
“연극 그만 하시지! 머리에서 간장게장 냄새가 날 때까지 꾸역꾸역 안 감고 버티더니, 이를 옮아왔지 뭐에요. 요즘 세상에 이가 다 뭐야 정말. 그래서 악의 뿌리를 뽑는다는 심정으로 시원하게 밀어버렸어요.”
“아하! 그랬었군. 그럼 우리 태연이가 그동안 그토록 포악한 성격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던 걸까? ‘쥬라기 공원’이나 ‘박물관은 살아있다’ 같은 영화를 보면 공룡 성격이 아주 포악하게 나오잖니. 그런데 얼마 전, 케빈 존슨이라는 미국의 과학자가 공룡화석에서 뽑아낸 DNA에서 6,500만 년 전에 살았던 ‘이(louse,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서 피를 빨아먹으며 기생하는 곤충)’의 흔적을 발견했다지 뭐냐. 결국 공룡들은 살아생전 대부분의 시간을 이 때문에 온 몸을 벅벅 긁어대며 보냈고, 그 결과 성격이 거칠어졌다는 거지.”
“네에?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룡이 겨우 이 때문에 포악해 졌다고요? 어맛!”
“암튼 지금까지는 공룡이 멸종한 이후 조류와 포유동물의 종이 다양해지는 시기에 이가 서식하기 시작했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이의 최초 숙주가 공룡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니까 상당히 의미는 큰 연구였지.”
“공룡에 대해 더 말해주세요! 저 공룡 완전 좋아하잖아요. 벽에도 잔뜩 공룡 그림 붙여 놓고.”
“음… 또 무슨 얘기를 해줄까. 참, 얼마 전에는 중생대에 살았던 육식공룡이 야행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단다. 예전에는 공룡이 주행성이라서 포유류가 공룡을 피하려고 야행성으로 진화한 거라고 알려졌었거든.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중생대 공룡 눈 화석 33개를 분석한 결과 육식공룡이 희미한 빛을 잘 감지할 수 있는 야행성 눈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단다.”
“와, 그럼 이다음에 타임머신을 발명하면 중생대로 날아갈 때는 공룡을 피해서 꼭 낮에 가야겠어요. 그런데 아빠, 공룡은 이미 수천 만 년 전에 멸종했잖아요. 어떻게 그런 사소한 사실들까지 알아낼 수 있는 거예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된 생명체지만 친절한 공룡들은 많은 흔적을 남겨주었단다. 뼈 화석, 알 화석, 위석(위에서 소화를 돕는 돌), 분(배설물) 화석, 발자국화석 등 종류도 아주 다양하지. 이런 화석들을 분석해서 공룡의 비밀을 풀게 되는데, 가장 먼저 하는 건 눈으로 살펴보고 추측하는 거야. 그리고 연대 같은 경우에는 방사성 연대측정법을 주로 사용해 알아낸단다. 방사성원소란 불안정해서 스스로 붕괴하며 에너지를 잃는 원소를 말하는데, 붕괴 전의 원소를 엄마 원소란 뜻의 ‘모 원소’로, 모원소가 붕괴하여 생긴 원소를 아들 원소란 뜻의 ‘자 원소’라 부르지.”
“쳇, 딸 원소는 왜 없는 거야? 완전 치사해요.”
“에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암튼 모 원소 절반이 붕괴해서 자 원소로 바뀌는 기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이 반감기는 온도나 압력 등 외부 조건에 상관없이 일정하기 때문에 연대측정에 매우 유용하단다. 방사성 연대측정법은 연대를 측정할 때 이용하는 원소에 따라 탄소(14C-14N), 우라늄-납(U-Pb) 연대측정법 등이 있단다.”
“아까 공룡 피 빨아먹던 이는 DNA 분석으로 알아냈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요즘엔 생명과학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화석 DNA 분석도 자주 활용되고 있단다. 물론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처럼 옛날 곤충이 빨아먹은 공룡의 피 DNA를 분석해서 공룡을 부활시키는 수준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말이야. 이 밖에도 최근에는 3차원 비파괴 투시 분석 기법을 이용해서 암석 속에 감춰진 화석의 성격을 분석하기도 한단다. 암석을 훼손하지 않고도 그 속의 화석에 대한 세밀한 3차원 입체화상을 확보할 수 있는 거지.”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요. 저 과학 완전 사랑해요! 점점 발달하는 과학기술 덕분에 공룡의 실체를 훨씬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태연, 벽면 가득 붙어있는 공룡들의 그림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그 모습을 보던 아빠,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아빠, 왜 그러세요?”
“저, 저… 저기 있는 파키케팔로사우르스 말이다. 일명 대머리 공룡! 저 녀석의 모습이 태연이 너와 너무나도 흡사하구나. 이럴 수가!”
“아빠~, 정말 너무해!!”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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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2011-12-14
답글 0
중생대 육식공룡들이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야행성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은 없는건가요? ㄷㄷㄷ...
2011-05-24
답글 0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05-18
답글 0
파키케팔로사우르스 : 어렸을때부터 많이 보던 박치기 공룡이군요 ㅎㅎ
2011-05-09
답글 0
완전 재미 있네
2011-05-09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