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한국인의 핏줄, 누구와 더 가깝나?

<KISTI의 과학향기> 제981호   2009년 09월 14일
중국은 국경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과거사를 자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 후 예상되는 국경분쟁을 막기 위해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 심지어는 백제와 신라까지 자국의 역사에 포함시켜 그 안의 모든 민족을 중화민족이라고 규정하려는 것이다.

동북공정의 연구물인 ‘고대 중국 고구려 역사 속론’(2003년)에는 고구려인이 중국의 고대 국가인 은나라와 상나라의 씨족에서 분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인과 중국 한족은 혈연적으로 한 핏줄이란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2003년 단국대 생물과학과 김욱 교수는 동아시아인 집단에서 추출한 표본을 대상으로 부계를 통해 유전되는 Y염색체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했다. 이 결과 한국인은 주로 몽골과 동?남부 시베리아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전자 형, 그리고 동남아시아 및 중국 남?북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전자형이 모두 발견되었다.

한국인은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 가운데서 동남아시아인인 중국 동북부 만주족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했고, 중국 묘족이나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시아인과도 비슷했다. 이는 한민족이 크게 북방계와 남방계의 혼합 민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300여 년 전 농경문화와 일본어를 전달한 야요이족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 본토로 이주했음을 나타내는 유전학적 증거이기도 하다.

2006년 김 교수는 모계유전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도 분석했다. Y염색체가 아버지를 통해 아들에게만 전달되는 부계유전을 하는 것과 달리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를 통해 아들과 딸 모두에게 전달된다. 더욱이 미토콘드리아 DNA는 돌연변이율이 높고,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 정보인 하플로타입 상태를 분석해 조상을 추적해 낼 수 있다.

하플로타입이란 일련의 특이한 염기서열이나 여러 유전자들이 가깝게 연관돼 한 단위로 표시될 수 있는 유전자형을 가리킨다. 하플로그룹은 같은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자형을 가진 그룹으로 보면 된다. 한국인은 3명 가운데 1명꼴로 몽골과 중국 중북부의 동북아시아에 많이 분포하는 하플로그룹D 계통이 가장 많았고, 전체적으로 한국인의 60% 가량이 북방계로, 40% 가량이 남방계로 분류됐다.

유전적인 분화 정도를 통해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중국 조선족과 만주족 그리고 일본인 순으로 가까웠다. 그러나 중국 한족은 베트남과 함께 다른 계통에 묶여 한국인과는 유전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동북아시아에 속한 중국 북경의 한족은 한국인과 다소 비슷한 결과를 보였지만 중국 남방의 한족과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특히 만주족과 중국 동북 3성인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중국 한족보다는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더 가까웠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과거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활동했던 고구려인의 유전적 특성은 중국 한족 집단보다 한국인 집단에 더 가깝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중국 한족을 물리치고 중원을 점령했던 금나라의 여진족(훗날 만주족)이 신라인의 후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금사(金史)에는 “금태조가 고려에서 건너온 함보를 비롯한 3형제의 후손이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금을 계승한 청나라의 건륭제 때 집필된 ‘흠정만루원류고’에는 금나라의 명칭이 신라 김(金)씨에서 비롯됐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한국인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면 우리의 유전자가 누구와 가까운지 알
수 있다. 사진은 생명공학기업인 마크로젠이 소개한 한국인 유전자 지도 초안
이다. 사진 제공. 동아일보>

청나라 황실의 만주어성 ‘아이신줴뤄’ 중 씨족을 가리키는 아이신은 금(金)을 뜻한다. 이는 아이신줴뤄를 한자로 가차한 애신각라(愛新覺羅)에 “신라(新羅)를 사랑하고, 기억하자”는 뜻이 담겼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런 결과로 볼 때 한국인의 유전자는 북방계가 다소 우세하지만 남방계와 북방계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4000~5000년 동안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동일한 언어와 문화를 발달시키고 역사적인 경험을 공유하면서 유전적으로 동질성을 갖는 한민족으로 발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주에 살던 이들은 중국 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발원한 한족과는 달리 한반도에 살던 이들과 깊은 혈연관계였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나아가 금나라와 청나라를 세웠던 여진족과 만주족의 역사를 한국사에 새로 편입시켜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단일민족’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단일민족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유전적 동질성을 획득했다는 의미이지 한국인의 기원이 하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인은 동아시아 내에서 남방과 북방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이뤄져 형성된, 다양성을 지닌 민족이다.

유전적으로 다양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집단 구성원이 갖고 있는 유전적 다양성이 세대를 통해 유지될 확률이 크다. 그리고 집단의 안정성도 높아진다.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한 집단은 단순한 집단에 비해 집단이 유지되고 진화하는데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은 ‘잡종강세’의 전형적인 집단이다. 어쩌면 중국이 동북공정을 서두르는 이유도 한국인의 유전적 다양성을 두려워해서가 아닐까?


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Y-염색체 DNA haplogroup과 동아시아인집단에서 초기농경민족의 집단팽창[바로가기]
인간 Y 염색체: 구조, 기능 그리고 진화[바로가기]
한국인 집단의 미토콘드리아 DNA HV1 부위에서의 염기서열 다양성[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개인인식표지(한국등록특허)[바로가기]
인간 미토콘드리아 DNA의 변이 판별 방법과 변이 판별용폴리뉴클레오티드 프로브, DNA 칩 및 키트(한국등록특허)[바로가기]
유전자의 변이 분석 키트(한국등록특허)[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과 돌연변이 - 2009년 [바로가기]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분석완료 - 2009년 [바로가기]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 점 돌연변이 병리학의 20년 - 2009년 [바로가기]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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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구스
  • 평점   별 4점

4번째 문단에서, "한국인은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 가운데서 동남아시아인인 중국 동북부 만주족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했고" 의 문장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조 이후로 중국 동북부가 된 지역에 전통적으로 살아오던 만주족은 동남아시아인이 아니라 "퉁구스계"이며, 퉁구스계인은 동남아인보다는 북방 알타이계와 대단히 가까운 집단입니다.

200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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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구스
  • 평점   별 5점

김진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200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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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 평점   별 5점

중국이 한족을 포기하고 청의 여진족을 우선시하면 동북공정의 완성형이 되는건가

20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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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래
  • 평점   별 5점

별점 5개 !!!!!! 이번 주도 수고하셨습니다 ~ 평소 유전/ 생물쪽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이번 호는 진짜 관심있게 봤네요 ~

200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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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 평점   별 5점

현재의 국적을 표시하기 위해 넣은 것입니다. 재중동포라고 표현하면 중국 전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원칙적으로는 연구자가 논문에 쓴 표현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중국 조선족이라고 하면 적어도 동북 3성에 거주하는 재중동포, 즉 조선족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200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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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 평점   별 5점

잡종강세 아닌 민족도 있나요? 아이신줴러가 김씨 성이랬다 신라랬다 오락가락 아무렇게나 듣기 좋은 쪽으로 꿰 맞추는 것인가요?. 잡종강세의 가능성을 다양한 혈족들의 접촉가능성에서 찾는다면 중국사람들이 오히려 더 강하지 않을까요?

200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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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
  • 평점   별 5점

시비거는 걸로 보이기 쉽겠습니다만, 우리 민족의 유전적 우수성은 2차세계대전 때도 들었던... 위험한 사상으로 보입니다 ^^ 잡종강세가 더 적절한 표현 아닐까요? ^^

200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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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
  • 평점   별 5점

횡설수설에 일일이 답글 다시면 피곤해지십니다 ^^

200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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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 평점   별 5점

DNA 유사성으로 본건데... 뭔가 잘 못 이해하신듯..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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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 평점   별 5점

"한국인은 동아시아 내에서 남방과 북방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이뤄져 형성된, 다양성을 지닌 민족이다",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한 집단은 단순한 집단에 비해 집단이 유지되고 진화하는데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은 ‘잡종강세’의 전형적인 집단이다" -전적으로 동의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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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평점   별 5점

<한국인은 중국 조선족과 만주족 그리고 일본인 순으로 가까웠다 > 웃기시네요 중국 조선족 왜래종인가??? 그럼 안중근의사의 후손도 중국 조선족이니 한국인이 아니란 말박에 안되네요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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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구
  • 평점   별 5점

처음으로 리플 1등을 해보네요ㅋㅋ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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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
  • 평점   별 5점

애신각라.. 와 과학향기에서 이말을 보게될 줄이야 ㅋㅋ 우리나라의 유전적 우수성은 이미 널리알려진 사실이죠 ㅋㅋ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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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 평점   별 5점

DNA 유사성으로 본건데... 뭔가 잘 못 이해하신듯..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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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애
  • 평점   별 5점

누군가가 얘기 하더군요...왜세의 침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한국인의 토종적인 유전형질을 잘 지켜낼 수있었을까 하고 말이에요...요즘의 젊은이들은 꼭 성형수술이 아니더라도 예전의 조상님들의 외모가 남아있나요? 납작하고 펑퍼징한 코만 보더라도...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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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 평점   별 5점

.................................ㅡ,.ㅡ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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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3점

저 연구결과가 혼혈화를 통한 한민족해체에 이용되어서는 안됩니다. 통일을 위해서 수천년전 단일화된 혈통을 유지해야 하며 한반도,몽골,만주,일본,중앙아시아를 통합한 동이연합을 이루는데도 혼혈화는 근본적인 장애가 됩니다. 다문화라는 거짓표현으로 민족을 파괴해서는 안됩니다.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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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일
  • 평점   별 5점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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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 평점   별 3점

제가 본 자료중엔 고구려나 신라시대에 도래한 외국인이 무척이나 많은걸로 알고 있습니다.가야국의 허황후에 대한 전설도 이를 강력히 뒷바침하며 무열왕릉의 무인석중에도 아랍계로 보이는 석상이 있습니다. 또한 신라의 왕릉에선 유리제 십자가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는 스키타이계 유목민에게서 전해진 유물이라고 추정하는 글도 읽은적이 있으며, 경주의 거대한 왕릉은 정복왕조의 징후라고 주장하는 학자의 글도 읽어 보았구요.
그리고 언어도 경상지역은 드라비다어계열로 다른 지역과는 어어적 차이도 보이는등 여러가지 설을 종합해 보면 과거엔 다민족 국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만... .

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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