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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던 중력파 검출
<KISTI의 과학향기> 제3030호 2017년 10월 25일2015년 9월 14일 오전 11시 51분(유럽표준시·CET) 독일 막스플랑크중력물리학연구소의 젊은 물리학자인 마르코 드라고는 막 점심을 먹으려던 찰나 모니터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 어딘가에서 발생한 미세한 흔들림(space vibrate)이 포착된 것이다.
훗날 ‘GW 150914’라고 명명된 이 흔들림은 곧바로 미국의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 이하 라이고)에 전해졌다. 정확히 100년 전인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며 예측한 중력파(Gravitational Wave)다. 미세하기 짝이 없는 이 파동은 물리학계에 거대한 폭풍과도 같은 충격을 가져왔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 충격에 주목했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은 중력파 검출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 라이고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공동 수상자인 라이너 바이스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석좌교수, 킵 손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명예교수는 라이고를 제안하고 지금까지 이끌어 온 세 명의 물리학자다. 공식적인 수상 이유는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한 공로다. 도대체 중력파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큰 관심을 받고 관련 연구자가 노벨상까지 차지하게 된 것일까.
사진1. 2017년 노벨물리학상의 영예는 중력파 검출에 큰 공을 세운 3명의 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 좌측부터 라이너 바이스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명예교수, 킵 손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석좌교수. 출처: Nobel Media.
100년에 걸친 도전
중력파는 쉽게 말하면 시공간(space-time)이 뒤틀리면서 발생한 파동을 말한다. 중력이 변동을 일으킬 때 생겨나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들며 광속으로 퍼져나간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될 때 시공간이 휘어지면서 중력파가 방출된다고 한다.
문제는 그 세기가 너무나 미약해 측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완벽하더라도 실제 증명이 되지 않으면 용인되지 않는 것이 과학의 세계다. 때문에 중력파를 검출하는 것은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도전과제가 되었다.
100년에 걸친 끈질긴 도전을 마무리 지은 것이 1987년 출범한 거대 프로젝트 라이고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려 20여 개 국가에서 1,0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결국 연구진은 거대한 레이저간섭계 두 개를 이용, 13억 년 전 두 블랙홀이 부딪쳐 발생한 중력파가 지구를 스쳐 지나갈 때 나타나는 변화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원자핵의 수천 분의 일 정도에 해당하는 극히 미세한 흔들림이었다.
데이터상으로는 완벽했지만 과학자들은 신중에 신중을 또 기했다. 관측 데이터에 대한 검증에만 5개월이 걸렸고, 마침내 2016년 2월 11일 논문이 발표된다.
한 번 실타래가 풀리자 모든 일이 순조로워 졌다. 라이고의 검출기들은 현재까지 총 4번의 우주 진동을 포착했다. 인도와 일본에 건설 중인 새로운 중력파 관측 시설이 완공되면 중력파 검출은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2. 사상 최초로 관측된 중력파 패턴. 이 작은 떨림이 전세계 물리학자들에게 준 충격은 대단했다. 출처: Nobel Media
천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중력파 검출의 가장 큰 의의는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천문학은 전자기파와 빛에 의지했다. 중력자파는 물질과 거의 간섭하지 않기에 빛처럼 반사․왜곡되지 않고 전자기파처럼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모든 물질을 잘 투과한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때문에 우주를 관측하고 연구하는 데 있어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론적으로만 상상하던 블랙홀 내부를 관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가장 기대가 되는 부분은 초기 우주 형성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빅뱅 직후의 우주를 간접적이나마 관측할 수 있다면 우주의 탄생이라는 거대한 비밀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실생활에서는 통신 분야에서의 응용이 기대된다.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고 투과해버리는 특징 때문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어림없는 이야기지만, 만약 중력파 통신이 가능하다면 지형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획기적인 통신 수단이 될지 모른다.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해진다면 언젠가 중력파 스마트폰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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