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막, 성공적인 경기를 위해 중요한 건?

<KISTI의 과학향기> 제3165호   2018년 06월 20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축구팬들은 밤잠을 설치고 치킨집에서는 치킨이 동나고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스마트 기기와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는 IT 월드컵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롭게 도입된 요소보다 더 중요한 건 축구장에 꼭 필요한 인프라다. 그것은 잔디다.
 
잔디의 종류, 난지형과 한지형
 
잔디는 난지형 잔디와 한지형 잔디로 나뉜다. 난지형 잔디는 섭씨 25~30도(℃)에서 잘 자라며, 뿌리가 길고 탄탄하기 때문에 잔디를 낮게 깎아도 잘 견딘다. 또한 고온에 잘 견디고 건조 기후에도 강하다. 하지만 저온에 약해 잎의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동사할 위험이 있다. 대부분의 한국형 잔디가 이에 속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잔디, 산기슭에서 볼 수 있는 금잔디, 서해안에서 볼 수 있는 갯잔디 등이 있다.
 
한지형 잔디는 난지형보다 낮은 섭씨 15~20도에서 잘 자라고, 저온에도 잘 견딘다. 잎의 녹색이 진하고 생육 기간이 비교적 길다. 하지만 여름과 같이 기온이 올라가면 생장이 멈추거나 쇠퇴해 색깔이 누렇게 변하는 하고현상(夏枯現象, summer depression)이 발생할 수 있다. 한지형 잔디의 종류로는 주로 축구장에서 쓰이는 켄터키 블루그래스(Kentucky blue grass),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크리핑 벤트 그래스(Creeping bent grass) 등이 있다.
 
우리나라 축구장에는 한지형 잔디가 많이 깔려 있다. 여름에는 고온과 수분 부족, 질병 때문에 생육이 둔화되는 현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때만 제외하면 한겨울에도 녹색을 유지할 수 있는 강한 내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도 켄터키 블루그래스가 깔려 있다. 켄터키 블루그래스는 초기 뗏장(흙이 붙어 있는 상태로 뿌리째 떠낸 잔디의 조각) 형성이 느리기는 하지만, 내마모력과 회복력이 좋아 주초종으로 선정됐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잔디
 
축구장의 잔디는 깎는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경기 시작보다 너무 일찍 깎으면 그새 잔디가 너무 길게 자랄 수도 있어 경기 내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지형 잔디는 보통 15~40mm의 높이를 유지하지만, 계절에 따라 봄, 가을에는 그보다 조금 낮은 15~30mm, 여름에는 30~40mm로 조정해서 관리한다. 잔디는 전체 잎의 1/3 이상이 제거되지 않도록 유지하고, 생장을 고려해 2~3일 간격으로 잔디를 깎아주는 것이 좋다.
 
잔디는 생체 중의 약 75~8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관수(灌水, 농사를 짓는 데에 필요한 물을 논밭에 댐)가 중요하다. 관수는 잎이 마르기 직전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시기를 위조 증상이라고 하는데, 이를 적절히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잔디밭을 걸어 보는 것이다. 만약 잔디밭을 걸었을 때,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는다면 위조 직전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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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축구하면 떠오르는 축구장의 푸른 잔디는 주의 깊은 관리와 세심한 선택으로 탄생한다. (출처:shutterstock)
 
축구는 수중전! 배수성도 중요
 
축구장의 중요한 요소 중 또 다른 하나는 배수 시설이다. 태풍급 강우량이 아닌 이상 경기는 취소되지 않고, 시작된 경기는 가급적 중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수중전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중 관람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많은 변수를 최소화하고 경기력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축구장의 배수성이 좋아야 한다. 또한 잔디의 생육을 위해서도 배수성은 매우 중요하다. 배수성이 좋지 않아 뿌리가 물을 오랜 시간 머금고 있으면, 뿌리가 썩어 생육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축구장 가장자리를 약간 높게 만들어 물이 흘러내리도록 했다. 하지만 물이 흐르면 공도 저절로 구르기 때문에 보다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배수성을 높이기 위해 다층 구조 지반으로 설계됐다. 맨 위는 식재층으로 잔디가 뿌리내릴 수 있게 가는 모래가 30cm 깔려 있다. 그 밑으로는 차례로 중간층인 굵은 모래 5cm, 배수층인 가는 자갈 10cm가 깔려 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입자가 굵다. 가는 모래는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할 수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입자가 크기 때문에 물이 흐르는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축구장은 양적,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다. 더불어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오랜 시간 비싼 돈을 들여 축구장을 건설한 만큼, 관리도 철저히 해서 선수에게는 좋은 경기장을, 축구 팬에게는 재밌고 좋은 경기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글 : 김세경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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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yhun89
  • 평점   별 5점

잘 보았습니다. 좋은 소식과 상식 이상의 것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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